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습재 일기

나의 청춘, 한국학대학원

반티뤼링 사진
반티튀링
베트남(한국학대학원 사회과학부 교육학과)

‘청춘은 폭우와 같다. 감기에 걸리더라도 다시 돌아가고 싶다.’

나의 청춘은 대학입학시험을 위한 수업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여름날들이었으며, 길거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구운 옥수수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겨울날들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말하자면 나의 청춘은 바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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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원은 외국학생들에게 서울대, 홍익대, 이화여대처럼 인기가 많지는 않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학교이다. 시끄러운 분위기나 학생들이 구경할 만한 번화한 쇼핑거리 등 보통 학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이곳에서는 보기가 어렵다. 이곳은 ‘고요하다’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서울에서 떨어져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모습을 가질까? 아니면 이는 오래전부터 지녀온 학교의 독특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알수 없지만 이곳의 조용한 분위기는 학교 각 구석과 공간을 꽉 채운다. 우리는 친구들과 학교의 분위기를 묘사할 때 "절과 같은 조용한 곳"이라고 농담을 자주 하곤 한다.


나는 이 고요한 곳에서 공부한 지 2년이 되었다. 졸업식을 마치면 바로 귀국할 예정이다. 곧 떠난다는 생각에 내 마음 속에서 무언가 막혀있는 답답함을 느낀다. 목표한 기간에 맞게 졸업할 수 있으니 기분이 좋긴 하지만 졸업식은 내가 여기에 머무르는 이유도 사라지게 했다. 2년동안 살았던 집과 같은 곳을 떠나야하니 한편으로 아쉽고 쓸쓸하기도 하다.


학교에 도착한 첫날을 생각을 하면 혼자 웃게 된다. 사람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엄청 더운 여름날이었다. 공항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여름의 더위는 온몸에 꽉 차올랐다. 버스 정류장에서 학교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렸는데 5분, 10분, 15 분이 지나도록 그 어떤 버스도 멈춰주지 않았고 결국 쨍쨍 내리쬐는 햇살에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혼자 걸어 이곳에 왔다. 이 처량한 상황과 함께 나의 머리도 갑자기 텅 비게 되었다. 이렇게 외롭게 시작한 첫날은 이곳에서 2년동안 홀로 살아가야한다는 생각을 할 때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흥미로운 점을 알게 되고 그런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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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테이션, 신입생을 위한 환영 파티, 학술 답사 등 여러가지 학교의 활동을 통해 다른 친구들을 만나 사귀는 기회가 많이 생겼다. 신입생 환영 파티를 했던 날이 생각이 난다. 그 때 나는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냥 조용히 앉아서 다과를 혼자 먹었다. 다른 사람끼리 이야기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더욱 외로워졌다. 그냥 빨리 먹고 빨리 방에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뒤에서 한 중국 친구가 내 어깨를 토닥거렸다. 그 친구도 나를 처음 봤지만 나에게 와서 먼저 말을 걸었다. 당황스럽고도 기뻤다. 이야기를 하면서 그 친구가 나와 같은 학과의 신입생인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친구와 급속도로 친해졌다. 우리는 전공공부에 관하여 유용한 정보들을 서로 공유했다. 뿐만 아니라 여행, 한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함께 공부하고 어려운 점을 서로 도와주며 같이 풀어나갔다. 나는 그 친구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치고 또 그 친구 덕분에 나또한 중국어도 조금 할 수 있게 되었다. 타국에서 살면서 어려운 문제를 만나는 것은 당연한데 친구가 없다면 그 시기를 지내기에 매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여기에서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되어 나는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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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에서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과제'가 재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과마다 다르지만 우리 교육 학과는 과제가 많은 편이다. 수업하기 전에 그 날에 공부할 내용에 관련한 주제로 리뷰를 작성하고 학기 중간에 소논문, 기말에 리포트 등을 써야 했다. 수업마다 조별로 나누어 발표도 많이 한다. 이러한 학습 특징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수님의 지도 아래 스스로 공부하고 있다. 즉 교수님이 읽을 만한 책과 논문, 자료를 소개해 주시고 학생들이 알아서 책을 찾아서 읽고 내용을 흡수해야 한다. 수업할 때 발표하면서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교수님과 다른 친구와 같이 토론한다. 이 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밤 12시가 되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열람실에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학대학원은 나에게 공부에 대한 성취와 재미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기회를 많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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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우리 학교는 학생 누구든 자랑할 만한 학습공간과 생활공간이 있다. 도서관 건물을 보면 다른 학교보다 크기가 작은 편이지만 도서가 매우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만약에 정말 읽고 싶은 책이 있지만 도서관에 없는 경우, 학교 도서관의 사이트에서 신청하면 직원들은 바로 구매해준다.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는 에어컨, 책상, 책장, 침대 등 좋은 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는 무선인터넷이 정말 잘 된다. 각 기숙사가 취사장, 세탁실 등 따로 있어서 학생들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학교 캠퍼스는 숲이 우거져 사계절 모두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다.


나에게 학교는 귀여운 한 소녀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소녀'가 쌍둥이 별자리에 태어난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쌍둥이 별자리에 태어난 사람의 특징처럼 이 소녀는 사람들에게 조금 차갑고 조용한 첫 인상을 준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을 나누다보면 누구든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그 소녀의 사랑에 푹 빠진 명확한 산증인이 바로 나였다. 이렇게 한국학대학원은 나의 청춘이 되었다.

소녀의 비밀을 알고 싶다면 이곳을 천천히, 자주, 오래 방문해보라. 아마도 조용하고 냉정한 첫인상과 달리 이곳이 당신의 마음에 쏙 들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