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아름드리

해외한국학자를 만나다

해외한국학 중핵대학 육성사업 사업단장, 쩐 티 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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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온라인소식지 독자를 위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하노이 국립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 및 한국문화학부 학부장이자 해외한국학 중핵대학 육성사업 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쩐 티 흐엉입니다. 한국학진흥사업단 뉴스레터의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Q. 비교언어학 분야를 연구하셨는데 한국학이나 한국문화와 관련한 활동 혹은 연구를 하게 되신 계기가 따로 있었나요?

어떠한 나라에 대해 연구하려면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언어에 능숙해야 그 나라 언어를 통해서 문화나 여러 분야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여년동안 한국어를 교육하고 12년동안 대학에서 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것은 저희 학과의 명칭이 한국어 및 한국문화학과인 것처럼 언어와 문화는 늘 함께 병행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사회적 수요에도 부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것이 요즘의 연계형 연구 추세에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에서는 저희 대학을 비롯하여 여러 교수님께서 언어학을 전공하시고 문화나 외국어교육 등을 연구하고 계십니다. 저도 언어학 전공이지만 한국학이나 한국문화에 대한 연구 및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Q.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은 베트남에서의 한국어학 혹은 한국학(문화포함) 연구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현재 베트남 혹은 하노이국립외대(VNU)에서의 한국학 연구 상황이나 한국학에 대한 실제 수요는 어떠한가요?

제가 소속되어 있는 하노이 국립대학교 외국어대학을 줄여서 하노이국립외대라고 부릅니다. 저희하노이국립외대는 하노이 국립대학교의 구성대학 가운데 하나이지요. 저희 대학 한국어 및 한국문화 교육의 현재 규모는 학과 설립 당시의 규모와 비교하면 35배 정도 커졌습니다. 학과 설립 당시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발전을 이룬 것이지요. 학과의 규모가 커져서 지금은 독립된 학부로 있습니다.

현재 하노이국립외대에는 부속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대학원까지 한국어가 체계적으로 교육되고 있으며, 정규학생의 총 수강생 수는 천 이백명 정도입니다. 베트남에서는 현재 총 약 30여개 대학에서 한국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한국어 전공학생 수는 약 만 오천명 입니다. 이 가운데 저희 대학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또한 가장 규모가 큰 한국어 교육 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어 및 한국문화학부의 입학시험 점수가 다른 전공에 비해 가장 높았습니다. 또한 현재까지 저희 한국어 및 한국문화 학부를 졸업하면 거의 100% 취업되었고 다른 업계보다 더 높은 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전공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학교 교육의 질도 인정받게 되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학 연구는 한국어 교육에 비하여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한국학 연구부문은 한국어교육보다 더 힘들고 비경제적인 분야이지만 하노이국립대학교와 같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대학교의 구성원이면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전공보다 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희 학부 교수진이 전국적으로 박사 학위 소지자 수가 가장 높고 연구 역량 역시 우수하지만 아직 한국학 연구 실적은 연구 능력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침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중핵사업을 지원해 주셔서 저희가 모범적인 한국학 교육과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그 성과들을 베트남 내 다른 대학교에 이전하고 공유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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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하노이국립외대에서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별도의 한국어 교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베트남에서 한국어 교육이 시작된지 26년이 되었고 총 30여개교가 한국어를 정규과정으로 교육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한국어 교재를 개발한 대학은 한 곳도 없습니다. 현지인 학습자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한국어 교재를 개발하고 표준화된 한국어 교육을 실시한 후에 한국문화를 비롯한 한국학 지식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출판된 교재를 사용하면 품질은 확보되겠지만 저작권 문제나 베트남인 학습자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저희 한국어 문화학부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재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교재개발팀은 현재 베트남 교육부가 주관하는 베트남 중고등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과서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현재 ULIS 한국어 3 원고를 완성하였고, 바로 4권 개발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어학, 한국어 통번역, 한국학, 한국어교육 등 4개 전공에 필요한 전공 교재도 단계별로 정리, 개발할 계획이 있습니다.


Q. 하노이국립외대의 한국어 교육은 이미 베트남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커리큘럼이 잘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는걸로 알고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 연구를 더 확대하고 싶은 방향이 있으신가요?

하노이국립외대는 하노이국립대학교 (Vietnam National University, Ha Noi)에 소속한 대학교 중에 규모가 가장 큰 대학교입니다. 하노이국립대학교는 베트남 TOP 1 대학교인 만큼 교육 및 교과과정이나 연구에 대한 요구수준이 높은 편입니다. 하노이국립외대는 연구지향적 대학교라는 발전방향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비록 다른 전공보다는 역사가 길지 않지만 저희 한국어 및 한국문화학부는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학 교육 및 연구의 중요성 및 필요성을 이미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그 발전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국학진흥사업단의 해외 한국학 중핵 육성사업의 지원을 받게 되어 저희 대학에서 표준화된 한국학 교육 및 연구를 확대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과 베트남의 한국어학 및 한국학 연구를 위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2019년 베트남에서 열린 제1회 국제워크숍

2019년 베트남에서 열린 제1회 국제워크숍


그동안 베트남과 한국은 정치분야 협력과 경제분야 협력에서 큰 성과를 얻었습니다. 한국어학 및 한국학 연구 분야에서도 서로 협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과 여지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학 자료를 베트남에 현지화하는 방안과 한국학 교육과정을 베트남 교육과정에 맞도록 조정, 개발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어 구사능력을 기반으로 한국학 연구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젊은 교원들을 위해 논문작성법이나 연구방법론 등의 재교육 프로그램이나 교원 양성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베트남에서의 한국어(학) 교육 및 연구를 진흥하기 위한 교원 및 전문가를 파견해야 합니다. 이들은 한국어 수업뿐만 아니라 신설 교육과정 개발 및 학습자료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전문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한국어 교원 파견 시 교원 자격증 소지 자체도 중요하지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학) 강의 능력 및 경험을 보유한 교원인지 여부가 더 중요합니다.

베트남의 경우 한국어 및 한국학 교육과 연구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 정부기관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 것 같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제가 소속한 하노이국립외대가 아낌없이 지원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