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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홍콩 소재 대학에서의 한국학 교육 동향:
한국어문화 교과과정을 중심으로

김선아
홍콩이공대학 교수
그동안 해외의 한국어문화 교육에 대한 소개가 많이 되었지만, 홍콩의 대학 학부 과정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어문화 교육의 현황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본 발표문에서는 홍콩의 학부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어문화 교육 현황을 한국학/한국어 전공/부전공 과정을 개설한 주요 대학 4곳의 교과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홍콩 대학에서의 한국학과 한국어문화 교육은 시작된 지 20년이 되어가면서 서서히 정착되어 가는 중이다. 둘째, 한국학/한국어 전공/부전공 과정을 개설한 학과의 성향과 특징에 따라서 필수 이수 과목으로 지정한 한국어 과목과 한국문화 과목의 비중이 학교마다 조금씩 달랐다. 셋째, 홍콩의 학부 과정에서는 전공과 부전공 구분 없이 대체로 한국문화보다 한국어에 좀 더 치중된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특징이 있었다. 앞으로 홍콩에서 한국학 및 한국어문화 교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한국어문화 수업과 이를 위한 교재가 더 많이 개발되고, 광동어 모국어 학습자를 위한 효과적인 한국어 발음교수 방법이 발전되며, 홍콩의 중등교육이수시험(HKDSE)에 한국어가 시험과목으로 포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1. 서론

한류로 인해 세계적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에서 한국어문화를 배우는 학습자들의 수가 늘어가고 있고, 그 지역 역시 다양화되어 가는 추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문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기관 중 하나가 해외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해외 대학에서의 한국학 및 한국 어문화 교육에 대한 소개는 활발히 되어온 편이다. 해외 한국학 상황을 전반적으로 정리한 곽수민(2012)을 비롯해서, 중국(박경우·민영란, 2013; 손정일, 2003; 송현호, 2012; 이해영 외, 2007; 조항록, 2005), 대만(곽추문, 2008, 2014; 박병선, 2014; 왕청 동, 2015; 증천부, 2003), 몽골(이안나, 2007) 등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프랑스(조태린, 2013), 스페인(민원정, 2008) 등 서유럽 지역의 한국학 교육 현황이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비해 홍콩 소재 대학에서의 한국학 및 한국어문화 교육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인데, 홍콩의 대학 내 그 현황에 대한 보고서는 중국어권의 다른 지역인 중국 혹은 대만과 비교했을 때에도 그 수가 매우 적다. 중국이나 대만에 비해 역사가 짧은 탓이겠지만, 그나마 최근의 상황도 잘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더 소개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홍콩의 한국학 및 한국어문화 교육 상황은 인접한 중국 대륙의 상황과도 큰 차이가 있다. 홍콩은 1997년에 중국에 귀속되기 전, 1842년 난징조약 이후 150여 년을 영국의 식민지로서 영국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독특한 역사적 배경에서 홍콩은 중국과는 다르게 발전해 왔고, 아직까지도 홍콩의 언어,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은 중국과는 구별된다. 이 때문에 홍콩인들이 한국어문화를 배우려는 동기와 홍콩 내 교육기관(특별히 대학의 학부과정) 의 교육목표 역시 중국과는 다른 특색이 있다. 중국 대학에서의 한국학 및 한국어문화 교육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현지인들을 채용하면서 급속적으로 발전해 온 반면(박경우·민영란, 2013), 홍콩에서는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홍콩인들의 관심에서부터 한국어문화 교육이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왔다(Kim Kang, 2010; 오선영, 2014; 이수경, 2011). 중국과 홍콩의 사회적 여건과 학습자들의 학습 동기가 상이하기 때문에, 중국과 홍콩 대학에 개설된 한국어문화 교과과정 역시 그 초점과 내용에 차이가 있다.

홍콩의 한국어문화 교육상황은 Kang Kim(2010), 이수경(2011), 오선영(2014)에서 서술된 바가 있지만, 선행 연구들은 홍콩 소재 대학의 학부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한국어문화 교육이나 교과과정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었다. Kang Kim(2010)은 홍콩에서 한국어 교육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첫 10년인 홍콩과기대의 부설어학원에서 한국어 강좌가 처음 개설된 1998년부터 2009년까지의 상황을 정리하였는데, 당시의 상황을 성인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원 등 기관에서 이루어진 한국어교육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이수경(2011)은 홍콩중문대학 전업진수학원의 한국어문화부 학사과정과 같은 기관에서 한국어 강좌를 수강하는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서술하였고, 홍콩의 대학 학부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한국어문화 교육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오선영(2014)의 논문에서 홍콩 소재 대학들에 개설된 한국학 현황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고 정리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한국학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2. 홍콩의 지역적 특징과 주요 대학에서의 한국어문화 교육

