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습재 일기

따뜻한 추억, 한강공원

Boris Škvorc 사진
멜리사 에코
(필리핀, 한국문화학 전공)

2014년 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제일 좋아했던 곳이 한강 공원이었다. 워낙 바다나 물줄기를 좋아하는 동남아시아인인 나는 한강 공원에서 친구들이랑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풍도 가고 예쁜 강의 풍경을 보는 것에 깊이 빠졌다. 특히 끝내주는 서울 야경이 물에 비칠 때 매번 봐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뚝섬, 여의도, 반포, 잠원, 이촌 등 한강 공원 어디를 가든 놀러 갈 때 마다 아무리 오래 있어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항상 든다. 우리나라에 한강공원 같은 데가 없으니 집으로 가게 됐을 때, 아쉬움이 커서 마지막 날에 뚝섬 한강 공원에 잠깐 들렀다가 공항으로 갔다. 그 정도로 한강공원을 아주 좋아했다.


2018년에 한국으로 다시 왔을 때 부산에 1년 동안 어학연수를 해야 했었다. 부산의 바다와 도시의 궁합은 너무나 매력적이었지만 1년 동안 한강 공원에 가지 못해 뭔가 불완전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2019년에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석사 과정 학기 초에 대학원 생활에 적응하느라 한강공원에 갈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연구원 안에 꽤나 아름다운 연못도 있고 경치가 워낙 좋아 다행히도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래도 가고 싶은 마음이 커져 어느 날 스트레스도 풀겸 친구랑 노들섬 근처에 있는 한강공원에 가기로 했다.


다음날 과제 마감이 있어 근처 카페에서 2시간 정도 공부하다가 소풍을 가기로 했다. 주변에 카페가 많았지만 그 중 편의점이자 카페인 노들견우카페를 선택했다. 강이 보이는 좋은 전경을 가진 조용한 곳이기 때문이다. 한강공원에 공부하러 가는 것은 처음이지만 마음이 무척 설렜다. 강이 잘 보일 수 있는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꺼낸 10분 무렵 어떤 40-50세 여성분이 갑자기 우리를 불렀다. 우리가 학생인지 물어본 다음 우리의 공부하는 모습에 감격해서 혹시 떡볶이를 사줘도 되는지 물었다. 물론 우리는 반갑게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내가 어렸을 때 엄마의 말을 떠올렸다. ‘Don't talk to strangers especially when they offer you candy'(특히 낯선 사람이 사탕을 주려고 할 때 절대 이야기 하지마라). 직접 당한 적은 없지만 그런 말이 머리 속에 맴돌 정도로 일화들도 많이 있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줌마의 미소가 너무나 따뜻해서 거절하기 힘들었다. 우리가 외국인 유학생이라고 설명해줬을 때 아줌마가 더욱 더 사주고 싶다고 했다. 차가 엄청 막혀서 혼잡한 시간대가 지나갈 때까지 카페에 잠깐 들렸다가 우리의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딸 생각도 나서 떡볶이나 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 설명에 우리도 감동을 받아서 30분 동안 떡볶이를 먹으면서 이야기했다. 심지어 아줌마가 떡볶이에 초코우유가 제일 맛있다고 해서 초코우유도 같이 계산 해주었다. 한국생활에 아직도 힘들어하고 있는 유학생인 우리에게 좋은 말씀도 남기고 사진도 찍은 후 서로가 각자의 길을 갔다.


한강공원

그그날 집에 와서 마음이 매우 따뜻했고 내가 왜 한국문화학을 전공했는지 다시 한번 기억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인의 정이 아닌가 싶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실제로 경험하니 마음 속이 꽉 찬 기분이었다. 한국에 온지 이제 3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가끔 답답하고 지겨운 느낌도 들 수 있지만 이러한 순간들 덕택에 한국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음이 넓은 아줌마 덕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한강공원인지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정말 행복한 추억으로 가득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