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한국학
“2억 명 인도 학생에게 대한민국을 알리다”
   교과서에는 그 사회와 국가에서 통용되는 규범과 가치체계가 인정하는 중립적이고 정제된 지식이 포함되어 있다. 외국 교과서에 한국의 역사, 문화, 경제 등에 관한 내용이 수록된다는 것은 한국이 학습 대상으로서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도와 같은 인구 대국의 교과서에서 한국에 관한 주제가 다뤄진다는 것의 영향력을 상상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인도는 연방제 국가로 다양한 언어와 문화, 사회적 배경 기반의 주정부 단위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교육의 등질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국가 단위의 커리큘럼과 이에 준거하여 작성된 표준 국정교과서는 각 주 단위에서 교과서를 제작하는 데 모범이 된다. 이러한 표준교과서를 발간하는 기관은 인도국립교육연구훈련원(National Council of Educational Research and Training, 이하 NCERT)으로, 국가 단위의 커리큘럼 입안은 물론 다양한 교수학습 자료, 부교재 등의 발간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는 오랜 노력 끝에 NCERT와 교류·협력 관계를 맺고 인도의 표준 교과서에 한국의 인쇄문화, 경제발전, 민주화 등에 관한 내용을 대폭 신설하는 성과를 냈다.

[그림 1] (좌) 12학년 정치학 교과서(2018년 발간): 한국의 발전상,    (우) 11학년 세계사 교과서(2018년 발간): 한국의 독립과 경제발전
   인도 교과서에 한국 관련 내용을 싣기까지에는 조금은 특별한 과정이 있었다. 10년여 전만 해도 인도를 방문했을 때 교과서와 관련된 기관 면담을 성사시키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인도 정부 부처와 교육계를 지배하는 분위기가 보수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자국의 교과서 내용이 대화의 주제가 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연구원은 주인도 한국대사관과 협조 체제를 마련하고 교과서 교류·협력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한 결과 인도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우리 연구원과 인도 NCERT가 교육협력 증진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여타 국가 사례와는 조금 다른 ‘교육협력’이라는 큰 틀에서 교류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외국 교육자들의 한국에 대한 중요 관심분야는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교육의 역할인데, 인도 NCERT 관계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우리 연구원이 가교가 되어 국내 교육관련 전문기관과의 교류 협력을 통해 한국-인도 교육협력 워크숍을 정례화해 개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 2] (좌) 제1회 한국-인도 교육협력 워크숍(2017.09.06.)    (우) 제6회 한국-인도 교육협력 워크숍(2022.10.31.)

[그림 3] (좌) 교과서 인도 교육 관계자들이 동해에 직접 발을 담그는 모습    (우) 한옥에서 전통 차를 즐기며 아침을 맞이하는 모습
   이 워크숍을 통해 한국과 인도 양국의 교류 확대는 물론 상호 이해도 넓어졌다. 동해를 찾아 직접 발은 담그기도 한 인도 교과서 관계자들은 인도 교과서의 ‘일본해’ 단독표기를 고쳐 ‘동해’도 함께 표기했고 한옥을 직접 체험해보며 인도 전통 문화와 비교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이처럼 인도와의 교과서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호 관심과 이해가 바탕이 되었기에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했으며 인도 교과서를 통해 인도 학생들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성과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인도 측에서 관심을 가진 주제 중 하나가 인류의 인쇄문화 발전에 기여한 한국의 역할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 관심의 결과로 인도 역사 교과서에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장경판’과 ‘직지심경’도 수록되었다.

[그림 4] (좌) 10학년 역사교과서(2018년 발간):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장경판    (우) 10학년 역사교과서(2018년 발간): 직지심경
   인도 교과서에 ‘직지심경’을 포함시키는 과정에서는 인도 측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동안 세계의 교과서에서는 구텐베르크의 성서가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 소개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원에서 발간한 Understanding Korea Series 2: Early Printings in Korea 책자를 제공하고 미국 등의 교과서에 수록된 직지에 관한 사례 등을 적극적으로 제시해 인도 교과서에 수록되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러한 인도 교과서의 한국 관련 내용 신설 성과는 우리 연구원뿐만 아니라 한국-인도 양국의 교류를 위해 노력한 많은 관계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한국-인도 양국의 상호 이해를 위해 노력하다 지난 2019년 1월 급작스럽게 타계한 故 프라사드 교수는 양국의 교육협력 관계를 이야기할 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분이기에 지면을 통해 늦게나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지위가 향상되고 경제와 문화 부문 중심으로 한국의 영향력은 점차 증대되고 있으며 외국에서는 한국의 발전 경험과 풍성하고 역동적인 문화를 향유하는 원동력을 공유하기 위한 교육의 역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연구원의 한국바로알리기사업을 통한 외국 교육자와의 교류·협력의 범위와 역할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림 5] (좌) 10학년 역사 교과서    (중간) 11학년 세계사 교과서    (우) 12학년 정치 교과서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