2.1. 홍콩의 지역적 특징
홍콩이 1997년 7월 1일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중국 정부의 영향을 많이 받고 중국화 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지만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에 따른 '중국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中華人民共和國 香港 特別行政區, Hong Kong Special Administrative Region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라는 공식적인 명칭처럼 기본적으로 홍콩은 행정, 사법, 입법, 교육, 언어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중국 대륙과는 뚜렷이 다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홍콩이 중국 대륙과 다른 점은 홍콩의 언어생활에서부터 확실히 드러난다. 1997년 중국에 귀속된 후 홍콩은 '양문 삼어(兩文三語)'라는 언어정책을 채택했기 때문에, 현재 홍콩에서는 홍콩의 방언인 광동어(Cantonese)와 영국 식민지 시대의 공용어였던 영어, 그리고 중국 대륙의 표준어인 보통화(Mandarin)라는 세 개의 입말과 한자와 영어라는 두 가지 글말이 공식 언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는 광동어가 가장 많이 쓰이고, 그다음으로는 영어가 널리 사용된다.

이러한 상황은 학교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홍콩의 초, 중, 고등학교의 교수언어(Medium of Instruction)는 대부분 광동어이고, 대학에서의 공식적인 교수언어는 영어이다. 이는 지역 방언과 영어가 공식 언어로 포함되지 않고, 학교 교육에서도 전혀 사용되지 않는 중국 대륙과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대학 내 한국학/한국어 과정의 설립 배경에서도 홍콩은 중국과 뚜렷하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 중국에서 한국어 교육이 성장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혹은 한국과 교류하는 중국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에서 비롯되었다면(곽수민, 2012; 박경우·민영란, 2013), 홍콩에서는 한류로 인한 홍콩인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국어문화 학습으로 이어진 경우다(Kang Kim, 2010). 또한 중국과 비교했을 때 홍콩의 한국어문화 교육의 역사는 매우 짧다. 중국의 대학에서 첫 한국학 관련 학과가 설립된 것이 1950년대 전후(송현호, 2012)인데 반해, 홍콩의 학부 과정에서 학점이 인정되는 한국 관련 강좌가 처음으로 개설된 것은 2003년 홍콩성시대 (Kang Kim, 2010; 오선영, 2014)에서였으니 역사가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2.2. 홍콩 내 주요 대학에서의 한국어문화 교육
홍콩에는 고등교육 기관이 22개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홍콩 대학보조금위원회(University Grants Committee; 大學敎育資助委員會; 약칭 UGC)의 지원을 받는 8개 공립대학을 주요 대학으로 본다. 홍콩의 UGC 는 1965년 영국의 UGC를 따라 만들어진 것인데, 홍콩 정부가 UGC에 대학의 보조금을 결정하는 독립적인 지위를 맡겨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Tang, 2010). 영남대(Lingnan University; 嶺南大學; LU), 홍콩과기대(Hong Ko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香港科技大學;HKUST), 홍콩교육대(Education University of Hong Kong; 香港教育大學; EdUHK), 홍콩대(University of Hong Kong; 香港大學; HKU), 홍콩성시대(City University of Hong Kong; 香港城市大學; CityU), 홍콩이공대(Hong Kong Polytechnic University; 香港理工 大學; PolyU), 홍콩중문대(Chinese University of Hong Kong; 香港中文大學; CUHK), 홍콩침회대(Hong Kong Baptist University; 香港浸會大學; HKBU)가 홍콩 UGC의 지원을 받는 8개 대학이다.

