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S Home | CEFIA Home |  영문홈페이지

전문가 칼럼

이탈리아 학교에서의 역사 교과서와 한국사

Giorgio Luppi
Giorgio Luppi
(이탈리아 교과서 집필자)

1. 이탈리아 학교에서의 역사 교육

1) 역사주의의 전통
이탈리아의 역사주의는 베네데토 크로체(B. Croce: 1866-1952)와 죠반니 젠틸레(G. Gentile: 1875-1944)의 이상주의 이념과 2차 세계대전 이후 안토니오 그람시(A. Gramsci: 1891-1937)의 사상으로부터 영향받은 마르크스주의적 이념을 포괄합니다. 이들에 따르면 역사성은 현실의 근본적인 특성을 반영하며, 인류의 이론적·실천적 활동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 전개되고 이해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철학적 관점은 이탈리아 교육의 전반적인 방향을 잡아주었으며, 또한 크로체와 젠틸레가 제안한 교육 개혁인 “젠틸레 개혁(1923)”의 추진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는 1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이탈리아 학교의 여러 측면을 구성하며 특히 문학, 철학, 예술 등 인문 교과 전반의 역사적 토대가 되어왔습니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고등학교, 특히 마지막 3학년 (16-18세) 과정에서는, 전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목으로 구성하였습니다.
- 이탈리아 문학 (기원부터 20세기까지)
- 철학 (그리스 철학부터 현대까지)
- 예술 (이집트와 그리스 고대미술에서 현대미술까지)
- 외국 문학
- 고전문학
- 그리스어 및 라틴어 문학 (해당 과정이 있는 학교의 경우)

2) 역사적 접근 방식: 이탈리아 교육의 특징
이탈리아 교육에서 인문학 과목들이 역사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내용을 연대기적 순서로 교육하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철학, 문학, 예술의 주요 사조를 각각의 역사적 배경 속에서 맥락화하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화는 다른 여러 과목의 교과서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인문계 고등학교(liceo)뿐 아니라 기술계, 직업계 고등학교 전반에서 학생들의 역사적 소양 형성에는 단순히 역사 과목만이 아닌, 다양한 인문학 과목 전체가 중요한 역할을 갖고 유기적으로 협력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처럼 역사성을 중심축으로 하는 교육 체계는 이탈리아 학교의 뚜렷한 특징이며, 이는 영미계 교육 체계와 구별될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까운 프랑스와도 확연히 구분되는 요소라 볼 수 있습니다.

3) 역사 과목의 교육과정과 20세기 역사 교육
이탈리아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5년간 역사과목의 교육과정은 선사시대에서 고대(근동 문명 포함)를 거쳐 현대사까지 이어지며, 수십년 동안 시대사별 교육 분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몇 년간은 연합군 행정부의 결정에 따라, 역사 교과서에서 파시즘에 관한 부분이 삭제되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까지만 교육되었습니다. 이후로도 동일한 방침이 오랫동안 유지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이후 시기도 교육내용에 포함되었지만, 대체로 커다란 변화는 없었습니다.

역사 교육과 교과서에 큰 전환점이 생긴 것은 1990년대 말로, 고교졸업시험에 대비하여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베를링구에르(Berlinguer) 개혁을 통해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의 역사 과목을 모두 20세기 역사에 할애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결정은 반발을 불러왔고, 실제 교육 현장에서 충실히 시행되진 않았습니다.

