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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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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Kimchee'와'Kimchi' 사이

“Mach dein eigenes Kimchi!” 너만의 김치를 만들어 봐!

이 문구는 최근 독일 곳곳에서 열리는 김치 만들기 체험 행사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다. 처음엔 낯설게만 느껴졌던 한국의 전통 발효 음식이 이제는 독일인들에게도 친근한 경험의 일부로 자리잡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다. 십여년을 독일에서 살면서도 김치 없이는 절대 식사를 할 수 없는 한국인임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명실상부 이제는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등 주요 도시에서는 정기적으로 김치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다. 김치 발효의 과학과 문화, 그리고 손맛이 어우러진K-푸드 체험이 하나의 생활문화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독일은 유럽 내에서 한류 수용이 비교적 늦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그 온도는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K-팝, K-드라마를 넘어K-푸드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김치는 더 이상 한국인들만의 밥상 위 반찬이 아니다. 현지 마트의 한 코너에서는 김치, 김치 소스, 김치 라면이 멋지게 자리잡고 있으니 말이다.

한 때 김치를 둘러싼 문화적 논쟁이 불거진 적이 있었는데 2021년. 중국 관영 매체인 「Global Times」의 기사가 그러하다. 국제표준화기구(ISO) 관련 내용을 근거로 “김치는 중국 쓰촨의 파오차이(pao cai)의 일종”이라는 뉘앙스의 기사를 내보내며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몇 년 전 일이지만 꽤 관심있게 읽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중국 외교부와 일부 네티즌은 김치가 중국 음식문화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강력히 반발했었더랬다.

김치

그런데 이는 단순한 명칭 논쟁이 아닌 음식의 기원과 문화 정체성을 둘러싼 양 국가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을 계기로 김치와 파오차이의 차이는 더욱 명확히 정리되었는데 김치는 고춧가루, 마늘, 젓갈 등을 활용한 매콤하고 복합적인 발효식품이며, 젖산균 발효를 통해 점진적으로 깊은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라는 것으로 정의가 되었다. 반면, 파오차이는 채소를 식초나 소금물에 절여 산미 위주로 맛을 내는 간단한 절임 요리로, 발효 방식이나 재료 구성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드러내었다. 이는 김치가 단순히 ‘발효된 채소’가 아니라 한국의 기후와 식문화와 다양한 조리법이 어우러진 전통음식이라는 것이 강조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이와 같은 혼란을 방지하고자 ‘김치’를 중국어로 ‘신치(xinqi)’로 표기할 것을 권장하였다.

그러나 지금도 중국 내에서는 ‘파오차이’로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니 쉽지 않은 문제인 것은 저명하다. 이처럼 음식은 때로는 문화 자부심의 상징, 때로는 외교적 민감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김치가 독일에서 인기 있는 체험형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은 지금 우리는 한식을 단순한 ‘한국의 맛있는 음식’그 이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치에 담긴 시간, 역사, 지역성, 기후, 전통은 곧 한국이라는 문화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제학교 생물 교과서의 ‘젖산 발효’단원에서 한 장의 사진이 나의 눈길을 끌었는데 김치독을 연상시키는 사기그릇에 가지런히 담긴 김치 사진 아래에 영어로 이렇게 설명이 붙어 있었다.

