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 맨위로
 
이 땅의 문화를 찾아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소식지 07월호 AKS
 
커버스토리
한중연소식
옛 사람의 향기
이 땅의 문화를 찾아서
한국학 연구동향
세계와 함께하는 한국
새로 나온 책
뉴스 라운지
되살리는 기록유산
틀린 그림 찾기
한국학중앙연구원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학중앙연구원 트위터
AKS 한국학 연구동향
 
연구원 홈페이지 한국문화교류센터 Newsletter 한국학진흥사업단 Newsletter 관리자에게
打令, 遊戱의 藝術的 轉化 [사진] 김태환 (연구정책실 선임연구원) 우리의 옛 잡가류(雜歌類) 가곡에는 ‘-打令’이라고 한 것이 매우 많았다. 장타령, 나무타령, 범벅타령 등은 민요에 가까운 형태다. 짝타령, 박타령, 각설이타령 등은 판소리에 편입되어 전하는 형태다. 육자배기, 산타령, 아리랑타령 등은 전문적인 가객(歌客)의 솜씨로 세련을 거듭한 형태다. 그런데 이러한 타령은 단순히 노래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다. 타령은 유희(遊戱)의 하나다. 노래를 빌어서 하는 한 가지 부류가 타령의 지배적 양식을 이루고 있었을 뿐이다. 따라서 타령을 음악의 한 유형으로만 규정하게 되면 오히려 그 본질에 이르기 어렵다. 2000년대 이전까지 한국고고학자들은 유적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토기, 석기, 청동기, 철기 등의 인공물과, 주거지, 무덤 등의 유구를 주요 연구 대상으로 하였다. 한편 유적에서 발견되는 인골이나 동식물 유존체, 지층 등에 대한 분석, 또 인공물이나 유구의 속성 중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는 속성에 대한 분석은 해당 분야의 자연과학자들에게 맡겨졌다. 이러한 가운데 유물이나 유구에 대한 자연과학적 분석 결과가 고고학자들이 주로 다루는 인공물이나 유구에 대한 고고학적 해석 결과와 종합적으로 비교 검토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A(a)] 이 귀 저 귀 [A(b)] 陽口場 [B(c)] 당귀 많아 [B(d)] 못 보고 
[A(a)] 한 자 두 자 [A(b)] 三陟場 [B(c)] 베가 많아 [B(d)] 못 보고 - 「장타령」 이것은 「장타령」의 일부다. 여기서 [A]와 [B]는 장소와 사건의 관계다. 세부의 (b)는 ‘舊名’이고, (a)는 그에 대한 ‘新釋’이며, (d)는 ‘未果’이고, (c)는 그 ‘原因’이다. 예컨대 ‘三陟’을 짐짓 ‘3尺’으로 풀어서 ‘베가 많아 못 보고’의 사연을 꾸미는 구조다. 그러니 「장타령」은 ‘舊名’을 기발하게 ‘新釋’하고 ‘未果’의 ‘原因’을 자못 엉뚱하게 밝혀서 장소와 사건을 익살스럽게 결부시키는 착사령의 소작이라고 할 수 있다. 격식은 ‘舊名新釋格’이다. 타령의 ‘打’는 곧 ‘行’ㆍ‘作’ㆍ‘爲’를 뜻하는 말이다. 타령은 본디 일정한 격식을 충족시키도록 요구하는 모종의 특수한 명령을 수행하는 행위다. 예컨대 즉석에서 운(韻)을 부르고 즉석에서 시구(詩句)를 받아내던 옛 문인들의 이른바 구점(口占)은 곧 타령의 하나다. 타령은 흔히 음주(飮酒)와 가무(歌舞)가 수반되는 연석(宴席)의 유희에 쓰였다. 임의로 주어진 어떤 악곡에 합당한 가사(歌詞)를 붙이도록 요구하는 이른바 착사령(著辭令)은 연석의 유희에 쓰이던 타령의 대표적 종류다. [A(a)] 삼년적리 관산월이요 만국병전 초목풍이라 하던[A(b)] 두자미로 [A(c)] 한 짝 
(三年笛裏關山月, 萬國兵前草木風. - 杜甫, 「洗兵馬」 第6聯)
[B(a)] 운횡진령 가하재요 설옹람관 마부전이라 하던[B(b)] 한퇴지로 [B(c)] 한 짝
(雲橫奏嶺家何在, 雪擁藍關馬不前. - 韓愈, 「左遷至藍關示侄孫湘」 第3聯)
[C(a)] 황성에 허조벽산월이요 고목은 진입창오운이라 하던 [C(b)] 이태백으로 [C(c)] 웃짐 치고
(荒城虛照碧山月, 古木盡入蒼梧雲. - 李白, 梁園吟 第11聯) 
