한국학 지평

해외 한국학자를 만나다: 베트남 하노이 국립인문사회과학대학교

- 베트남 북부 지역에서의 한국학: 나눔과 발전 -

저자 사진
류뚜언아잉(Luu Tuan Anh)
베트남 하노이 국립인문사회과학대학교

Q1.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 소식지 독자들을 위해 선생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Luu Tuan Anh입니다. 저는 1991년부터 1995년까지 하노이 종합대학교(현재 하노이 국립대학교)에서, 한국 언어와 문화 전공으로는 베트남 통일 후 최초로 대학 정규 교육 학사 과정을 졸업하였습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시기에 남들보다 앞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1996년에는 한국의 호서대학교에 유학하여 1998년 국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1992년 한-베 수교 이후 양국의 협력 관계에 필요한 인재-인력 개발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국 관련 교육기관이 베트남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 당시 베트남에서 한국학 교육의 창립자인 베트남인 교수님의 권유로, 베트남 국가대학교 산하 기관인 하노이 국립 인문사회과학대학교에 강사로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한국의 연세대학교에 유학하였고, 2011년 국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대학 교육이나 대학원 교육과정에서는 주로 한국어의 형태론과 어휘론에 관심을 갖고 학위 논문을 집필하였고, 여러 학술지에 등재된 논문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을 쓰고 발표하는 등 한국어나 한국학과와의 깊은 인연이 평생을 가는 듯합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하노이 국립 인문사회과학대학 동방학부 부속 한국학과의 학과장을 맡아 베트남 최초 한국학 교육기관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여러 변화의 시기를 거치면서도 꾸준히 교육과 연구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Q2. 선생님께서 한국학 분야 연구 및 교육활동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현재 학과장으로서 학과를 운영하며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인연이라는 것이 그렇듯, 한국학 분야를 연구하고 한국학과를 선택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그저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며 제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 관계가 활발해졌고, 한국어 교육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지식을 학자나 일반인에게 알리는 등 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진

  저는 개인적인 성취와 더불어 사회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한국 정부와 대학들의 지원을 받으며 베트남에서 한국학 교육과 연구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하노이 국립대학교 한국학과 선생님들과 함께 한국 정부와 대학들의 지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학의 발전을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하노이 국립대학교 한국학과의 사명은 사회 발전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학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학은 한 나라를 전반적으로 연구하는 지역학의 일종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와의 연계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경제, 사회, 법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한국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강화됨에 따라, 경제, 사회, 법률, 문화 등의 분야에서 여러 시급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학과에서는 해당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매년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한국인 및 베트남인 인문계열 연구자나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한국학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진

[그림 1] (좌)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제12회 세계한국학대회 전경(2024. 10.) (우) 한국학진흥사업단이 하노이 국립인문사회과학대학교를 방문해 사업 수행 현황 점검 및 컨설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그림 2] (좌) 하노이 국립인문사회과학대학교에서 운영 중인 한국학도서자료실 내부(2024. 10.)
(우) 한국 정부 및 기업에서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인 강의실 명패


Q3. 최근의 한류 열풍으로 인해 베트남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하노이 국립인문사회과학대학교 한국학과 학생들의 한국어 학습 동기는 무엇인가요?


  최근 K-Culture, K-Pop,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물론이거니와, 현재의 상황으로 보면 무엇보다 취업, 출세 등 향후 미래의 진로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한국어 및 한국학의 전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학생 모집 시 신문방송학, 관광학 등 인기 학과와 함께 한국학과의 대학 입학 점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치열한 경쟁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학과는 다른 학과 및 학부보다 문화 행사가 월등히 많습니다.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공연 동아리, 사물놀이 동아리, 과학 연구 동아리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한국문화와 전통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한국학 학습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기도 합니다.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 한국학과는 학습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더 많은 재정적 혜택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및 기업의 지원을 받아 한국학과 학생들만을 위한 멀티 교실, 스마트 교실, 온라인 교실, 도서실 등 최신 시설을 갖춘 학습 환경을 조성하였습니다. 재정적 부담을 줄이고 학습에 전심전력할 수 있도록 매년 AKS 장학금, KF-Samsung 장학금, 외솔 SJ Tech 장학금, 정수 장학금 등 한국 정부, 기업, 기관의 여러 장학 수혜 기회를 학생들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은 한국학과 학생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혜택입니다.


