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한국 전통음악, 세계와의 조우:
『종묘제례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기반 문화 확산 프로젝트
김수영
프랑스 로크부른 음악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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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에서 한국어 교육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단순한 언어 습득을 넘어서는 “문화적 몰입형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전통음악과 같은 무형유산은 한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체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음악은 언어와 달리 국경을 초월한 직관적 소통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프로젝트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 모바일 앱 구축, 그리고 프랑스 현지 음악 교육기관과의 워크숍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를 효과적으로 세계에 알리고자 하였다.
디지털 기반 교육 콘텐츠 개발프로젝트의 첫 단계는 『종묘제례악』의 역사적·문화적·음악적 가치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 제작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영상들은 실제 악기 연주와 설명을 병행하며,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제례악의 형식과 의례성을 친근하고 몰입감 있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였다. 이러한 콘텐츠는 아동부터 성인 학습자, 그리고 교수자들까지 폭넓은 대상을 고려하여 설계되었으며, 실제로 프랑스 현지 음악 교수자들의 수업에 활용되기도 하였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확장성
영상 콘텐츠를 보완하고 학습자의 자율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본 프로젝트에서는 전용 모바일 앱도 개발하였다. 이 앱은 『종묘제례악』의 악곡 해설, 악기 소개 등을 탑재하여 사용자가 스스로 콘텐츠를 탐색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이 앱은 프로젝트의 공동 책임자인 종묘제례악 이수자 박수희 선생이 주도적으로 개발하였으며, 이를 통해 향후 콘텐츠 업데이트와 유지보수 또한 문화유산 전문인이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였다. |
현지 맞춤형 워크숍과 교육 실습
이론 중심의 학습을 넘어서는 실습형 워크숍은 본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프랑스 남부 앙티브 음악학교(Conservatoire d’Antibes)에서 열린 워크숍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직접 한국 전통 악기들을 만져보고, 간단한 제례악 선율을 연주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단순히 악기를 체험하는 것을 넘어서, 참가자들은 음악에 담긴 유교적 가치, 의례의 상징성, 그리고 한국의 예술적 정체성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는 단순한 음악 수업이 아닌 “문화적 감각의 이식”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효과와 확장 가능성
이 프로젝트는 전통문화 보존과 전파, 그리고 디지털 기술의 융합이라는 점에서 교육적·문화적으로 높은 의의를 지닌다. 프랑스 음악학교와의 협업을 통해 현지 커리큘럼 속에 자연스럽게 『종묘제례악』이 녹아들었고, 모바일 앱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콘텐츠 접근성을 확보하였다. 또한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수렴하여 향후 퀴즈 기능 강화, 증강현실(AR) 악기 체험, 가상 제례 참여 기능 등의 개발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 내외의 문화기관들과의 협업 역시 확대할 계획이다.
결론
전통은 단지 과거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생명력이다. 『종묘제례악』은 그러한 전통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본 프로젝트는 이 유산을 세계 청년들에게 알릴 수 있는 가능성과 확장성을 입증하였다. 앞으로도 디지털 기반의 문화 콘텐츠와 현장 중심의 교육활동이 어우러진 복합형 프로젝트가 더 많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지속적 지원이 이러한 글로벌 한국학 확산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