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습재 일기

유학생활 첫인상 이야기

데레제 테시홈 브루 사진
데레제 테시홈 브루
한국학대학원 사회과학부 박사과정(정치학)

들어가면서


2017년 8월에 박사학위과정을 공부하기 위하여 한국에 오게 되었다. 한국은 에티오피아에서 수천 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나라이지만 한국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첫째, 1950-53년 한국 전쟁에 에티오피아 군인들이 참전하게 되면서,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는 이들을 기념하여 마을, 공원, 병원 등을 지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더욱 익숙하다. 나는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역사수업과 학부 국제관계수업을 통하여 한국전쟁(1950-1953)에 대해 배울 수 있었는데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위해 지어진 마을, 공원, 병원 등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한국전쟁의 역사도 마치 우리 나라 역사인 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전장에서 이 병사들의 영웅적인 행동에 대하여 쓰여진 시, 음악, 등을 들으면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증가되었다.


둘째, 한국의 기적적인 경제 발전이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전반기의 한국 경제는 에티오피아보다 좋지 못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한국 경제는 세계의 이목을 끌 정도로 극적으로 성장하게 되었고, 에티오피아는 이러한 한국 경제개발의 길을 따르고자 하였으며, 수많은 에티오피아 학자들이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한국 경제발전에 대한 연구, 워크숍 등을 함으로써 한국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나는 석사과정을 다닐 때, 한국의 발전 접근법에 대하여 공부하게 되었는데, 특히 한국 경제발전의 비결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한국 번영의 속도와 규모에 놀랐다. 기회가 있으면 박사를 한국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마지막 이유는 최근 한국 드라마와 음악은 거의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매주 방송하는 ‘한국 음악’과 ‘한국 드라마’ 두 가지 프로그램이 있는데, 나는 그 두 TV 프로그램을 종종 시청했다. 그것은 한국 문화와 전통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더욱 증가시켰으며, 한국에서 공부할 영감을 가지게 하였다. 나는 이를 계기로 한국 정부 장학금에 처음으로 지원하여 합격하게 되었으며 2017년 6월 27일에 ‘국립국제교육원’으로부터 공식 초청장을 받았다.


한국행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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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0일 15:55에 비행기를 타고 아디스 아바바 (Addis Ababa), 볼레(Bole) 국제공항을 출발해 21:05에 두바이에 도착했다. 두바이에서 대한항공으로 환승했으며 22:55에 다시 출발했다. 저녁시간 때쯤 승무원들이 기내식을 나누어 주었고, 그때가 내 생애 처음으로 한국 음식을 먹어보는 날이었다. 김치를 먹어 보았는데 매웠고, 밥, 스튜 등을 먹게 되었는데 입맛에 맞지 않았다.

다음 날, 8월 21일 12:30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최종 목적지는 대구대학교였으며 그곳에 1년동안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대구행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일정은 부산행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가는 것이었다. 부산행 탑승시간은 17:15였으며, 4시간 이상을 기다린 후 부산행 비행기를 타고 마침내 18:20에 부산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운전 기사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기에 내 이름을 들고 있는 사람을 찾아서 만나게 되었는데 운전 기사님은 영어를 할 줄 모르시고, 나도 한국말을 할 줄 몰라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다. 둘이 알고 있는 것은 최종 목적지인 ‘대구대학교’ 이름 뿐이었다. 나는 배가 많이 고팠지만 한국어를 몰랐기 때문에 기사님에게 식당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대구대학교로 향했는데 4시간 이상 걸렸으며, 저녁 약 10:30에 도착했다.

비행시간 및 이동시간이 굉장히 길었으니 너무 피곤하고 지친 하루였다. 기숙사 사감보를 찾아서 기숙사로 들어가고 한국에서 첫 밤을 보냈다.