현재 시행 중인 역사 교육과정은 약 15년 전 제정된 국가 교육 지침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해당하는 1차 교육과정에는 이미 적용되고 있으며, 고등교육 과정에 대한 새로운 교육부 지침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은 20세기 초반을 제외한 후반의 역사는 아예 다루지 않거나, 다루더라도 아주 간략하게, 몇 가지 사건이나 주제만을 언급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는 대목으로, 많은 학생들, 다시 말해 미래의 시민들이 현대사에 대해 외면하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철학이나 문학과 같은 다른 과목에서의 역사 교육(철학사, 문학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수십 년 간의 내용은 종종 무시되거나 간단히 언급하고 지나갈 뿐인데, 이는 과거 작가들에 대한 심화 학습이 대부분의 수업 시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요점은 이탈리아에서는 동일한 교사가 역사를 다른 과목과 묶어서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즉,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철학과 함께, 기술 및 직업계 고등학교에서는 이탈리아어 및 문학과 함께 역사 과목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2. 이탈리아 교과서의 역사

1)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 교과서: 내용
전쟁 직후 (1950-70년대)의 역사교과서에는 다음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기본적으로 정치 중심의 일반적 역사가 시대순으로 서술되었으며, 이에 사회와 경제사 (예: 18-19세기의 산업혁명) 및 문화사 (르네상스, 계몽주의) 등이 통합적으로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 관점은 기본적으로 유럽 중심 (서구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이탈리아 역사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였습니다. 다른 대륙들은 서구와의 관계 속에서만 조명되었습니다. (예: 유럽의 팽창과 식민주의) 예외적으로 고대사에 한해 동양 문명 (근동지역의 문명에 국한됨)이 언급되었습니다.

이후 1970-90년대에는 다음의 예시와 같은 서술 방식을 추가하여 보다 더 풍부한 내용으로 보강되었습니다.
- 프랑스 아날학파 역사학의 영향을 받아 지리적 요소와 공간적 차원을 중시하여 역사적 사건들을 분석하였습니다. 대표적 예로 페르낭 브로델(F. Braudel: 1902-1985)의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문명과 제국들이 있습니다. 또한 정치, 경제, 문화, 심성 등 다양한 역사 현상에 대한 “지속”의 차이에 대한 주제화도 이루어졌습니다.
- 정량적 역사학 등 인문 과학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
- 역사 교육의 핵심 요소로 사료에 대한 연구가 강조되었습니다.

최근 시기(20세기 말-21세기 초)에는 지역사와 지구사, 환경사, 젠더사 및 문화연구 등 새로운 연구 영역이 교과서에 포함되었습니다.

2)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 교과서: 텍스트 형식
앞서 언급한 교과서 내용의 변화는 교과서의 텍스트 형식에도 발전을 가져왔으며,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역사의 내용을 서술하는 전통적 내러티브 방식에서 심화학습이 병행되는 형태를 거쳐 최종적으로 하이퍼텍스트 구조라 부를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되었습니다.
- 이전의 서사적 설명은 정치적, 국가적 노선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점차 내적 연관성을 심화시키면서도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내용을 유지했습니다.
- 서사적 설명은 역사 지도와 더불어, 공간, 지구사, 여성학, 환경 이슈 등 새로운 연구분야에서 제시된 관점을 반영한 부가 설명과 연관시켰습니다.
- 사료에 대한 비중이 늘어났습니다. 역사학적 해석 및 시민 교육 (종종 교과의 특정 부분에서 다뤄짐), 현재와 과거의 관계에 점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습니다.
- 역량 개발을 위한 학습활동과 교육적 내용이 대폭 확대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오늘날의 교과서는 60년전의 교과서에 비해 내용 면에서 더욱 풍부해졌지만, 구조적으로 복잡성을 띠고 있어 학생들뿐 아니라 때로는 교사들조차 이를 완전히 파악하고 지도하기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언어와 구문을 단순화하고, 글쓰기에서도 새로운 선형성이 모색되고 있으며, 구조적 측면에서도 다양한 부수적 정보를 포괄하는 서사적 설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을 유지하되, 많은 자료는 종이책이 아닌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교과서와 연계된 온라인 자료는 점점 더 다양하고 방대하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3) 교과서 출판 동향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학교 교재의 집필진들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대학의 전문학자들이 교과서를 집필하였으나 (비록 실제로는 조교나 협력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1990년대 이후로는 학교 교육에서의 역량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사나 교원 단체 등 학교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교과서를 집필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또한 교과서 출판사들의 기획과 조정이 보다 큰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최근에는 일부 출판사들이 방송, 블로그 등 미디어를 통해 유명해진 이들에게 교과서 집필을 맡기기도 합니다.