현재 홍콩대에만 한국학 전공과 부전공 과정이 함께 개설되어 있고, 다른 3개의 학교에는 부전공만이 개설되어 있다. 각 대학에서 한국어문화 관련 전공과 부전공이 속해 있는 부문은 지역학(홍콩대와 성시대) 혹은 언어학(이공대와 중문대) 중심의 학과나 단과 대학이다. 한국학 전공이 따로 있는 홍콩대의 경우에도 한국학과로 독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 언어와 문화 학원' 내 다양한 지역학 전공 가운데 하나로 한국학전공으로서 개설되고 있다. 홍콩이공대의 '한국어' 부전공 과정을 제외하고는, 다른 세 학교는 '한국학'이라는 보다 큰 범주를 전공 혹은 부전공의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개설된 과목의 수는 한국학전공이 개설된 홍콩대가 49개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이공대(15개), 마지막으로 성시대와 중문대(각 13개) 순이었다. 홍콩대는 홍콩에서 한국학 전공이 개설된 유일한 학교라는 사실 외에도 한국학 전공/부전공 과정에서 개설하는 과목들이 모두 6학점이라는 점이 다른 학교들과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었다. 홍콩대의 한국학전공 학생들은 교과과정에 따라 12과목(72학점), 한국학부전공 학생들은 6과목(36학점)을 수강해야 한다. 이공대, 성시대, 중문대의 한국학/한국어 부전공과정에서도 6과목을 이수해야 하지만, 이들 학교에서는 각 과목이 3학점이기 때문에 총 이수학점은 18학점으로서 홍콩대의 한국학부전공이 요구하는 36학점의 절반이다. 이는 전공과 정을 운영하고 있는 홍콩대가 다른 학교에 비해서 강화된 부전공교육을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설된 과목을 언어와 문화로 분류해서 보았을 때, 학교에 따라서 한국문화와 한국어 과목의 비중이 달랐다. 홍콩대와 성시대의 경우에는 교과과정에 한국문화 과목이 50% 이상(홍콩대 55%, 성시대 54%) 개설되어 있는 반면, 이공대와 중문대는 한국어 과목이 60% 이상(이공대 60%, 중문대 85%)이나 된다. 이는 홍콩대와 성시대에서 한국학 전공이나 부전공을 개설한 주체가 지역학 전통이 강한 반면, 이공대와 중문대에서 한국어/한국학 부전공을 개설한 학과가 언어학 중심이라는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4개 대학 내 한국어문화 전공/부전공 과정에 개설된 교과과정을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3. 홍콩 내 주요대학의 한국어문화 전공/부전공 교과과정

3.1. 홍콩대의 한국학 전공과 부전공
홍콩 소재 대학 내 정규 학부 과정의 전공으로는 2012년에 개설된 홍콩대의 한국학전공이 유일하다. 그러나 한국학 전공은 홍콩대 내에서 한국학과라는 독립된 학과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문대(Faculty of Arts) 내 '현대 언어와 문화 학원(School of Modern Languages and Cultures)'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점은 홍콩대 한국학전공 과정의 방향과 특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현대 언어와 문화 학원'은 지역학 과정과 외국어 과정으로 분리되는데, 지역학은 일본학, 유럽학, 미국학, 국제 창조산업학, 한국학, 아프리카학, 중국학 7개 부문으로, 외국어 과정은 불어, 독어, 일본어, 한국어, 스페인어, 아랍어,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포르투갈어, 스웨덴어, 타이어 11개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다. 해당 학원은 외국어보다는 학제적 접근을 통한 지역학 연구 및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었고, 따라서 한국학전공 역시 학제적 접근과 지역학적 경향을 취하는 과목을 많이 개설하고 있었다.

홍콩대의 한국학 전공/부전공 과정에는 총 49개의 과목이 개설되어 있는데, 주목할 점은 이들 과목이 모두 6학점으로 수업 시수가 홍콩 소재 다른 대학에서 개설되는 한국학 과목들의 3학점보다 2배가 많다는 것이다. 시수가 높은 만큼 홍콩대에서는 학생들이 한 과목을 수강함으로써 배우는 내용이 다른 학교에 비해서 많을 것임을 시사하는데, 특별히 학생들의 연습이 많이 요구되는 한국어 과목에 바람직한 운영이라고 여겨진다.

홍콩대에서 한국학 전공을 하려면 6학점으로 구성된 49개의 개설 과목 중에서 총 72학점(12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12과목 중 7과목(42학점)은 필수 과목으로 정해져 있다. 전공필수로 한국어과목 5개('한국어 I.1', '한국어 I.2', '한 국어 II.1', '한국어 II.2', '한국어 III.1'), 문화과목 1개('한국 문화와 사회 입문'), 마지막으로 졸업 전에 한국에 대한 주제를 선택해서 연구를 진행한 후 이를 논문으로 완성하는 프로젝트 과목 1개(언어 혹은 문화과목)가 있다. 그 외 '학제간 선택과목'으로 최소한 5과목(30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5개의 선택과목 중에서 적어도 2개의 한국어 과목과 2개의 문화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설계된 홍콩대 한국학 전공의 교과과정에서 학생들은 적어도 7과목(42학점)의 한국어 과목(58%)을, 3과목(18학점, 25%)의 한국문화 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게 된다.

