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처음 접했다. 그 드라마들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들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올해 초에는 방탄소년단(BTS)과 그들의 음악, 그들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을 발견했고 내게 필요한지조차도 몰랐던 세상—열정이 가득하고 예술성과 문화적 깊이를 갖춘—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국경을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과 영향을 줄 수 있는 목소리가 되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처음 본 한국은 그저 빛났다. 서울의 불빛들, 영화 속의 이야기들, 특유의 전통과 세계적인 아이콘들의 완벽함, 그 모든 것이. 그러나 더 자세히 들여다본 한국은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고 치유가 필요한 나라였다. 이 글은 따라서 내 경험을 돌아보는 성찰이자 실천적인 행동의 촉구이다.
나 역시 평범한 인간으로서 한국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자살률에 대한 뉴스를 듣자 마음이 괴로웠다. 이 괴로움과 걱정은 증가 이유에 대한 궁금증으로 발전했고 결국 한국의 정신 건강 실태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통계청(KOSTAT)의 2023년도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에 해당되며, 2022년에 인구 10만 명당 25.2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자살계획자의 83.3%가 정신 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정신장애가 있는 것으로 진단된 사람 중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비율은 7.2%에 불과하다. 일반 인구에서 성인의 10.7%는 평생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며, 2.5%는 자살을 계획하고, 1.7%는 자살을 시도했다. 이 수치들은 단순히 통계자료가 아니라 대처가 필요한 사회적인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며 한국 이외의 세상은 듣지 못하는 침묵의 비명을 나타낸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김종현, 2017).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고(故) 김종현의 유서를 읽었을 때 몹시 충격 받았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내가 사랑에 빠졌던 한국의 이미지의 이면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 이면에는 완벽을 요구하면서 치유는 제공되지 않는 현실이 존재했다.
내가 용기 있는 선택을 하게 도와주고 내 자신을 믿고 더욱 사랑하도록 격려해준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조차도 멤버들의 내면의 갈등과 고민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말한 바 있다. 그중 한 명인 민윤기는 “저희라고 특별한 사람들은 아니거든요. 여러분들과 똑같이 고민하고 똑같이 아파하는 사람들인데, 저희는 단지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일 뿐입니다”라고 2018년 방탄밤(Bangtan Bomb)에서 말한 적이 있다. 어떻게 너무나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사람이 이렇게 평범한 감정을 느끼고 이토록 상처받을 수 있는 걸까. 그들도 고민과 아픔이 있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창구가 없는 한국의 수천 명의 사람들은 얼마나 큰 고통을 안고 있을까.
2023년에 출판된 “Beyond the Story: 10-Year Record of BTS”라는 책에서 민윤기는 “저에게는 두 가지 꿈이 있는데, 하나는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무대 위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 상담 자격증을 따는 것이에요”라고 말했다. 그의 개인적인 포부는 한국에서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정신건강의 위기에 대해 그가 분명히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위기가 한국이 현재 당면한 시급한 과제가 아닌 이상 왜 최근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가 언젠가 심리 상담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겠는가. 위에 인용된 민윤기의 말은 정신건강과 관련된 사안들이 진지한 관심과 전문적 돌봄을 필요로 한다는, 한국에서 자주 등한시되는 이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좀 더 최근에는 음악에 관련된 이슈 때문이 아닌,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행위 때문에 민윤기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공식적으로 전역한 직후, 민윤기는 2025년 6월 23일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의 민윤기 치료센터 건립을 위해 50억 원(당시 환율 기준 약 360만 달러)을 기부하였다. 이 기부 행위는 사람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배려의 표현일 뿐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선언이기도 하다. 한국의 국제적인 이미지가 다듬어진 완벽함에서 정서적 진정성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행위는 수많은 젊은 한국인들이 말없이 침묵 속에서 실현하려고 애쓰는 회복력(resilience)을 반영한다. 민윤기는 단순히 환자들에게 단기적이나 임시적 도움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행동 및 치료 등을 포함한 계획을 마련하여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같은 시민들에 대한 그의 무한하고 이타적인 사랑은 외국인인 나를 포함하여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 한국을 방문하여 민윤기의 고향인 대구의 거리를 걸었다. 