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포커스
한국 음식 - 7
K-푸드의 탄생: 20세기 한국 음식의 역사
Ⅶ. 세계화의 식탁과 K푸드의 탄생
1988년 9월 17일부터 서울에서 개최된 제24회 올림픽대회에는 공산 진영과 자유 진영의 160개국 1만 3,626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1980년대부터 정치·경제·산업·과학·사회·문화·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제기되었던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세계화(Globalization)의 가능성이 서울올림픽대회를 계기로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 정부와 소련, 중화인민공화국을 비롯한 공산 진영 국가와의 교류도 시작되었다.
세계화란 세계 여러 나라가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교류가 많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화는 지구상에 인류가 공동체를 이루어 살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세계화의 시작은 냉전체제가 해체된 1992년부터다. 국경을 초월한 직접적인 교류와 인터넷을 통한 광범위한 상호연결(interconnection)이 이 시기 세계화의 특징이다. 그중 세계화의 핵심은 초국가적 경제 융합으로, 이를 기반으로 초국가적 기업이 탄생했다. 한국 기업들도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초국가적 기업으로 변모해 나갔다. 세계화는 한국인의 식탁 위에 외국산을, 외국인의 식탁 위에 한국산을 한 자리씩 만들어 주었다.
K-푸드는 한식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음식점 메뉴와 공장제 식품을 두루 일컫는 말이다. 비빔밥과 불고기는 이미 고전이 되었고, 한국식 프라이드치킨과 생맥주를 일컫는 ‘치맥’, 인스턴트치즈가 듬뿍 올라간 치즈닭갈비 등은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팔리고 있다. 이러한 메뉴를 판매하는 미국과 캐나다의 한식음식점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 고객이 더 많다.
1990년대 후반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팔도 도시락’은 ‘처녀라면’이라고 불리면서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2014년 유튜브(YouTube)를 통해 알려진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해외 매출이 2015년 100억 원에서 2016년 660억 원, 2017년 1,8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농심의 ‘신라면’은 2019년 외국에 수출하여 8,557억 원 정도를 벌어들였다. ‘신라면블랙’은 2020년 6월 미국 《뉴욕타임즈》에서 운영하는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The Wirecutter)》가 맛이 좋은 인스턴트라면의 하나로 꼽았다. 빙그레의 ‘메로나’ 아이스바는 1995년 하와이, 2008년 브라질에 진출했다. 오늘날 브라질의 핫플레이스(hot place)에는 어김없이 메로나 아이스바를 판매하는 점포가 있다.
최근 BTS를 비롯한 K-팝이 인기를 얻으면서 그 영향으로 미국 식품시장에서 K-푸드 시장도 확대되었다. 1991년 미국에 진출한 풀무원두부는 2018년 미국 두부 시장의 약 74%를 점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만두’는 ‘원더풀 헬시푸드(Healthy Food)’로 인정받으면서 2019년 미국의 만두 시장에서 중국업체를 제쳤다. ‘비비고만두’는 중국 만두와 달리 속이 비칠 정도로 피가 얇고 깨물었을 때 “속이 꽉 찼다”라는 식감을 준다.
해외에서의 K-푸드 인기는 1960년대 중반 이후 음식료품 제조업과 음식점업 종사자들이 외국 음식을 한국인의 입맛에 적용하려고 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여기에 새롭고 생소한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보태졌다. 압축성장의 시대, 가공식품에서 길거리 음식(street food)까지 대부분 로컬리제이션(localization)의 길을 걸었다. 한국식 가공식품과 음식점의 메뉴는 한국 사회가 외국에 개방된 세계화 시대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K-푸드의 인기는 압축성장과 세계화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가 수용한 사회문화적 혼종성(hybridization)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인터넷망과 함께 초국가적(transnational) 정보 공유를 개인화할 수 있게 한 스마트폰(smart phone)의 보급은 K-푸드의 세계화를 이끈 큰 힘이다. K-팝, K-드라마, K-영화가 지구촌 곳곳에서 인기를 끌자, 세계 여러 나라 사람은 한국인의 일상생활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중에 K-푸드도 있었다. 거꾸로 한국인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심지어는 직접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이 먹고사는 모습을 체험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K-푸드는 세계화와 지역화를 조합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의 면모를 갖추었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K-푸드의 탄생을 가져온 힘이다.
Infokorea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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