한국에서의 첫 날


나는 한국이 여름에 이렇게 더울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대구에 도착해서 버스 내리자마자 습하고 뜨거운 공기가 얼굴을 스칠 때 확 느꼈다. 대구는 한국의 남동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구광역시는 서울, 부산, 인천 다음으로 네 번째로 큰 도시이다. 여름에는 대구가 한국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아프리카만큼 덥다는 뜻의 “대프리카 (Daefrica)”라고 불리기도 한다. 에티오피아에서는 꽤 더운 지역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온화한 지역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국 여름의 더운 날씨를 느끼고 이러한 날씨에서 내가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음날에 늦잠 자고 일어나서 너무 배가 고파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식당은 우리 살고 있는 기숙사 지하에 있었고, 식당에 가서 무작위로 하나를 골라 주문했다. 알고 보니 그 때 내가 골랐던 음식은 닭갈비였다. 지금은 닭갈비를 입에 달고 사는데 그 때에는 역시나 전혀 맞지 않았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음식을 선택적으로 먹기 때문에 음식의 섭취 종류가 적다. 보통 사람들이 인제라(injera), 빵, 고기 (소, 양, 염소)만 먹고 돼지고기, 생선 종류는 먹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에티오피아에서 나는 아침 식사로 차와 빵, 점심과 저녁에는 인제라를 먹고 자랐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김치, 밥, 삼겹살, 비빔밥, 치킨 등은 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국에 온 이후 한 두 달 동안 먹는 것이 꽤나 힘들었다.


한국어 수업 시작


2017년 9월 3일 첫 한국어 수업을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온 43명의 한국 정부 장학생들이 두 반으로 나누어져 우리 반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17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첫 수업은 한글의 역사에 관한 것이었는데 간단한 소개 후에 한글을 발음하기 시작했다. 오늘 날의 한글은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을 가진 총 24개의 문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때 내가 그 문자들을 선생님이 발음하시는 대로 따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한국에 오기 전에 기초 공부를 하고 와서 나보다 훨씬 잘했다. 나는 친구들처럼 기초 공부를 미리 하고 오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들었다. 어학당을 다니든 여행으로 가든 가는 나라의 언어부터 문화, 전통, 가치 등까지 살펴보고 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상황이 불가했고 그래서 더욱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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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쌓이는 스트레스


한국어를 2~3주 공부했는데 다른 학생들에 비해 나는 실력이 늘지 못했다. 특히 받아쓰기가 너무 어려웠다. 받아쓰기 과제를 미리 외우고 수업을 들었는데 막상 시험 시간에는 받아쓰기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선생님이 내가 못하는 것을 보고 원문을 보면서 그대로 따라 쓰라고 하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하지 않은 글자를 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는 원래 공부를 잘했는데 이곳 한국에서 다른 학생들보다 못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 받고 늘 머리가 아팠다. 한국어 공부를 포기할까 말까 많이 망설였다.

이러한 복잡한 와중에 2017년 9월 30일에 강원도 정선으로 여행 갈 기회가 찾아왔다. 정선 여행은 한국에서 첫 여행이었는데, 푹푹 찌는 여름 날씨가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찾아오는 계절이 오고 있었다. 한국의 가을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면서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고 아름다운 경치가 눈길을 끈다. 강원도 정선으로 가는 길에 대한민국은 도시 뿐만 아니라 시골까지 얼마나 발달했는지 볼 수 있었고 정선에서 박물관과 화암동굴을 보고 한국인들이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이해했으며 정말 대단한 민족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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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에서 화암동굴, 레일바이크, 삼탄아트마인, 아리랑시장을 방문하고 마지막으로 아리힐스로 올라갔는데 경치가 굉장히 아름다웠고 답답했던 마음 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깨끗하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나는 예전부터 스카이워크를 가보고 싶었고 집 와이어를 탔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잊지 못할 여행을 잘 마무리하고 저녁에 대학교로 돌아왔다.


여행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왔는데 한국어 수업을 다시 듣기 시작하자마자 더욱 더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초청 외국인장학생은 최소한 토픽 3급을 따야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을 들을 때마다 나는 어깨가 무겁고 부담스러웠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그 때 두 가지 결정을 했다. 첫째는 다른 학생과 나 자신을 비교하는 것을 그만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공부하자는 것이다.

학생들이 다 다양한 나라에서 왔으니 비슷한 점보다 다른 점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언어, 문화, 전통, 경제적인 상황, 다문화 노출성, 생활 기준 등 배경이 다른데 똑같은 기준으로 서로를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수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지금 다른 학생들이랑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옳지 않았다. 비교를 그만하자는 결심은 아주 긍적적이었다.