사진

[그림 3] 하노이 국립인문사회과학대학교에서 운영 중인 한국학 온라인 학습교실과 스마트 교실 전경


Q4.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적,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점이 많은데, 한국학과 학생들이 한국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지금까지 양국의 정치인이나 학자들은 주로 한-베의 문화적 공통점을 강조하며, 이를 바탕으로 양국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장점들을 언급해 왔습니다. 그러나 한-베 관계를 장기적 또는 전면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양국의 문화적, 역사적인 차이점도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서로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며,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리 한국학과의 교육방침입니다.


  우리 한국학과 졸업생들이 사회로 배출되면 학자, 회사원, 공무원 등 한-베 협력에 기여할 지식인 인력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정치, 국제관계, 문화, 사회, 역사, 문학 등 교육과정 속 여러 한국학 전공 과목에 한-베 양국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관한 대조 분석을 항상 포함케 하고 있습니다. 양국간 국민 공공외교를 벌임에 있어 서로 다른 문화, 다른 사고방식, 다른 정치체계나 법률 규정을 이해하는 것은 발생 가능한 문제들을 원활히 해결하는 데 기여할 우리 한국학 후세의 지속적인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국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베트남에 관한 역사, 문화의 지식도 함께 교육할 수 있도록 한국학과 선생님과 인문계열 교수님들이 함께 협력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Q5. 2022년부터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을 수행하시면서 한국과 베트남의 미래를 책임질 다수의 인재들을 양성하고 계시는데요. 이런 성과를 이루기까지의 과정과 그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2020년 한국학 학사 전공 교육과정은 동방학에서 분리돼 별도 운영되게 된 것을 계기로, 이전에 비해 독립적으로 한국학 학사 교육과정 운영, 인사 채용, 행사 개최 등 교육 및 연구 활동을 진행하게 되면서 대폭 확대되었습니다. 이후 베트남 내 한국학의 위상 강화를 목표로 한국학 관련 여러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기 위해 2021년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에 지원했으나 탈락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더욱 명확한 목표로 계획을 다시 정리하여 같은 사업에 재신청하였고, 2022년 선정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우리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의 목표는 한마디로 베트남, 특히 베트남 북부 지역에서의 “한국학 역량 강화”입니다. “베트남 북부 지역에서의 한국학: 나눔과 발전”이라는 사업 과제명 아래, 진정한 한국학 지식의 흡수가 가능한 인재를 배양 및 지원하고, 지방 사회에서의 한국 관련 이해 확산 등 주요 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올해 씨앗형사업은 2차년도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짧은 기간 동안 만만치 않은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한국학 강사 1명을 채용했고, 1,2차년도 모두 대학생 1명, 대학원생 2명에게 각기 장학금을 지원했으며, 그들을 사업에도 참여시켜 한국학과 선생님들과 함께 한국학 행사 개최 현장 경험을 가르쳤습니다. 학술 세미나는 2년간 4회 개최했는데, 한국학을 연구해 발표할 기회가 거의 없는 박사과정생과 학생을 위한 학술마당이 되었습니다. 대학원 교육을 위해 "아세아에서의 한국 문화 외교"라는 새로운 한국학 과목도 개설했습니다. 한국학과 학생의 교육을 위한 "한국 근현대 문학작품 강독"과 "한국-아세안 간의 협력 관계" 등 2개의 자료 개발 사업도 완료하여 베트남 한국학의 업적으로 올렸습니다.