“Kimchee, a Korean vegetable dish, is produced by fermenting cabbage and other vegetables.”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낯설게 다가왔던 것은 ‘Kimchee’라는 표기였다. 국제적으로는 이미 ‘Kimchi’가 표준 로마자 표기로 자리잡은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Kimchee’는 과거 외국에서 김치를 소개할 때 사용되던 고풍스러운 혹은 비표준적인 철자처럼 느껴졌다. 한국 정부 역시 문화체육관광부의 로마자 표기법을 통해 ‘김치(Kimchi)’를 공식 표기로 지정하고 있으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시에도 동일한 표기가 사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라는 공신력 있는 매체에서 ‘Kimchee’라는 표기를 사용한 데에는 문화적 인식의 간극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 문장에서 김치를 “a Korean vegetable dish”, 즉 한국의 채소 요리라고 간단히 묘사한 부분도 아쉬웠다. 물론 김치는 채소를 주재료로 하지만, 단순히 채소를 활용한 요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 핵심은 바로 ‘발효’이며, 이는 김치를 김치답게 만드는 본질적인 요소임은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fermented’라는 표현은 문장 뒤에 설명으로는 들어있지만, 음식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표현으로는 부족해 보였다. 요약적으로 표현한다면, “Kimchi, a traditional Korean fermented dish”정도가 보다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문장에서 언급된 ‘cabbage’는 내 입장에서는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하는 단어라고 느껴질 수 있다. 영미권에서 일반적으로 ‘cabbage’라고 하면 둥근 형태의 초록색 또는 자주색 양배추를 떠올린다. 물론 양배추를 이용한 ‘양배추 김치’도 존재하고, 나 또한 양배추로 김치 양념을 하여 ‘양배추 김치’를 담근적이 있었다. 즉, 이를 통해 김치의 형태를 모방할 수는 있다. 그러나 김치의 가장 대표적이고 전통적인 재료는 바로 ‘배추(napa cabbage)’다. ‘napa cabbage’는 줄기가 길고 잎이 부드러우며 발효에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cabbage’라고 하면 김치의 재료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문화적 혼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표현을 다듬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Kimchi, a traditional Korean fermented dish, is made by fermenting napa cabbage and other vegetables.” 이 문장은 발효라는 과정을 중심에 놓고, ‘napa cabbage’라는 정확한 재료를 명시함으로써 김치의 본질과 문화적 특수성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치는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인의 식생활 중심에 있었던 전통 음식이다. 계절에 따라 김치의 종류가 달라지고 지역에 따라 재료나 조리 방식이 다르며 집집마다 조상의 손맛이 배어 있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김치는 그 자체로 한민족의 기후, 지리, 저장문화, 공동체 의식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김치를 단순히 ‘채소 요리(vegetable dish)’로 축소해서 표현하는 것은, 문화적 맥락과 정체성을 간과한 기술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과학 교과서이기에 간결한 기술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언어 하나, 단어 하나에 담긴 문화적 함축적 정의를 생각해본다면, 국제 교재에서는 더욱 신중한 표현이 필요하다. 지금 독일, 프랑스, 미국 등 전 세계에서는 김치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세계를 불닭볶음면의 열풍으로 몰았던 라면회사에서조차 김치불닭볶음면을 출시할 정도로 ‘김치’,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인기가 엄청나다것을 더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정확한 정보와 문화적 맥락을 세계에 전파해야 한다.

김치를 소개할 때, 그 발효과정과 재료의 정체성을 명확히 설명하고 ‘김치’라는 고유한 이름을 지켜내는 일은 단순한 언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정확히 알리는 문화 번역의 과정이자, 국가 이미지 구축의 출발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김치를 단순한 음식으로 볼 수 없다. 그 안에는 한국인의 정체성,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우리네 삷의 철학, 수백년의 역사적 시간이 녹아 있다. 그래서 교과서 한 줄, 번역 하나가 김치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축소시킬 수 있다면 그만큼 정확한 언어 선택과 문화에 대한 존중이 중요해진다. 김치가 세계 속의 김치가 되더라도 그 뿌리와 역사는 무조건 한국에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Kimchee’와 ‘Kimchi’사이의 작은 차이에서부터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김치’는 세계가 함께 담그는 한국 문화의 상징이다.
오늘도 나는 작은 ‘Korea’로 이 곳 독일에서 살아간다. 독일사람들과 함께 김치를 담그는 그 순간조차도 문화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정체성을 공유함을 잊지 말아야 하리라.

[우수상]
김지혜

(활동국가: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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