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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커스

한국 전통복식 문화의 발달 - 2

한국 복식문화의 특성

한국인은 현대에도 전통복식을 착용하고 있으나 일상복식이 아닌 특별한 날이나 행사에 입는 의례복식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서구화된 현대복식과 차별화되기도 하는데, 한국의 전통복식은 한국인의 삶, 시대의 미의식, 정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복식이 역사 속에서 변화와 혼란을 겪고, 정체성을 잃어 좌초될 위기를 맞이하면서도 현대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긴 역사성과 민족성 때문입니다. 한국의 전통복식은 곧 한민족이며, 한민족의 생활과 자연,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전통복식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독창적인 복식문화를 갖고 있으며, 한국복식문화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1. 형태에 나타난 선의 미학

국내·외 디자이너들은 한국의 전통복식을 바람의 옷이라고 합니다. 이는 전통복식을 대표하는 형태를 선의 미로 보기 때문입니다. 전통복식을 재단할 때는 직선인 평면이나, 옷을 착용했을 때는 곡선과 조화를 이루며 입체가 됩니다. 전통복식은 제작하는 과정에서 직선재단으로 제작하지만, 착용한 사람의 체형에 따라 형태가 달라집니다. 곡선인 옷고름은 율동감을 주며, 치마는 하체에 착용함으로써 형체를 이루며 흐르는 듯 살아있는 선을 만듭니다. 그래서 상체에서 시작된 선의 흐름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발끝에서 마무리됩니다. 착용한 전통복식을 바라보는 시선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습니다. 형태적 측면에서 서양복식처럼 디테일한 부분에 많은 변화를 주지 않아도 단순함 자체에 유연한 선의 미가 있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한국복식의 형태가 갖는 비대칭의 미는 파격적인 면의 배치와 분할, 색상배치에서 또 다른 선의 미학을 갖습니다. 저고리와 포의 겉섶에 흐르는 사선이나, 안섶이 갖는 대칭적 면의 분할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고리의 깃, 끝동, 고름에 다른 색을 더하여 나타나는 선배치의 미, 치마를 여밀 때 대칭으로 착용하지 않고 겹침에서 나타나는 비대칭의 미는 한국복식의 형태적 특성에서 나타난 선의 미입니다.

2. 봉제과정의 과학적인 구성 원리

한국의 전통복식은 재단을 할 때 완전한 평면이던 것이 착용자에 따라 입체화 되며, 2차원이던 평면적 공간은 3차원의 입체적 공간으로 변형됩니다. 절대공간을 공유해야하는 서양복식은 정해진 치수의 사람만이 착용할 수 있지만, 한국복식은 착용자에 따라 수용되고 표현되는 공간이 가변적입니다. 착용자에 따라 변화되는 공간을 위해 시접과 솔기를 규격화하여 자르지 않고 넉넉하게 두어 재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둡니다. 그래서 체형의 변화가 생기면 넉넉한 소매시접은 소매길이를 조절합니다. 재단이나 봉제할 때 등솔을 겹치게 하여 시접을 두어 재생할 때 품을 넉넉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평면구성의 특성이 최대한 활용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한, 저고리를 비롯한 한국복식은 안감과 겉감을 잇는 2겹박기에서 공간을 넘어 4겹박기를 구성하고, 이는 다시 초 공간을 이루어 옷을 완성시킵니다. 특히 남자바지의 경우 직선, 평면, 원기둥을 포함한 구성이 입체적 공간으로 바뀌는 과정을 통해 수학의 개념인 뫼비우스의 띠의 원리가 적용되기도 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뫼비우스 원리가 소개되기도 전에 한국에서는 전통복식의 구성원리로 활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공간을 뛰어 넘는 평면구성 원리는 착용자의 개성을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3. 길상의미를 지닌 오방색의 활용