  사회 공동체, 특히 지방 공동체에서의 한국 이해 확산을 위해서는 2022년부터 Thai Nguyen, Quang Ninh, Soc Son 등 베트남 북부 지역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학 특강과 한국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3회 개최하였습니다. 사업 홍보를 보고 Hai Phong, Bac Giang, Tuyen Quang 등 많은 지방에서 협력 요청과 행사 개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학과에서 간사 역할과 팀 리더 역할을 하며, 향후 한-베 협력 관계에 필요한 우수 인재가 될 전망입니다. 그 외에 한국의 국제코치훈련원과 협력해서 학생의 진로코칭 프로그램을 만들고, 메타커뮤니케이션센터와 협력해서 맞춤 스피치 교육 프로그램 등도 만들어 학생이 참여하도록 하였습니다.
  하노이 국립 인문사회과학대학교 해외한국학씨앗형 1차, 2차 사업에 관한 정보는 베트남어로 되어 있지만, 구글 번역 통해 다음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해외한국학씨앗형 사업 관련 홈페이지 살펴보기


  돌이켜보면, 2024년 현재 우리 하노이 국립인문사회과학대학교 한국학은 한국학진흥사업단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 덕분에 짧은 기간 동안 전보다 많은 업적을 이루었으며, 사회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아 위상을 확고히 했습니다.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에 힘입어 우리 한국학과는 2022년 하노이 국가대학교의 우수 교육기관 표창, 2023년 베트남 교육부의 우수 교육기관 표창 등 여러 명예로운 표창을 수상 받았습니다.


사진

[그림 4] 하노이 Soc Son의 Trung Gia 고등학교에서 "고등학생을 위한 한국학 특강 및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개최하는 모습(2024.8.)


Q6. 해외한국학사업을 추진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장기적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 사업이 베트남의 한국학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명확한 목표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첫 단계에서는 씨앗형사업으로 '한국학 이해 인구의 범위 확산', '한국학 역량의 확장'을 지향하고, 한-베 협력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중점 영역이 확정되면 두 번째 단계에서는 중핵사업을 신청하여 분야별 학자, 전문가와 협력하여 심층적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지역학의 관점에서 본 한국학은 학제적 다분야 간 연계성이 요구되므로, 전문가의 협력과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학의 교육 및 연구, 한-베의 협력관계에 있어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여러 각도에서 함께 해야 그 결과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현재 베트남의 한국 관련 교육 및 연구 현황을 살펴보면 베트남 교육기관들은 한국어 교육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한국어과 개설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베트남 학생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갈 경우, 대다수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연구 분야에서도 한국어 강사들이 자신들의 전문 분야인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어, 한국문화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최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학의 일부로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문화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고 정부의 한국학 개발 정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한국학 교재나 참고 자료 시리즈, 여러 분야 학자들이 참여한 학제적 한국학 연구 학술대회 개최, 한국학 관련 내용을 개발하기 위한 현장 학습, 현장 탐구 등의 많은 학술 목표 사업 등이 추진돼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Q7. 마지막으로, 온라인소식지 독자들과 국내·외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에서는 호치민 국립 인문사회과학대학교와 저희 하노이 국립 인문사회과학대학교 등 두 곳에서 해외한국학 중핵대학육성사업과 씨앗형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 대학의 특성과 지역적 차이에 따라 사업 운영의 성격과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베트남에서 한국학 발전을 위한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사업의 성과도 물론이지만,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 덕분에 베트남에서는 한국문화 행사와 한국 관련 학술 활동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베트남 사회에서 큰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베트남의 한국학 연구자와 한국학과 학생들이 최선의 노력을 통해 한국학의 발전에 더욱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우리가 종사하고 있는 연구와 교육의 업을 도와주시는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한국학진흥사업단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표하고 싶습니다. 바램이 있다면 한국학중앙연구원을 중심으로 세계 한국학 교육 및 연구 기관의 현황 정보 및 활동 경험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세계 한국학의 망(network)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한국학이 더욱 발전하고, 한국과 세계 각국 간의 문화 교류와 상호 이해도 증진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