홍콩대에서 한국학 부전공으로 졸업하기 위해서는 6과목(36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4개의 필수과목('한국어 I.1', '한국어 I.2', '한국어 II.1', '한국어 II.2')이 모두 한국어 과목이다. 나머지 2과목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데, 이 중 1과목은 문화 과목이어야 한다. 따라서 홍콩대의 한국학 부전공 교육과정에서는 한국어 과목을 최소 4과목(67%)에서 최대 5과 목(83%)을 수강하도록 설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전공이나 부전공 교육과정에서 한국어 과목의 비중이 더 높은데, 상대 적으로 이수학점이 적은 부전공 과정에서 한국어 과목의 비율이 전공 과정보다 더 높음을 볼 수 있다. 한국학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교과과정에서 한국어 과목의 비율을 좀더 높인 것으로 보인다.

홍콩대 한국학 전공/부전공 과정에 개설된 49개 과목 중 문화 관련 과목은 27개, 한국어 과목은 22개였다. 문화 과목은 숫자가 많은 만큼, 과목의 주제도 한국문화와 사회, 대중문화, 모더니티, 문학, 사상, 정치, 젠더, 한국전쟁, 북한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고, 과목이 다루는 시기도 보통 현대에 집중되어 있지만 현대 이전의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과목도 있다. 무엇보다도 홍콩대에 개설된 문화 과목에는 학제간(interdisciplinary) 과목이 풍부하다는 특징이 있다.

교과과정 안에 '한국의 예술', '한국화의 역사'라는 예술사 과목 2개, '일본과 세계: 1550-1850'이라는 일본학 과목 1개, '동아시아의 국제관계'와 '아시아 경제발전의 기적과 그 이후'라는 사회과학대 과목 2개, 총 5과목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어 과목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언어 영역이 통합된 수업이 1단계부터 4단계까지, 각 언어 영역을 따로 떼어서 심화하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수업이 따로 개설되어 있다. 이 외에도 비지니스 한국어, 영-한 번역, 중-한 번역, 한국어 뉴스, 미디어를 통한 한국어, 외국어로서 한국어 교수 입문 과목 등이 따로 개설되어서,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과 필요에 따라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또한, 여름 학기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체결된 한국의 기관에서 60시간 이상의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한국 언어 연수' 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개설하여, 학생들에게 한국어 몰입 교육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3.2. 홍콩성시대의 한국학 부전공
홍콩성시대의 한국학 부전공 과정은 인문사회대학(College of Liberal Arts and Social Sciences) 내 아시 아와 국제학과(Department of Asian and International Studies)에 속해 있다. 학과에는 지역학에 초점을 맞춘 '아시아와 국제학 전공'과 '아시아학 부전공', '국제학 부전공', '개발학 부전공', '일본학 부전공', '한국학 부전공'이라는 5개의 부전공과정이 설치되어 있다. 학과의 교수진이 모두 지역학 전공자이다 보니 해당 학과에서는 문화 관련 과목만을 개설하고 한국어 과목은 같은 단과대학 내 영어와 외국어 과목만을 전문으로 교육하는 어학 센터(Language Center)에서 개설하여서, 한국학 부전공과정 안에서 한국문화와 한국어 과목(한국어학 포함)의 운영주체가 분명하게 구분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것이 성시대의 한국학 부전공 과정이 다른 3개의 대학들과 분명히 차이가 나는 점이라고 할수 있다.

성시대 부전공 과정에는 총 13 개의 과목이 개설되어 있고, 이 중에서 6과목인 18학점을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개설 과목의 수는 한국어(6개)보다는 한국문화 과목(7개)이 조금 더 많았다. '초급 한국어 1', '초급 한국어 2' 라는 한국어 과목 2개와 '한국 사회 입문'과 '한국 문화'라는 문화 과목 2개를 필수과목으로 정하여서, 한국학 부전공과 정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비중을 50%씩 동일하게 두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필수 과목으로 한국어 과목을 더 많이 수강하게 하여 한국어 능력 배양을 더 강조한 홍콩대, 홍콩이공대, 홍콩중문대의 한국학/한국어 부전공 과정과 비교하면, 홍콩성시대는 상대적으로 한국문화에 비중을 두어 교과과정을 편성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학 부전공이 지역학 중심 학과에 설치되어 있고, 한국어과목의 경우 해당 학과 밖에서 개설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수 학점을 위한 나머지 2개 과목은 선택과목에서 수강하게 되어 있는데, 한국어 과목으로는 중급 단계의 한국어 과목 2개와 고급 수준의 말하기와 쓰기를 중점적으로 학습하는 '실용 한국어 말하기'와 '실용 한국어 쓰기'의 총 4개의 과목이 있었다. 문화 과목으로는 한국어학, 한국 기업 경영을 중국 및 일본과 비교, 영화를 통한 한국의 이해, 한국의 현대 대중문화에 대한 내용으로 4개, 그리고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갈 수 있는 과목이 하나, 총 5개가 개설되어 있다.

