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의 향기

새해맞이 신년운세(新年運勢)

이혜정 사진
이혜정
장서각 고문서연구실 연구원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고문헌을 정리하다 보면 유교 경전, 역사서, 의학서, 과거 시험용 수험서, 달력, 소송문서, 땅문서, 소식을 주고받은 편지 등 다양한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집안마다 소장된 자료는 모두 다르지만 그래도 공통으로 나오는 것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점술과 관련된 자료다.


어렸을 적 꽃잎이나 아카시아 잎사귀를 뜯으며 사소한 궁금증을 풀었던 기억을 대부분 갖고 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식물로 점을 치거나 별자리, 바람의 방향, 눈이나 서리가 내리는 시기나 양과 같이 천문기상 현상을 관측해서 한 해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 어떤 사람의 관상을 보고 기록한 자료나 태어난 사주를 분석해서 적어놓은 자료도 있으며, 그날그날의 운세를 점치기 위해 만든 전용 서적을 사용한 예도 볼 수 있다. 지금도 새해가 되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의 사주를 보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고, 유명한 정치인의 당락을 점치거나 스포츠에서 우승을 점치는 장면도 전 세계에서 볼 수 있으니 점을 보는 행위는 한 시대, 한 지역에 국한된 문화는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운수를 점치는 것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불안에 대비하고,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는 행위인 것이다.


  (좌) 아패영유,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우) 골패, 용인시박물관 소장

(좌) 아패영유,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우) 골패, 용인시박물관 소장


그 중 장서각에 소장된 『아패령슈(아패영수, 牙牌靈數)』는 뼈로 만든 주사위의 일종인 골패(骨牌)를 이용해 점을 보는 데 사용하던 책이다. 총 32개로 된 골패를 한 번에 세 쪽씩 뽑아 각각 더한 수가 1~3이면 하하(下下), 4~6이면 중하(中下), 7~9면 중평(中平), 10~12면 상중(上中), 13 이상이면 상상(上上)으로 나눈다. 골패 세 쪽을 더하는 것 외에도 쌍소는 6, 오포는 5, 본점은 4, 쌍사륙간준오·쌍오륙간준홍·쌍변·산일이삼·산아삼뉵·일이삼·쌍소삼간진아·산사오륙·쌍준홍·노인·양화동·쌍소소·쌍소삼·쌍준륙은 3, 이 외는 1로 하는 등 다양한 패의 값을 정해두었다. 이렇게 만들어 둔 골패의 점괘는 “상상 상상 상상”부터 “하하 하하 하하”까지 총 125개로 한 해의 운수를 미리 살펴볼 수 있다.


몇 가지 점괘를 살펴보면, 가장 좋은 “상상 상상 상상”의 점괘에는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그 마음을 좇아 스스로 이르게 되고 만사가 형통하여 쉽게 이루어지며, 공명과 이익이 따르고, 자식을 보고, 결혼하고, 재판에서 이기고, 금전적인 이득을 보고, 병이 낫는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모든 일이 잘 풀리는 운세라고 풀이할 수 있다. 중간에 해당하는 “중평 중평 중평”의 점괘에는 ‘모든 일이 형통하나 은총이 있다고 자랑하지 말고, 없다고 근심하지 말라’고 적혀있으며, 가장 좋지 않은 “하하 하하 하하”의 점괘도 ‘세 번 연속 “하하”를 만나서 운수가 좋지 않은 것에 해당하나 때를 기다리고 정성을 다하면 나쁜 일이 물러난다. 병이 있는 사람은 좋은 약을 얻어야 효험이 있고, 혼인이나 후사는 보지 못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결국 이 책을 읽다 보면 좋은 점괘를 뽑았을 때는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여러 해 공을 들인 일이 좋은 때를 만나 이루어지는 것이니 자만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고, 나쁜 점괘를 뽑았을 때도 나쁜 일이 지나가면 좋은 일이 오게 되어 있으니 원하는 바를 차분히 쌓아 나가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신년운세의 점괘가 좋기만을 기도하지 말고 준비가 안 되어서 앞으로 내게 올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라는 선현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