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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커스

한국의 전통놀이 - 4

종교와 전통놀이

한국사람들은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는 불교와 도교, 무속, 조선시대에는 유교 등 다양한 시대에 따라 다양한 종교를 신앙하여 왔다. 이 글에서는 유교와 불교, 무속에 기원을 둔 전통놀이를 알아보고자 한다.

1. 유교: 초중종놀이

시조나 한시, 삼자시(三字詩) 등에서 특정한 부분을 말하면 그에 해당하는 내용 중 나머지를 외거나 바닥에 있는 해당 구절을 가져오는 놀이로 글자를 알고 있어야 하기에 서당에서 공부하다가 쉴 짬을 이용해 많이 하던 놀이로 '초중종놀이'라고도 한다. 화가투와 비슷하나 화가투가 시조에 국한 되었다면 이 놀이는 시조를 포함해서 음률이 있는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놀이 도구가 있을 때도 있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다르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과 『일성록(日省錄)』에 정조가 세자의 학습 정도를 묻는 내용이 있는데 신하에게 아래와 같이 말한다. 날마다 『당음(唐音』을 외우고 있는데 어느 시(詩)의 어느 글자이든 한 번 보기만 하면 마치 세상에서 말하는 초중종(初中終) 놀이처럼 전구(全句)를 암송하곤 한다. 이것을 가지고 보면 문자에 관한 일은 별로 힘쓰지 않아도 잘 할 것도 같다.

위의 내용을 보면 왕실을 비롯하여 양반가 자제들이 이 놀이를 많이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덕무의 『사소절(士小節)』에도 이 놀이에 대한 기록이 있고, 조구한말의 놀이 기록인 『한국의 놀이』에는 'Tcho─tyoung─tjyang'이라고 영문으로 이 놀이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한자 책을 펴 놓고 중국의 고전 송시의 첫 글자를 찾아 이를 많이 기록하는 사람이 이긴다고 하며, 따라서 당시(唐詩)를 많이 아는 사람이 유리하다고 한다.

이상의 기록으로 보아 초중종놀이는 조선시대에 글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누구나 아는 보편적인 놀이로 추정된다. 이후 서원이나 서당에서 한시나 시조 등을 자작(自作)하기에 앞서 선대의 좋은 글귀를 외기 위해 많이 한 놀이다. 공부를 많이 한 이가 특정한 소절을 외면 이를 알고 있는 아이가 나머지를 외는 일 대 다수의 형태로 진행되기도 하고, 패를 나누어 각 편의 대장이 상대편에게 문제를 내는 방식으로도 진행된다. 공부에 도움이 되는 놀이로 이러한 종류의 놀이에는 벼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승경도놀이(종경도), 각 지역의 명승지를 알게 하는 남승도놀이, 지방의 위치며 특징을 익히는 고을모둠 등이 그것이다.

2. 불교: 성불도 놀이

성불도놀이는 깨달음을 이루어가는 과정으로 구성된 불교의 놀이이다. 도판과 주사위와 말을 사용하여 육도윤회(六道輪廻)에서 벗어나 성불에 도달하는 과정을 놀이로 만든 것이다. 여섯 면에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여섯 자를 한 글자씩 쓴 주사위 세 개를 던져서 글자의 조합에 따라 도판에 적힌 육도의 무수한 길을 따라가며, 윤회에서 벗어나 먼저 대각(大覺)에 이르는 자가 이기게 된다.

이 놀이는 『현행경(現行經)』에 나오는 정토 발원 기도를 변형하여 고려시대에 고안되었다. 불가(佛家)에서 전해 내려오던 것을 조선 초에 하륜(河崙)이 도판에 따라 규칙을 새롭게 만들었다. 하륜이 이 시기에 관직에 오르는 과정을 구성한 승경도(陞卿圖)놀이도 제작한 것으로 보아, 성불도를 참조하여 이와 비슷한 승경도를 만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서산 대사가 재정비하여 현재 전하는 성불도놀이의 체계로 만들었다. 서산 대사는 "늙고 힘없이 사찰에서 지내는 이들이 이 성불도를 얻는 것은 해를 매달아 시간을 늘림과 같고, 병들어 열이 치솟는 자는 찬물에 움켜쥠과 같다."라고 하였다. 이는 즐거운 놀이로써 불법에 가까이 갈 수 있게 하여 불가의 활력이 됨을 뜻한다.
성불도판 놀이 방법은 서산 대사의 『고기(古記)』와 이능화의 『중간기(重刊記)』 등에 기록되어 있다. 놀이판의 구조는 크게 외부와 내부로 구분하여 외육도(外六道) 내삼문(內三門)을 두었다. 사각의 바깥쪽에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천상의 육도에 윤회하는 세계를 나열하고, 안쪽으로는 염불문·경절문·원돈문을 배치하였다. 내부는 다시 1〜49위로 구분하고, 외부는 50〜107위로 구분하였다. 따라서 육도 중 인간에 해당하는 인도(人道)의 발심에서부터 시작하여 외부를 돌다가, 내부로 들어와야 대각에 갈 수 있게 된다.