3.3. 홍콩이공대의 한국어 부전공
다른 세 학교와는 달리, 홍콩이공대는 '한국학'이 아닌 '한국어'를 부전공의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한국어 부전공 과정이 속해 있는 학교 및 학과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이공대는 기본적으로 실용적이고 응용 적인 교육 및 연구를 지향하기 때문에, 한국어부전공이 속한 '중국어와 이중언어학과' 역시 응용언어학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학교의 실용적인 성향과 응용언어학 중심인 학과의 특성을 따라, 부전공 과정 역시 한국문화보다는 한국어에 치중되어 있다. 홍콩이공대의 한국어 부전공 과정은 3학점인 과목 15개를 개설하고 있다.

이공대 한국어 부전공 과정에 개설된 15과목 중 언어과목은 9개이고, 6개가 문화 과목이다. 언어 과목으로는 말하 기, 듣기, 읽기, 쓰기라는 4가지 언어 영역을 통합해서 가르치는 초급, 중급, 고급 단계의 한국어 과목 외에도 한국 드라마, 영화, 웹툰, K-pop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미디어 한국어' 과목과 한국문화를 주제로 해서 한국어를 배우는 '문화로 배우는 한국어', '한-중 통역과 번역' 과목이 개설되어 있다. 이공대의 한국어 과목의 특징으로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한 가지 언어 능력에 집중하는 과목 대신, 미디어와 문화를 통해서 한국어를 배우는 과목들이 개설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문화 과목으로는 한국의 전통과 현대 문화를 개괄하는 '한국인의 삶과 예술', 한국의 역사와 현대사회의 특징을 통해 한국인의 문화 정체성을 탐구하는 '한국인의 문화 정체성', 동아시아 사회와 문화, 역사, 영화를 비교하며 한국에 대해 배우는 1학년 교양 수업 3개가 있다. 이공대의 문화 수업 중에는 한·중·일이라는 동아시아의 맥락에서 한국을 이해하는 비교문화 수업이 6개의 한국문화 수업 중 절반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와 문화를 주제로 하는 문화 수업에서도 중국, 홍콩 및 외국과의 비교·대조를 통해서 한국문화를 파악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공대에서도 한국어 부전공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총 6과목(18학점)을 수강해야 한다. 초급과 중급 한국어 과목 3개와 '한국인의 삶과 예술'이라는 한국문화 과목을 합쳐서 4개가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4개의 필수 과목 중 3개(75%)가 한국어 과목이고 1개가 한국문화 과목(25%)이었다. 홍콩대와 중문대처럼 이공대 역시 부전공 교육과정에서 한국어에 좀더 비중을 두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택과목으로는 언어 과목 6개와 문화 과목 5개 중에서 2과목을 고를 수 있다.

3.4. 홍콩중문대의 한국학 부전공
홍콩중문대의 한국학 부전공은 언어학과 아랍어, 불어, 독어, 홍콩 수화, 이태리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태국 어라는 외국어를 중점적으로 교수하는 학과인 '언어학과 현대언어과(Department of Linguistics and Modern Languages)'에 개설되어 있다. 표5에서 볼 수 있듯이, 중문대의 한국학 부전공에 개설된 13개의 과목 중 11개는 언어, 나머지 2개는 문화 과목이다. 4개의 대학 중 중문대의 부전공 교과과정에서 개설 과목 수로 보았을 때 한국문화 과목에 비해 한국어 과목의 비중이 가장 큰 특성을 보였다. 또한, 부전공 이수를 위한 필수과목은 4개(12학점)인데, '한국어 2' 부터 '한국어 5'까지 모두 한국어 과목이었고 한국문화 과목을 필수 수강 과목으로 지정하지 않았는데, 한국문화 과목 수강을 부전공 이수의 필수조건으로 채택하지 않은 것은 4개의 대학 중 유일하다. 선택과목으로는 7개의 한국어 과목과 2개의 문화 과목 중 2개를 고를 수 있다. 언어학과 외국어를 중심으로 교육하는 학과에 속한 만큼, 중문대의 한국학 부전공 역시 개설과목과 교과과정 모두 한국문화보다는 한국어에 집중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사항은 중문대에서는 기초 한국어 과목인 '한국어 1'을 부전공과정에 개설했지만, 이수학점에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마도 부전공을 하는 학생들로 하여금 중·고급 단계의 한국어 과목을 더 수강하도록 유도함 으로써 부전공생들의 한국어 실력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른 학교에서도 참고할 만한 좋은 전략이라고 여겨진다.