프랑스와 같은 많은 나라들이 교과서 채택을 주/지역 단위의 교육 기관에 맡기는 반면, 이탈리아는 교사가 개별적으로 이를 선택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한 학교 내 해당 과목의 교사들이 협의해 모든 학급이 같은 역사 교과서를 사용하는 것으로 채택하는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든, 교과서를 선택하는 이들은 교사이며, 매년 봄이면 출판사들이 각 학교에 교과서를 소개하고 채택되기 위해 경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에서 교과서 출판사는 다른 국가에 비해 전체 출판 시장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으로 학교용 교재가 정성과 노력을 들여 좋은 품질로 제작되어 왔으며, 아울러 일반 도서 출판 시장이 전반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3. 이탈리아 역사 교과서와 한국사

1) 교등학교 교육의 현실태과 교육부의 지침 대기 현황
이탈리아 역사교과서의 전반적 특성을 고려할 때, 한국에 대한 언급은 대체로 매우 제한적입니다. 한국은 주로 19세기 말, 조선 말기에 등장하며, 이 시기는 한국이 일본의 영향권에 들어가 식민 지배를 받게되는 시기입니다. 한국사의 내용 중 유일하게 비교적 자세히 다뤄지는 부분은 20세기 초 1950년대에 벌어진 한국전쟁입니다. 이 부분은 군사 작전 경로와 38선에서의 정전 협정 체결까지 지도를 첨부하여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 한국에 대한 언급은 20세기 마지막 4분기 부분에서 국제 경제 관계의 변화와 이른바 ‘아시아의 호랑이들’의 성장에 대해 설명하는 맥락 속에서 잠시 다뤄집니다.

한국사를 비롯한 비유럽 세계사의 내용이 일반 역사 교육에서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높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현재 정부의 역사 교육에 대한 방향성과도 관련이 있으며, 특히 초/중등 교육기관 (제1교육과정)을 위한 교육부 지침에서도 나타납니다. (위에 말했듯, 제2교육과정에 대한 지침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이 지침들은 이탈리아와 서구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학생들에게 국가 정체성과 ‘서구적’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장려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역사학자 에르네스토 갈리 델라 로자(E. Galli della Loggia)가 2023년 발표한 “이탈리아 가르치기-의무교육기관에 대한 제안(Insegnare l’Italia. Una proposta per la scuola dell’obbligo, 모르첼리아나 출판사, 공동저자: 로레다나 페를라)”를 통해 제안한 견해에 따릅니다.

2) 가능한 개선점
국가 교육 지침은 규범적 성격을 지니지만,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유에 따라 엄격한 구속력을 지니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현대사 교육에 관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교육 프로그램과 교과서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많은 교사들이 이를 소홀히 다루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따라서 수업 과정과 교과서에서 한국의 역사, 문명, 현대 사회의 여러 측면을 다룰 수 있는 제한적 개입이 가능하며, 이를 유럽국가들, 특히 이탈리아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접근해볼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해, 다음과 같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간 분석을 다루는 단원, 세계사에 관한 단원 및 도표, 과거/현재에 대한 비교 활동, 시민교육 관련 단원, 학생들의 역량 개발을 위한 학습 자료 (이에는 사진, 이미지, 토론 활동 등을 포함할 수 있음). 아래 제시하는 몇가지 예시는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내용 중 몇가지이며, 당연히 개선될 여지를 지닙니다.

a) 세계지도. 초기 근대 유럽과 한국의 지도를 통해 보는 ‘세계의 형태’
15세기에서 16세기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유럽의 팽창을 연구할 때, 항해자 및 선교사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당대의 세계지도를 분석하는 것은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및 유럽에서 제작된 극동 지역의 지도와 함께, 같은 시기 한국(조선)의 지도 제작자들이 만든 지도들을 함께 비교하는 방법이 제시될 수 있습니다.