공부, 스트레스와 결과는 서로 깊게 관련되어 있다. 한쪽은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결과를 받는 비율이 높다. 또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다른 쪽에서 보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면 더 노력할 동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결정이 아주 핵심적이었다.

위에 두가지 결정을 내리고 나서 다른 학생들이 어떻게 하든지 신경을 쓰지 않으며 나의 공부에만 집중했다. 단어를 외우는 연습부터 바로 시작했다. 산책하면서도 단어를 하나하나 꼼꼼히 외우면서 조금씩 말하기나 쓰기 연습을 했다. 그러다 보니 한 달 사이에 많이 늘어서 한국어실력이 나보다 좋았던 반 친구들이랑 비슷해질 정도였다. 그 때 너무 행복해서 스트레스도 다 날아가고 공부를 재밌게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그 결과로 중간과 기말 시험이 쉽게 느껴졌고, 나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한국은 가을에 여기 저기 나무들이 색깔을 노란색으로 바꾸고 꽃도 피고 경치가 아름다워 마음이 쉽게 일렁인다. 나는 공부에 집중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가을이 너무 빠르게 지나 가고 겨울이 찾아왔다. 추운 나라에서 살아 본 적이 없는 나는 한국의 겨울이 너무 춥게 느껴졌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두꺼운 코트를 입기는 고사하고 얇은 재킷도 입어본 적이 없었다.


토픽 시험


어학당에서 학생들이 제일 두렵고 듣고 싶지 않은 것은 토픽 시험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흔히 토픽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학생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그런데 우리 정부초청 장학생은 무조건 토픽 3급을 받아야 해서 그 시험을 일 년에 4번씩 봐야 했다.

첫 토픽 시험은 2018년 1월 15일이었다. 이렇게 추운 날 어려운 토픽 시험을 처음으로 보는 것이 불안하였다. 또한 한국어를 배운지 5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한국어를 기본적으로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시험을 보고 싶지 않더라도 반드시 봐야만 했다. 토픽 시험은 세 유형으로 나눠지는데 단순 표기가 가능한 듣기와 읽기 그리고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쓰기 유형이었다. 그 토픽 시험을 보고 시험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고, 좋은 토픽 결과를 받기 위해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2~3권의 고급 토픽 책을 사고, 기출문제를 찾아서 공부하기로 했다.


눈이 내렸던 날


춥게만 느껴졌던 겨울이라는 시간 속에서 나는 눈이 내리는 것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밖에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 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눈이 내리는 것을 실제 내 눈으로 보고 싶어서였다. 특히 눈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궁금해졌고, 눈이 오는 날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일찍부터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는 너무 신나서 밖에 나가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 날 수업이 있었는데 선생님께 나가서 놀게 해달라고 어린아이처럼 졸랐던 기억이 난다. 반 학생들과 밖에 나가서 눈을 가지고 신나게 놀았다. 눈이 계속 내리고 날씨도 추웠지만 추위를 느낄 수 없었다. 몇 명 친구들과 눈사람을 만들었고, 또 눈싸움을 하며 여기 저기 뛰어다니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꽃으로 가득한 첫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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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지나서 꽃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봄이 되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꽃이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피는데, 대한민국은 겨울에 나무들의 잎이 떨어지고 봄이 오면 나무들이 다시 잎이 나오고 꽃이 핀다. 한국의 봄은 전국의 경치가 아름다워 자전거로 여행하기 너무 좋았다. 꽃이 피는 봄이 되면 자전거 여행을 하곤 한다. 속초, 포항, 위도 등을 가봤는데 바다가 아름다웠고,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며 경치를 감상하곤 했다.

나는 6월에 한국어 수업을 잘 마무리했다. 어학당은 내 삶의 전환점이었다. 나의 지식의 관점과 지평을 넓혔으며 실력이 눈에 띌 정도로 성장했다. 언어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 문화, 전통, 다양한 경험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결국 7월 15일에 마지막 토픽 시험을 봤고 5급을 땄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입학했다. 지금은 4학기 박사과정으로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