4. 결론

홍콩에서 한국학 혹은 한국어 전공/부전공 과정을 개설한 대학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2010년 전후이다. 2003년에 부전공 과정이 설립된 홍콩성시대를 제외하고, 홍콩대, 홍콩이공대, 홍콩중문대의 한국학/한국어 전공/부전공 과정이 모두 이 때 설립되었다. 이는 2012/13학년도 신입생을 시작으로 홍콩의 대학학제가 기존의 영국식 3년제에서 북미식 4년제로 바뀌면서, 학부 교육에서 인문사회과학 중심의 교양교육(general education)을 강화하게 된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오선영, 2014). 홍콩의 대학들이 대대적으로 학부교육과정 개편을 준비하기 시작할 즈음에 홍콩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중이었기 때문에, 주요대학에서 한국학/한국어 부전공 설립이 매우 빠르게 추진될 수 있었다.

본문에서는 2010년 전후로 홍콩의 학부과정에서 급격히 확대된 한국어문화 교육상황을 홍콩 내 주요대학 4곳에 개설된 한국학 및 한국어 전공/부전공의 교과과정을 통해서 살펴보았는데, 그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홍콩 대학에서의 한국학과 한국어문화 교육은 시작된 지 20년이 되어가면서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다. 유일하게 한국학전공이 개설된 홍콩대에서 조차도 한국학과가 독립적으로 설치되어 있지 않고 '현대언어와 문화학원 (School of Modern Languages and Cultures)' 내에 한국학전공으로 속해 있고, 한국학/한국어 전공/부전공 과정이 개설된 곳이 홍콩의 주요대학 8개 중 아직 네 곳 밖에 되지 않는다. 둘째, 한국학/한국어 부전공과정에서 필수이수 과목으로 지정한 한국어과목과 한국문화과목의 비중이 학교 마다 조금씩 달랐는데, 이는 부전공과정을 개설한 학과가 지향하는 연구와 교육 방향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었다. 셋째, 홍콩성시대를 제외한 다른 3개의 대학에서는 전공과 부전공 구분없이 한국문화보다 한국어에 좀더 치중된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특징이 있었는데, 이는 한국어나 한국학을 전공/부전공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한국어능력 배양을 위해서는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앞으로 홍콩에서 한국학 및 한국어문화 교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 다. 첫째, 홍콩의 학습자들 대부분이 한국의 대중문화로부터 한국어문화 학습에 대한 관심과 동기를 얻는 만큼, 홍콩 에서 효과적이며 지속가능한 한국어문화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한국어문화 수업과 이를 위한 교재가 더 많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홍콩의 한국어학습자들 대부분은 광동어가 모국어인데 광동 어의 음운구조는 중국 대륙의 표준어인 보통화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광동어 모국어화자가 한국어를 발음할 때 실수를 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은 보통화 모국어화자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광동어 모국어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발음교수 방법을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심신애·김선아, 2016). 마지막으로는 홍콩에서의 일본학 발전상황을 참고해서 빠른 시일 안에 한국어가 홍콩의 중등교육이수시험(Hong Kong Diploma of Secondary Education Examination, HKDSE)에 시험과목으로 채택되도록 해야한다. 홍콩은 일본과 경제적으로 오랜 기간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만큼, 홍콩에서 일본어문화 교육의 역사는 50년이 넘고 아직까지도 홍콩에서 학습자 수가 가장 많은 외국어는 일본어이다(오선영, 2014). 홍콩의 주요대학에 일본학 전공 및 부전공이 개설되어 있고, 홍콩중문대에는 일본학과가 독립해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학 석사과정도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홍콩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중등교육이수시험 (HKDSE)에 일본어가 포함되어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홍콩에서 한국학과 한국어문화 교육이 지속적으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중등교육이수시험(HKDSE)에 한국어가 시험과목으로 포함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주홍콩한국영사관을 비롯한 한국의 정부기관들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보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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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도 한국학국제학술회의 발표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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