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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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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보는 한국 이미지

모든 것이 태피스트리처럼 촘촘히 엮인 디지털 시대, 세계의 여러 나라는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 자국의 이미지를 수놓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생활, 학습, 소통의 방식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지구촌의 국가들은 서로 변화에 발맞춰 나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미지’라는 개념의 진화에 힘입어 각 국가 이미지 사이에서는 낯설고도 대조적인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한국과 같은 나라들이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서구적 관점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한국은 어떻게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고유한 정체성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자신만의 위치를 찾아야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한국의 풍부하고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은 처음 제기된 의문이 아니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한국이 글로벌 네트워크의 구조 속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의미 있는 노력이 필요함을 말해줍니다. 한국이 국제 사회 속에서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가 필요할 것입니다. 첫째, 한국 문화와 언어를 소개하는 사업과 자료를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둘째, 이 사업과 자료를 서구적인 관점으로 정의하지 않고 한국 문화를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전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현재 한국은 세계에 다양한 이미지로 알려졌지만, 그 이미지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서구적인 기준 속에 갇혀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한국은 아름다운 판소리 설화들과 강인한 기술의 택견 등 풍부하고 복합적인 문화적 역사가 있지만, 그런데도 세계에 한국을 소개할 때는 서구에 어필할 수 있는 K-pop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서구적인 시각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보편적인 정체성을 구축하여 전 세계의 대중에게 어필하려는 시도는 논리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이름을 신중하게 짓듯이 한국도 세계에 어떠한 이미지를 내세울 것인지 세심한 주의를 가지고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국가의 정체성은 새벽의 햇살이 높은 산의 숲 자락을 자연히 따스하게 비추듯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정체성이란, 옛 장인들이 하루하루를 바쳐가며 팔만대장경의 목판을 조각했던 것처럼 정성껏 빚어야 하는 것입니다.

‘판소리’와 ‘K-pop’을 검색해 보면 나타나는 결과의 표현과 강조의 뚜렷한 차이를 통해 한국이 세계에 어떤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판소리’를 검색하면 약 25만 5천 건의 결과가 나오지만 ‘K-pop’을 검색하면 무려 7억 8천3백만 건에 달하는 결과가 나옵니다. 한류 열풍은 분명히 최고조에 이르렀지만, 그 물결은 서구의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여겨질 음악, 음식, 영화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많은 아이돌 가수는 서구 음악을 직접적으로 표절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K-pop 산업 자체도 흑인 미국인 작곡가와 안무가들의 작품을 합당한 보상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도 받아왔습니다. 한 피해자 아티스트인 미카 파월(Micah Powell)은 “K-pop은 영감을 얻기 위해 서구를 바라본 뒤, 의도적이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신들의 것이 아닌 문화를 상업적으로 활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여러모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특히 한국이 이토록 풍부하고 복합적인 문화적 역사를 지닌 나라임을 고려할 때 국제적인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표절이라는 방법을 택하는 것은 매우 경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또 다른 질문 하나를 던져볼 수 있습니다. 왜 한국은 서구적인 요소로 가득한 K-pop의 확산에 집중하고 한국 고유의 문화를 알리는 것에는 소극적인 것일까요? 물론 한국을 더욱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바라보도록 독려했던 시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한국학중앙연구원 국제교류처 한국바로알리기사업실에서 발행한 ‘한국이해자료’와 같은 심층적이고 문화적 요소를 잘 살린 자료들은 일반 시민들도 한국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고 평가받았습니다. 실제로 ‘한국이해자료’에 담긴 내용은 한국 문화의 발전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서적은 저자의 의도만큼 일반 대중이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The Understanding Korea Series (UKS)’의 제11권 ‘한국의 음식’ 편의 어휘와 문장구조를 분석해 보면 독자의 독해 능력이 최소한 대학원 수준 이상이 되어야 책에 담긴 문화적 표현과 의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UKS’는 IELTS 기준 7.0~8.0 수준의 독자에게 적합한 수준이며, 이는 평범한 독자의 읽기 능력 수준 이상으로 책을 통해 한국을 홍보하는 것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반면 K-pop과 관련된 정보 및 홍보 콘텐츠는 IELTS 4.0~5.0 수준으로 독자들이 훨씬 더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IELTS 4.0~5.0 수준은 평균적인 미국 중학교 7~8학년 수준으로 이러한 점이 K-pop이 한국 정체성의 일부로서 전 세계에 성공적으로 확산할 수 있던 것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정보 접근성의 효과는 현대 시대에서 K-pop이 보이는 바이럴 마케팅 경향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평균적인 인터넷 사용자들도 상대적으로 낮은 IELTS 수준에 머물러 있기에 더 쉽게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첫째로, 한국 문화의 복잡성을 더욱 효과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종합 보고서를 바탕으로 홍보 자료의 내용을 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세계의 평범한 시민이 대학원 수준의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접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이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일입니다. 또한, 읽기 수준을 고려하여 콘텐츠를 더욱 쉽게 만드는 것이 콘텐츠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독자가 자신의 수준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 스스로 탐색하고 이해할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향후 ‘UKS’의 접근성이 개선된다면 한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상 독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둘째로 한국의 역사서 및 안내서를 다양한 읽기 수준에 맞춰 다듬는다면 서구적인 시각에 의존하는 홍보 방식 역시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K-pop을 통한 홍보 노력 자체를 없앨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자체적으로 홍보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한국은 서구적인 시각에서의 무거운 족쇄를 떨치고 스스로의 목소리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고유의 개성을 드러내는 보다 친숙한 자료를 활용함으로써 한국은 전 세계를 무대로 진정한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국의 문화적 성취를 앞으로 수 세기 동안 보존하고 확산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에 있어 세계 속에서 자국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보다 더 큰 보상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이 과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뤄낼 자격이 있습니다.

[장려상]
O'Hair Hailey Earlene

(활동국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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