그가 제대로 음악 작곡과 제작을 배웠던 비에이에스(BAS) 실용음악학원 쪽으로 걸으며 그가 한때 식사와 대중교통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나 역시 생존과 꿈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왠지 감정이 복받쳤다. 학교에 가느냐 먹고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냐 사이에서 결정을 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순간 한국이라는 나라가 단순히 아름다운 나라가 아닌 조용히 싸우는 전사들의 나라로 내게 다가왔다. 믿기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내 내면에서는 이 나라를 집이라고 부른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한국과 내 자신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는 것 같고, 한국에 어떻게든 무엇인가를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한국에 관광객으로서가 아니라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봉사자로 돌아가고 싶다. 그런 장소들에서 사람들의 일상과 그들의 정서적 리듬을 이해하고 싶다. 그런 장소에서는 내가 조사한 통계적 수치들이나 정신장애의 어려움 그 너머의 살아있는 경험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꿈도 가지고 있다.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 한국인들과 좀 더 친밀하게 교류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결국 공감에 이르는 관문이다.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점점 더 사랑하게 되면서 드는 생각은 한국의 국제적인 이미지가 이제는 한국의 뛰어남뿐만 아니라 한국의 발전적 변화 역시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한국의 찬란함과 동시에 한국이 안고 있는 숙제를 둘 다 인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도 정신건강에 대한 열린 마음과 이해가 점점 나아지고 있는 현실, 한국의 젊은 목소리들, 그리고 문화적으로 정서적 건강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명해야 한다. 이는 그 어떤 한국 드라마의 줄거리나 케이팝만큼이나 감동적이고 중요하다.
다음은 개인 연구와 한국에서의 정서적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고 한국 내 정서적 건강으로의 이행을 도울 수 있는 몇 가지 제안들이다:
대한민국 통계청의 2023년도 자료에 의하면 한국에서 자살계획경험자의 83% 이상이 대부분 진단되지 않은 정신장애를 경험하였다. 이 수치는 전국적으로 정신장애의 초기 증상을 알리고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는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24시간 상담 가능한 전화 서비스를 통해 사회가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어떤 상황이든 믿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누구도 침묵 속에서 혼자 싸우지 않게 함으로써 자살률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 맞게 설계된 정신건강 모듈을 국가 교과 과정에 포함하도록 제안한다. 학술적 성취뿐만 아니라 국가적 위신 이면에 직면한 심리적 도전들을 반영하는 스토리텔링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고, 한국인들의 회복력을 통해 세계인들로부터 공감과 희망을 이끌어낼 것이다.
정신건강 지원은 접근성이 좋고 창의적이며 문화적 특성을 잘 반영해야 한다. 지역사회 중심 의원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모든 교육 단계에서 학교 내 상담을 의무화해야 한다. 민윤기가 언급한 MIND(Music 음악, Interaction 상호작용, Network 관계망, Diversity 다양성) 프로그램처럼 음악과 예술을 활용한 치유 방식을 제도화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 아이유(IU) 등 정신건강의 고통을 공개적으로 밝힌 예술가들을 공식 건강대사로 인정해야 한다. 이들의 영향력은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사회적 오명을 씻어내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건강하게 삶의 도전에 대처하도록 영감을 줄 수 있다.
정신건강 의식을 높이고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춘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 학생들과 국제 학생들이 한데 모여 경험을 나눌 때, 서로를 문화적으로 연결할 뿐만 아니라 진솔함과 공감에 뿌리를 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성취뿐만 아니라 시련과 시행착오들을 인간적으로 포용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정신건강은 한국이 발전하는 과정 중의 흠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변신하기 위한 전장이다. 예술가들, 젊은 세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국이 '연약함은 약점이 아니라 진정한 힘이 탄생하는 곳'임을 배워가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더 이상 내가 멀리서 감탄하며 바라만 보던 꿈이 아니다. 내 자신의 희망, 고민, 그리고 완벽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의미를 찾는 내 바람을 비추는 거울이다. 한국이 세상에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완벽함이 아니라, 용기 내어 솔직해지고 치유하며 성장하는 모습 그 자체이다. 세상이 한국의 노래뿐만 아니라 한국의 침묵에도 귀를 기울인다면, 그저 하나의 글로벌 브랜드가 아닌 용감하고 진화하는 영혼으로서의 한국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한국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에서 이 글을 쓴다. 그런 마음에서 말하는 진실은 사람들의 인식뿐 아니라 그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