① 유럽에서 제작된 지도
- 중국 해안과 일본 열도의 지도로 1560년경에 제작되어 피렌체의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 내 ‘지도의 회랑(Hall of Maps)’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지도의 회랑’은 토스카나 대공국의 초대 대공 코지모 1세 데 메디치(Cosimo I de' Medici)의 의뢰로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가 1561년에서 1565년 사이에 설계 및 제작한 곳으로 에냐치오 단티(Egnazio Danti, 1536-1586)가 제작한 지도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지도에서 한국은 반도로 그려져 있으나, 크기가 매우 작고 주변 지리와의 비례에서도 크게 벗어나 있습니다.
https://mostre2.museogalileo.it/palazzovecchio-guardaroba/index.php/it/esplorazione-interattiva/indice-delle-mappe

- 앤트워프의 지도제작자 아브라함 오르텔리우스(Abraham Ortelius, 1527-1598)가 제작한 아시아 지도입니다. 이 경우에도 한국은 작은 반도로, 축소된 크기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https://www.vintage-maps.com/en/antique-maps/asia/asian-continent/ortelius-asian-continent-1579::12563

- 헨리쿠스 혼디우스(Henricus Hondius, 1563-1612)가 제작한 지도로 1623년 암스테르담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여기에서 한국은 길게 늘어진 형태로, 북부가 대륙과 매우 가깝게 인접해 있는 하나의 섬처럼 묘사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지도에 덧붙여진 주석에서는 한국이 섬인지 반도인지 확실히 알지 못하였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항해자들이 한국 북부 국경을 이루는 강들을 일정 구간까지만 거슬러 올라가, 한국이 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입니다. 두 강은 백두산에서 발원하여 하나는 서해로, 다른 하나는 태평양, 보다 정확하게는 동해 (흔히 일본인들의 표기법을 따라 일본해로 표기되는)로 흘러갑니다.
https://www.vintage-maps.com/en/search?controller=search&orderby=product_custom_2&orderway=asc&search-cat-select=0&search_query=East+Asia+Korea&submit_search=

② 한국에서 제작된 지도
‘강리도’로 알려진 이 지도는 현존하는 한국의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입니다. 원본은 조선 초기 제작된 것으로 현재 소실되었으며, 두 개의 사본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1470년경 제작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16세기 후반(1560년)에 제작된 것으로 최근 일본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지도는 몽골 제국의 아시아 확장 이후 서방 세계에 대한 지식이 극동에 전해진 것을 바탕으로 세계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지도는 중국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있으며, 그 오른쪽에는 조선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1560년판 지도에서는 오른쪽 끝부분에 위치한 일본열도보다 크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지도의 왼쪽, 즉 서쪽 하단부에는 인도의 끝부분과 실론섬이 있으며, 인도양과 매우 축소된 아프리카 대륙이 그려져 있습니다. 아프리카 북쪽에 유럽 대륙의 윤곽이 스케치되어 있는데, 상당히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blog.richmond.edu/livesofmaps/2023/10/06/map-of-the-week-kangnido/

