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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태국 대학생 한국학 연구 발표회

김태우
Prince of Songkla University, 교수

한국학에 관하여

'한국학'이란 한국의 역사와 문화 등 한국에 관한 인문·사회학적 연구를 의미하고 1945년 대한민국이 탄생한 이후 한국학 연구자들이 등장하면서 이론적이고 구체적 연구 방법이 도입되어 학문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한국학은 일본학·중국학 등과 같은 지역학 중의 하나로 여겨지며 한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외국에서도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져 왔다. 그동안 한국학 연구자들은 주로 서유럽과 미국, 일본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왔지만, 동남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태국은 탐마삿대학의 동아시아연구소(Thammasat University, Institute of East Asian Studies)가 중심이 되어 한국에 대한 연구 성과를 조금씩 내왔다.

2000년대에는 태국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과목으로 개설하는 대학이 늘어났고 2010년 이후에는 한국어 교육이 중등학교로 확산되어감에 따라 각 대학이나 학교에서는 한국어 교육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그 활동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한국학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과 주제에 대한 연구와 토론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문화와 한국의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영화, 드라마, 음악에 대한 접촉 빈도가 늘어나자, 일반 태국인들뿐만 아니라 태국인 지역학 연구자들도 한국에 대해 학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가 많아졌고 이로 인해 한국과 태국의 대학과 학자들에 의해 한국학 연구와 관련된 각종 세미나와 연구발표회 개최도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에 2021년부터는 '태국 대학생 한국학 연구발표회'가 Prince of Songkla University의 주관으로 열리는 등 이제 한국학은 태국의 대학생들에게도 학문적 연구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는 태국의 한국학 교육의 발전을 바라는 모든 사람과 교육기관에는 아주 고무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국학 연구의 시발점

1958년에 태국과 한국이 정식 수교 관계를 맺으면서 양국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양의 학자들과 달리 태국은 아직 한국을 연구하는 학자가 전무했고 한국에 대한 기초적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전에 참가한 후에 1971년까지 주둔한 태국군의 영향으로 한국전쟁과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아리랑이라는 제목을 가진 노래나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고 이들 노래와 영화를 통해 태국인들은 피상적이나마 한국이라는 나라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태국에서 한국학과 관련하여 연구와 학문교류 활동을 보여왔던 대학은 탐마삿대학교(Thammasat University)와 람캄행대학교(Ramkhamhaeng University)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1981년에 설립된 탐마삿대학(Thammasat University)의 동아시아연구소(Institute of East Asian Studies)는 처음에는 일본학 중심의 연구 활동을 하다가 중국학과 한국학으로 연구영역을 확대하였다. 초기의 한국학 연구물은 한국전쟁이나 남북분단과 관련된 것이었으나 이후에는 한국의 정치, 경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와 관련된 자료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이 연구소의 연구자들은 한국에 대하여 전문성을 갖춘 학자들은 아니었지만, 지역학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 대해 다양한 주제를 설정하고 연구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현재는 한국학 센터가 설립되어 있어 한국학 관련 활동을 수행해 오고 있으나 전문 연구원 육성의 필요성과 연구원의 안정적 연구 활동을 위한 제반 여건이 좀 탄탄히 갖추어져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1971년에 개방대학으로 개설된 람캄행대학교(Ramkhamhaeng University)는 1995년에는 인문사회대학에 한국학센터를 개설하고 영국의 런던대학과 미국의 하와이 대학에서 수학했던 담롱탄디(Damrong Tandee)교수가 이곳의 한국학센터에서 한국과 관련된 연구를 시작했다. 담롱탄디 교수는 당시 한국학 연구의 불모지였던 태국 학계에 한국학 연구의 독보적인 역할과 활동을 보였다. 인류학자인 담롱 교수는 한국의 역사와 사회, 문화 부분 등에 관심을 쏟아 연구를 해왔고 많은 한국의 대학과 교류하며 태국의 한국학과 한국의 태국학 발전에 기여해 왔다.