[D(a)] 춘성무처 불비화 한식동풍 어류사라 하던 [D(b)] 한굉으로 [D(c)] 말 몰아라 둥덩둥덩
(春城無處不飛花, 寒食東風御柳斜. - 韓翃, 寒食 第1聯) - <심청가> 「짝타령」 [A] 취과양주귤만거하던 두목지로 한 짝 
[B] 소수옥방전에 시시오불현하던 주도독으로 한 짝
[C] 동산휴기하던 사안석으로 웃짐 치고
[D] 인물이 일색이요 젊어서 동삼 먹고 그것이 장탱불사하는 봉사님으로 말 몰아라 둥덩둥덩
- <심청가> 「짝타령」 이것도 판소리 <심청가>에 편입되어 전하는 「짝타령」의 한 소절이다. 여기에 열거된 ‘醉過揚州橘滿車’ㆍ‘時時誤拂弦’ 및 ‘東山携妓’ 등의 고사는 오늘날 사람에게 익숙한 것이 아니다. 때로는 매우 설만(褻慢)한 내용을 담기도 하지만, 타령은 대개가 일정한 수준의 학식과 문학적 교양이 반영되어 있는 까닭에 이른바 ‘口耳之學’이라도 하는 계층에 속하는 이라야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그런가 하면, 타령을 놀이로 삼아 즐기던 이들은 모두 즉석에서 부시(賦詩)하는 능력을 지녀야 했었다. [A1] -거나 헤 
[B1] 사람이 살면 몇 백 년이나 사드란 말이냐
[B2] 죽음에 들어선 남녀노소 있느냐
[B3] 살아서 생전에 각기 마음대로 놀
[A2] -거나 헤
- 「육자배기」 이것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육자배기」의 가사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A]는 제창(齊唱)으로 받고, [B]는 독창(獨唱)으로 메긴다. 제창으로 받는 부분에 있어서, [A1]은 연석에 제기된 영장(令章)을 동명복창(同名復唱)하는 소리고, [A2]는 명령의 완수를 선언하는 소리다. 독창으로 하는 [B1]ㆍ[B2] 및 [B3]는 [A1]을 수행하는 바이자 [A2]의 내용을 이루는 바로서 ‘起’ㆍ‘展’ 및 ‘合’의 관계로 엮인다. 독창의 요점은 ‘合’에 해당하는 [B3]의 결어(結語)를 [A2]의 ‘-거나 헤’에 적응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독창으로 메기는 부분의 결어를 그처럼 ‘-거나 헤’에 적응시켜야 한다는, 이것은 좌중의 여러 창자(唱者)로 하여금 이로써 자신의 의향(意向)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도록 유도하는 문법 요소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육자배기」는 저마다 품고 있는 바의 의향을 노래로 말하게 하는 타령의 한 가지다. 시작을 ‘-거나 헤’로 하고 끝도 ‘-거나 헤’로 해야 하는 까닭에, 「육자배기」는 저절로 6개 문자가 [A1]와 [A2]의 위치에 고정되게 박힌다. 그래서 ‘6字배기’다. 격식은 ‘詩言志’라고 할 때의 ‘言志’를 위주로 하는 ‘自由言志格’이다. 연석에 문득 ‘-거나 헤’라는 영장이 제기될 양이면, 좌중은 차례로 「육자배기」 가락에 맞추어 저마다 품고 있는 바의 의향을 노래로 말해야 한다. 수월히 해내고 멋스럽게 해내야 마시는 술이 취하지 않는다. 차례에 해내지 못하면 또한 술이 석 잔이다. 이것은 유희를 예술적 창작의 경지로 가져간 옛 사람들의 풍류다. 오늘날 즉석에서 부시할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러니 아무리 하여도 옛 사람의 풍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타령은 종합예술의 성격을 지닌다. 악곡에 의거한 타령은 더욱 그렇다. 연석에 베풀어 취흥을 더하던 그것이 이미 예술적 창작의 경지에 들어간 뒤에는 오히려 연석을 벗어나 독립된 가곡으로 널리 유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유로 타령에 관한 연구는 이제까지 음악학 분야에서 주도해 왔다. 그러나 타령은 어디까지나 유희의 하나인 만큼 대체로 민속학 분야에서 다루어야 마땅한 문학과 음악학의 학제(學際)에 놓인다. 타령에 관한 연구의 가일층(加一層)을 기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