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칼럼
K-브랜드 전성시대, '한국 알리기' 앞서 '외국 배우기' 필요
   필자는 얼마 전 정부 기관에서 해외로 파견하는 대학생 공공외교단과 개도국 개발협력 현장으로 나가는 봉사단원을 인터뷰할 일이 있었다.
   각오를 묻는 말에 다들 본인이 맡은 분야를 어떻게 외국인에게 잘 알리고 도울 것인지 다양한 방법과 의지를 피력했다. 전 세계 세종학당 또는 해외 대학의 한국어과 파견 교원에게 질문을 해도 같은 답변이 들려온다. 이에 앞서 대부분 개도국인 파견국의 말과 문화를 배워서 소통하겠다고 포부를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림 1] KF 국민공공외교 발대식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부상한 한국이 갖는 국제사회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한류의 영향도 크다 보니 한국에 대한 호의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고, 한국을 배우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파견 단원이나 교원이 어깨를 펴고 당당한 자세를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아쉬운 것은 해외에 한국을 알리는 이들을 파견하는 기관의 사전교육이다. 어떤 기관도 사전교육을 하면서 거주국의 문화와 말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 것'을 알리기 전에 '그들의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지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림 2] 집현전에서 한글 배우는 외국인들
   정부는 장기적으로 한국에 우호적인 '지한파'를 늘이겠다며 한국 알리기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지금 잘나가는(?) '우리 것'을 일방적으로 전하려는 자세는 자칫 오만한 태도로 비칠 수 있다. 한류의 급속한 성장에 힘입어 전 세계에서 K-브랜드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K-팝과 K-드라마·K-영화뿐만이 아니다. K-푸드, K-웹툰, K-방산, K-방역 등 그야말로 K-브랜드 전성시대다. 외국에서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배우려는 동기는 제각각이다. 단순한 취미에서부터 유학이나 한국 기업에의 취업, 한국 이민 등 다양하다. 개발도상국일수록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는 더 절실하다. 동남아 많은 국가의 청년들이 한국에 외국인노동자로 들어오고 싶어 한다. 이른바 몇 년 고생해 돈을 벌어 금의환향하려하거나 아니면 아예 한국에서 살려는 '코리안 드림'을 꿈꾼다.
   실제로 네팔의 경우 수도인 카트만두 시내에 사설 한국어 강습 학원이 100여개에 이른다.
한국어를 배워 한국에서 노동자로 일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네팔 일간지는 한국 정부가 최저 임금을 몇 퍼센트 올렸다고 발표하면 바로 1면 톱에 기사를 게재할 정도다. 경제성장과 한류 열풍으로 위상이 높아져 한국어·한국문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수록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일은 '외국 배우기'다.
   개도국이라고 고유의 말과 문화가 없는 게 아니다. 자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은 우리 못지않다. 당장 이들이 한국과 한국문화를 동경한다고 해서 그들이 가진 문화를 비하하거나 낮게 보아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도 상대방의 말과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유일하게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나라다. 또 식민지 지배를 경험했고, 누구보다 짧은 시간에 발전을 거듭했다. 그 경험을 국제사회와 나눠서 공생과 동반성장을 끌어내려는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그러나 접근방법에서 자칫 일방적인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한류와 한국학 등 K-브랜드 전성시대다. 해외 대학에 한국어과가 늘어나고 주요 싱크탱크에 한국 연구 파트가 늘고 있다. 외국의 한국 배우기 열풍이 거센 지금 우리는 반대로 '외국 배우기'에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한-캄보디아 연구소, 한-스리랑카 교류협력센터, 온두라스학과, 피지언어문화재단 등 외국을 배우기 위한 다양한 기관·단체·학과가 생겨나야 할 시점이다.
   문화는 쌍방교류를 할 때 더 융성하게 발전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한국학의 중흥을 위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