전통한복에서는 착용자의 신분에 따라 색의 사용에 차등을 두었으며, 전통적인 색채관인 음양오행사상의 영향으로 오방색을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오방색은 동양의 우주철학에서 나타나는 음양오행 사상을 근간으로 나온 다섯 가지 색으로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색이 해당됩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오방색은 상징성과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우리 삶에서 나타나는 모든 원리에 활용되어왔으며, 인간의 심성을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평상시에는 흰색, 소색을 사용하였던 한국인은 궁중복식을 비롯한 의례복식, 어린아이의 복식 등에서 화려한 색감을 애호하였습니다. 한국인은 의례의 뜻을 중요시하였고, 어린아이에게 건강과 복을 비는 마음을 색과 함께 담아낸 것입니다. 색동의 색배치는 어린아이의 액운을 막는 뜻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오방색에 담긴 뜻은 색배치에서 오는 조화미를 추구하였으며, 음양오행에 따른 상생의 색을 사용하였습니다. 여자복식의 색은 저고리와 치마에 각각 다른 색을 사용하여 양색이 대비되는 효과를 줍니다. 상의와 하의의 색대비는 상의와 하의를 명확하게 구분 짓는 역할을 하면서 얼굴과 두상을 강조하였습니다. 상의는 명도가 높은 색, 하의는 명도가 낮은 색을 사용하여 시각적 안정감을 추구하였습니다. 또한 저고리 깃과 발끝에는 흰색의 동정과 버선을 착용하여 강한 색상대비를 차분하게 하여, 화사하면서도 담백한 색상의 조화를 통해 오방색을 활용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오방색을 이용한 어린이 두루마기와 개화기 한국의 아동복

4. 실용과 진화의 신한복

현대사회는 고도로 발달된 과학환경, 급속하게 변화하는 트랜드를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문화소비 공간 등으로 대변되는 실용성과 관련이 많습니다. 실용성에 대한 추구는 바쁜 현대인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간소하고 간편한 삶의 방식이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복식에서도 가장 단순하고 간결한 단순성, 반복성, 물성 등을 특성으로 절제된 형태의 미학을 추구하는 컨셉이 적용되며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미니멀리즘 복식의 추구로 현실화 되었으며 이때의 실용성은 편리함, 안락함, 쾌적함 등을 포함한 심리적인 요인과 구매비용, 관리비용, 구매접근성 등의 실질적 측면까지도 포함하게 됩니다.

이러한 가운데 신한복으로 일컬어지는 현대 한국복식은 구성과 소재면에서 실용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먼저, 구성적으로 여성의 가슴을 압박했던 치마허리 대신 허리치마, 철릭원피스 등 다양한 스타일이 나타나고 있으며, 옷의 여밈은 옷고름을 대신하여 서양식 단추 등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치마폭이 넓고 길어 불편했던 스타일은 남녀 모두의 한복 바지로 소비되고 있고, 일상의 서양복과 콤비네이션 할 수 있는 실용적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한 소재는 이미 1970년대 본격적인 섬유산업의 기술진보와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실용적인 소재가 사용되었고 현재는 견섬유가 아니어도 한복의 실루엣을 살릴 수 있는 현대적 감각의 소재로 한복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실용적 소재의 활용으로 고비용을 들여 한복을 세탁, 관리하지 않아도 되고, 오염, 방한 등에 강한 신한복으로 재탄생되고 있습니다.

복식에서 아름다움의 가치와 범위는 다채롭고 복잡해졌습니다. 사실 서구의 근대화 과정에서 고착된 아름다움의 기준이 탈근대(post-modernism)의 시대를 통해 서구적 아름다움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라는 동양에 대한 호기심은 탈(脫)오리엔탈리즘으로 빗장을 풀고 나와 미학적 주류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복식이 더 이상 동양의 신비한 감성에 의존한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니라 K-컬쳐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한국 전통복식의 아름다움은 풍성하고 여유 있는 형태감에 내재된 자연미, 유교 윤리와 관련한 인격미, 길상적 의미를 지닌 오방색을 통한 벽사의 미, 그리고 고유한 전통미 등 미학적 요소가 충만한 특성이 있습니다. 한국복식의 아름다움이 오늘날 글로벌 문화시장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름다움과 실용을 겸비한 한국복식은 미래지향적이며 지속가능한 한국의 고유한 문화자원입니다.

COVID19 팬데믹 이후 문화콘텐츠 산업의 성장으로 한국적 아름다움이 보편적 미감으로 글로벌하게 인식되고 현대적 감성이 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착용되는 전통한복이 더 이상 특별한 날에 입는 고가의 예복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감성적인 패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한국복식문화는 문화콘텐츠의 주요 요소로서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 전통복식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집적된 한국인의 총체적 문화자원으로 과학기술의 접목을 통해 한국적 문화역량이 극대화되고 비약적인 혁신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Infokorea 2023
<인포코리아>(Infokorea)는 외국의 교과서 개발자와 교사 등 한국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을 위해 개발된 한국 소개 잡지입니다. 외국의 교과서 저자나 편집자들이 교과서 제작에 참고할 수 있고 교사들이 수업 준비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한국 관련 최신 통계 자료와 특집 원고를 제공합니다. 2023년 호의 주제는 '한복'입니다.

발행 |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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