b) 유럽의 국가 건설과 아시아 ‘화약 제국’의 형성기 (16-17세기) 속 이탈리아와 한국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 이래로, 15-16세기 이탈리아의 정치적 분열을 동시대 유럽의 상황과 대비시키는 관습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 시기 유럽은 이베리아 반도,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근대적 절대왕정이 형성되고 공고화되었으며, 이들 국가간에 유럽 (및 해양)에서의 패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초기 근대의 이러한 전형적인 과정을 연구할 때, 유럽 밖 세계에서 일어났던 흐름과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실제로는 드물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유럽 대륙에서는 정치적 주체들로 가득 찬 ‘만원’ 상태의 정치 공간 안에서, 어느 한 세력도 유럽 전체의 통일을 실현할 힘을 갖추진 못했습니다. (유럽 제국들은 주로 해양 제국이었습니다) 반면, 아시아에서는 화약 무기의 활용으로 대제국의 건설 및 공고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른바 ‘화약 제국’이라 불리는 이들은, 오스만 제국, 이란 지역의 사파비 왕조, 인도 대륙의 무굴 제국, 중국의 명나라와 이후 청나라, 그리고 통일된 일본 열도 등입니다. 이 주제는 공적 공간(Spazio pubblico, 브루노 몬다도리 출판사, 2018)라는 교재의 한 단원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여기서 주제를 확장시켜 한국에 대한 내용을 다룰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달리 당시 한국(조선)은 한 왕조가 한반도 전체를 통치하고 있었지만, 각 지역별로 특수한 상황에 맞서 있었으며, 또한 강대국이 된 이웃들의 패권 시도 및 군사적 개입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이는 16세기 프랑스, 스페인, 합스부르크 제국이 이탈리아의 패권을 두고 벌였던 전쟁으로 이탈리아 전역이 휘말렸던 상황과 유사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다음과 같은 심화학습을 통해 다뤄질 수 있습니다.

- 조선 전기 성리학적 중앙집권군주제와 초기 근대 유럽의 절대군주제 구조의 비교
- 16-17세기의 노, 돛, 대포. 레판토 해전(1571)에서 사용된 갤리선과 베네치아식 갤리아스선, 당시의 갈레온선, 그리고 이순신 장군(1545-1598)이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일본 함대를 상대로 운용했던 조선의 거북선 간의 구조적, 기능적 비교. 이순신 장군의 해전에 관한 두 장의 지도는 Michael D. Shin (편저), 지도를 통해 보는 한국의 역사: 고대 시대부터 21세기까지 (Korean History in Maps: From Prehistory to the Twenty-first Century, 캠브리지 대학 출판, 캠브리지, 2022) 88쪽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c) 이탈리아와 대한민국: 두 근대화 모델의 비교 (1955-2025)
두 나라는 모두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의 경우 1950년대 초의 한국전쟁으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된 사회, 경제적 기반에서 출발하여 전후 급속한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이탈리아의 경제 호황기 연구, 나아가 1955년부터 2025년에 이르는 이탈리아의 경제 흐름을 분석할 때 한국 경제사에 해당되는 일부 핵심 지표와 비교해 살펴보는 것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교는 최근 10년 동안 양국이 인구 규모나 국민 총소득 및 1인당 소득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있다고 봅니다. (규모나 인구 등이 현저히 다른 국가들과의 비교는 의미가 크지 않습니다). 한국을 비교대상으로 삼는 것은 양국간의 유사점 (20세기 초 근대화 과정의 상대적 지연, 2차 세계대전 이후 농업 중심의 경제에서 산업 및 서비스 경제로의 전환, 노동력 과잉, 수출 주도형 성장과 임금 및 내수 억제 정책, 자동차 산업의 중심적 역할)뿐만 아니라 차이점 (산업화가 본격화된 시기의 차이, 서로 다른 정치 제도, 대기업 집중도 및 중소기업 비중의 차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드러난 두 경제 간 주력 산업의 차이-특히 전자 산업 분야, 혁신의 차이)도 조명할 수 있게 해줍니다. 비록 최근 교육부 지침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이탈리아 중심적 (또는 유럽 중심적) 관점을 유지하더라도, 한국과의 비교는 근대화의 시기, 전개 양상, 특징, 현재 드러난 문제점 등 이탈리아의 근대화 과정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심화학습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 이탈리아와 한국의 전자 산업, 컴퓨터. 올리베티와 삼성
- 이탈리아와 한국의 자동차 산업, 피아트와 현대/기아

다음의 링크에서 유용한 자료를 참고할 수 있음.
https://countryeconomy.com/countries/compare/south-korea/italy?sc=XE34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