2000년대 태국의 한국학 현황에 대하여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인터넷 게임이 태국에 소개되어 많은 인기를 끌게 되었고 한국의 청춘소설, 만화, 유명 한국 드라마의 대사 등이 여러 출판사에 의해 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한국어를 전공으로 개설한 대학이 늘어나면서 차츰 대학에서 강의되는 한국어 교육의 질도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2010년부터는 한국어를 교육하는 중등학교가 등장하더니 약 10년이 지난 2021년에는 130여 개 학교에서 한국어 학습자의 수가 4만여 명까지 증가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한국어 웹툰에 대한 태국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 청소년들에게 한국어 학습에 대한 호기심을 갖도록 자극하고 있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을 이용한 신세대들의 한국문화 소비패턴도 새로운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한국학 관련 연구 내용을 소개하는 워크숍과 세미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한국학에 관심을 가진 학계 인사들의 한국학에 대한 연구 활동이 잦아졌다. 태국인 교육자를 위한 한국학 워크숍이 2009년부터 진행되어 왔고 2014년부터는 태국의 5개 대학이 연합하여 한국학-태국학 세미나를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그 외 여러 대학과 공공기관에서도 한국학 관련 행사를 정기 또는 부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직 태국에는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자의 수가 열 손가락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 역사도 짧은 편이지만 기존의 원로학자와 최근에 양성된 한국학을 전공한 태국인 교수를 비롯해서 한국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한 교수들도 나름데로는 한국학 교육이 중요하고 한국학 연구의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태국에서 한국어 교육이 확장되고 발전될수록 한국학 교육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대학생을 위한 한국학 발표회 준비와 실행에 관하여

Prince of Songkla University는 태국에서의 한국어와 한국학 교육의 현황과 미래를 가늠해 보고 태국의 대학이 한국어 교육을 기반으로 한국에 대해 좀 더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대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을 체계적으로 끌어올려 보고자 지난 2021년 12월에 태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국학 연구 발표회를 개최하였었다. 행사를 진행해 본 결과 예상대로 대학의 교수들과 대학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고 이제는 연례행사로 발전되어 가고 있다.
태국 대학생 한국학 연구 발표회
정식 행사명은 '태국 대학생 한국학 연구 발표회'였고 행사 참가 대상자는 한국어 전공자 외에 일반 대학생까지도 포함되었다. 이것은 대학생이라면 누구든지 한국에 대한 학문적 연구 발표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기 위함이었고 Oral Presentation의 형태는 참가 대학생의 희망에 따라 한국어나 태국어 중 하나를 선택해 발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같은 행사를 마련한 주목적은 한국어 전공 대학생이나 일반 전공 대학생을 망라하여 한국학 연구 발표의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함이었다. 한편으로는 태국 대학생들이 한국학 연구와 관련하여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교환할 수 있도록 장려하며, 더 나아가 태국 대학 간 한국학 연구를 위한 협력의 네트워크를 갖추어 가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발표자에게 주제 선정의 폭을 최대한 넓혀 주어 한국학 분야 중에서 본인이 평소에 관심을 두었던 부분을 골라 연구하여 발표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으로는 발표 참가 신청 대학생들이 학업 중에 시간을 따로 할애하여 자신의 논문을 쓰고 발표를 준비해 가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닐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에 연초에 발표 참가자 신청이 완료된 후에는 연말에 있을 행사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주어 발표 논문 작성을 끝낼 수 있도록 하였다.
태국 대학생 한국학 연구 발표회
이 행사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다. 이 행사는 기존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에 비해 내용 면에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형태라서 참가를 희망하는 대학생들이 많았고 이에 따라 행사 주최 측은 준비 절차와 논문 심사위원의 선정에 신중을 기하였다. '태국 대학생 한국학 연구 발표회'는 한국 관련 교육을 담당하는 태국 대학의 교수와 대학생들에게는 신선한 행사로 다가왔고 한국학 연구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었다. 따라서 향후에는 이와 유사한 성격의 행사들이 많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태국에서는 한국어 교육용 교재 외에 한국 역사 번역물을 비롯해서 한국어 자료를 태국어로 번역하여 출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마치 과거에 태국인들이 한국 여행 때 관광 패키지 여행상품을 이용해서 단순한 한국 관광을 즐겼다면 이제는 한국의 자연과 한국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문화관광을 즐기려는 욕구가 높아진 것과 비교될 수 있다.

이는 마치 태국인들의 한국을 알고자 하는 지적 욕구가 자연스럽게 한 단계 진보하고 있는 모양새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태국의 대학생들이 한국학 연구에 대한 관심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의 관심이 태국의 한국학 교육과 연구의 발전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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