놀이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사위 세 개를 두 손으로 공손히 모아 들고 경건한 마음으로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면서 던지고, 참가한 모든 이들도 함께 나무아미타불을 부른다. 주사위에 나타난 글씨에 따라 정해진 규칙에 따라 놀이판의 말을 옮기게 된다. 예를 들어 불(佛)자가 세 개 나오면 육도의 어느 곳에 있든지 회광전(回光殿)으로 바로 가고, 남(南)자가 세 개 나오면 육도의 어느 곳에 있든지 해태굴(懈怠窟)로 바로 간다. 3불(佛)이 세 번 나오거나 3타(陀)가 세 번 나오면 한 번 더 던질 수 있는 기회를 얻고, 3미(彌)나 3아(阿)가 세 번 나오면 2타와 같은 것으로 다룬다.
벌칙도 상세하다. 염불을 하지 않고 주사위를 던지면 점수와 관계없이 뼈 없는 벌레로 태어나는 무골충(無骨蟲)으로 가고, 화를 내거나 희롱하는 자는 인도의 천민 계급인 전타라(栴陀羅)로, 속임수를 쓰면 눈과 귀가 멀고 말을 못하는 맹롱아(盲聾啞)로 떨어진다. 주사위를 멀리 요란하게 던지거나 한 손으로 던지면 변지(邊地)로 가고, 염불할 때 다른 사람보다 먼저 또는 늦게 부르거나 좋은 패가 나오도록 '삼불' 등을 외치면 무효가 된다.

먼저 성불에 이른 이에게는 부처처럼 콧수염과 백호를 그리고 축하하였다. 부처를 이루었기에 법문을 할 수 있어 제자가 먼저 성불하면 스승이든 노승이든 그에게 예를 하고 법문을 듣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또한 이 놀이는 참여한 모든 이들이 성불해야 끝내도록 하여, 먼저 대각에 도달한 이도 마지막까지 함께 어울려서 제도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여러 사찰에서 이 놀이판이 전승되고 있으며, 근래에도 연말이나 연초에 승속이 함께 어우러져 행하기도 한다.

성불도놀이는 우리나라 불가에 드물게 전하는 수행자들의 놀이이다. 재가 불자나 초학자들도 놀이를 통해 불교의 교리와 세계관을 흥미롭게 익힐 수 있으며, 수행자들은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되새기면서 심신을 고양시키는 격조 높은 불교 놀이로서 가치를 지닌다. 특히 즐겁게 놀이하되 규칙이 엄정하고, 불성의 평등함과 대중화합의 의미를 담고 있어 여가를 수행의 연장으로 활용해온 불교 전통을 살필 수 있다.

3. 무속

무속의 제의양식은 굿이다. 굿은 곧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가무가 중심이 되는 제의양식을 취하고 있다. 굿에서 노래와 춤은 신을 즐겁게 하여 신으로 하여금 인간의 소망을 이루어 주도록 하는 기원 행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사제의 굿은 인간을 즐겁게 하는 놀이 양식과 일치한다. 인간의 가장 적극적인 놀이양식이 곧 노래와 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무당들 스스로도 굿판에서 가무로 신명풀이를 하지만, 제주(祭主) 들도 굿판에서 무당들과 어울려 가무를 즐긴다. '며느리 춤추는 꼴 보기 싫어 굿 못하겠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것은 굿의 놀이의 성격을 잘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을굿의 경우 놀이의 성격이 더 강하다. 마을굿은 서낭굿 또는 별신굿, 도당굿 등으로 불리는데 축문을 읽고 기원하는 동제(洞祭)와 달리 마을의 풍물잡이가 중심이 되는 제사이다. 이 때에는 신문이나 남녀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참여하여 공동으로 제의를 바치고 풍물굿의 신명을 즐기는 마을 축제가 된다. 국중대회의 잔존형태라고도 볼 수 있다.

경상북도 안동의 '하회별신굿'은 농촌 별신굿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별신굿의 일환으로 연행되는 하회탈춤은 추는 이나 보는 이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신분사회의 모순을 풍자하는 가운데 놀이로써의 즐거움도 만끽한다.

어촌에서 하는 별신굿에서도 탈춤을 비롯한 각종 놀이양식이 무속 의례와 함께 베풀어진다. 별신굿을 담당하는 세습무(世襲巫)들은 특히 오락성과 연예성이 강하다. 굿의 영험성 보다는 노래를 잘 부르고 춤을 신명나게 추며 굿을 흥미롭게 이끌어나갈 때 주민들로부터 굿을 잘한다는 칭차을 듣고 훌륭한 무당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별신굿에서는 구경거리가 되는 놀이 형식의 잡희들이 많다. 원님이 부임하여 기생 점고하는 놀이를 하거나 중도둑잡이 잡희를 벌이는 것은 제의라기보다 놀이에 가깝다.

어촌의 별신굿에서는 놀이굿이 별도로 있기도 하다. 무당들이 하는 굿거리 사이에 몇 차례씩 마을사람들이 굿마당에 각자 나와 풍물장단에 맞추어 춤과 노래를 직접 즐기는 것이다. 무당들이 하는 굿거리에서도 신명이 나는 사람들은 무당과 어울려 춤을 추기도 하지만, 놀이굿에서는 무당들이 아예 굿판을 비워주고 마을 사람들이 흥겹게 놀도록 거들어주는 구실만 한다. 이와 같은 놀이굿은 하루의 굿을 마치고 다음날 굿을 시작할 때까지 밤새도록 굿판에서 계속되기도 한다.

굿의 마지막에 모든 신들을 배송하는 거리굿은 해학과 풍자, 재담과 노래, 욕지거리와 과장된 몸짓 등으로 관중을 사로잡는 놀이마당이 된다. 제의현장인 굿마당에서 놀이가 벌어지는 것이다.

Infokorea 2020
<인포코리아>(Infokorea)는 외국의 교과서 개발자와 교사 등 한국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을 위해 개발된 한국 소개 잡지입니다. 외국의 교과서 저자나 편집자들이 교과서 제작에 참고할 수 있고, 교사들이 수업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한국 관련 최신 정보를 제공합니다. 또한, 한국의 문화, 사회, 역사, 경제 관련 주제를 특집으로 제공합니다. 2020년 호의 주제는 '한국의 전통놀이'입니다.

발행 |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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