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S Home | CEFIA Home |  영문홈페이지

에세이 당선작

contest images

한국이해자료 개발 제안

한국은 이야기의 나라이다. 길가의 돌무더기에 쌓인 돌 하나하나에 개개인의 소원이 깃들어 있다. 동네 길목의 큰 나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나무이자 마을의 수호신이 될 때도 있다. 집 뒷마당의 장독대 또한 매일 어머니들의 정성어린 치성을 들으며 된장, 고추장, 간장 맛이 밤마다 깊어졌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이래로 신분 계급 고하 상관없이 글을 쉽게 일고 쓰게 되어서였을까? 부녀자들의 글과 서신들이 고택에서 혹은 무덤에서 세상에 종종 나와 그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펼쳐 낸 Understanding Korea Series No. 12의 'A History of Korean Women' 중에서, 조선시대에 이러한 서신들과 생활상이 잘 서술되어 있다. 특히 챕터3의 MARRIAGE AND FAMILY의 Monogamy, Rights of daughters in Family, Love and War in Marriage, Women Venturing Out in Public와 LABOR AND ECONOMICACTIVITIES에서 Weaving, Manager of the Family Economy, Women who work가 집중적으로 조명된 전래동화가 있다. 바로 "콩쥐와 팥쥐"이다. 조선시대 중기 한국 여인의 노동과 삶을 콩쥐의 삶 속에 잘 녹여내었다. 이 전래동화를 읽다 보면 조선 중기시대, 기울어진 양반집 딸의 직물짜기, 밭매기 등의 노동을 볼 수 있다. 또한 권리, 결혼제도 안에서의 사랑과 전쟁, 외출 등이 매우 상세하고 재미있게 서술되어 있다. 이야기 중반에 계모의 가정경제 집행권 등등 조선시대 중기 여성의 노동과 경제활동상을 전래동화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콩쥐팥쥐의 서사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신데렐라와 서사구조가 같다. 어려서 엄마를 잃고 계모와 힘들게 사는 '콩쥐'와 '신데렐라'의 유사성이 그러하다. 특히 두 이야기 속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인 '꽃신'과 '유리구두' 그리고 이것을 들고 발에 맞는 주인을 찾아 나서는 '원님'과 '왕자님.' 계모, 한 짝을 잃은 신, 신발 주인을 찾아 나서는 사랑에 빠진 남자. 이 세 조합으로 콩쥐와 신데렐라는 통하였다.

전 세계 아동들이 콩쥐팥쥐 이야기만 접할 때보다 신데렐라와 함께 전한다면 어떨까? 필자가 미국대학에서 한국어 강의를 할 때 사전 설명 없이 한국어로만 된 '콩쥐팥쥐' 만화를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는 서양 동화의 어떤 스토리가 생각나는지를 발표하라고 했었다. 학생 중 하나가 손을 바로 들었고 '신데렐라'라는 답이 나왔었다.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림만 보고도 대략의 줄거리 짐작이 가능했고, 줄거리가 비슷한 '신데렐라'를 골랐다"고 했다.

다음 질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했다. 파악한 구체적인 것들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일단 등장인물이 나쁜 어머니와 딸, 구박받는 불쌍한 딸, 불쌍한 딸을 돕는 동물들, 후에 등장하는 권력 있는 남자 등 등장인물과 스토리의 구조가 신데렐라와 같았기 때문"이라는 답이었다. 전체 학생들에게 동의하는지를 물어보았더니 다들 동의를 함은 물론이었고, 다른 흥미로운 의견들이 나왔다. "다른 동물들의 등장이 흥미로웠다. 신데렐라는 쥐와 도마뱀인데, 만화에선 두꺼비와 새들이었고 곡식이 달랐다. 그래서 지역의 차이와 등장 동물의 차이도 서양과 다름을 인식할 수 있었다," 혹은 "복식의 차이와 집안일의 종류도 다름을 보았다," "왕자는 아닌거 같은데? 마을을 다스리는 사람이니 시장 같은 사람인가?" 등등 한편의 전래동화를 만화로 접하고 나서 조선시대의 복식, 가재도구, 농사에 동원되는 가축, 지리, 조선시대 사회구조까지 골고루 설명할 기회가 되었다. 심지어 서양 중세 봉건시대의 농노제도와 한국의 반상제도에 관한 토론까지 이어졌었다. 학생들이 콩쥐팥쥐와 신데렐라 비교를 통해서, 동서양의 문화 차이는 물론 지리적 지식까지 알게 되었고, 사람 사는 풍경은 비슷하다는 것도 알게 되어서 한국을 더 가깝게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도 했다.

이 수업의 토론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뇌리에 남아 떠나질 않았다. 결국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영어자료와 필자의 대학교 한국어 수업과정에서의 경험을 조합해 "콩쥐와 신데렐라" 대본을 썼다. 평소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아 모여서 한국을 공부하고, 토론하고, 실천하는 쿠바의 Korea Cuba-Camaguey Together (이하 KCT)라는 그룹에 이 공연을 해보겠냐고 물어보았다. 한국 문화를 특별히 사랑하는 이 그룹은 매우 흥미로워하며 대본을 쿠바 어린이들이 이해를 잘 돕기 위해 조금 수정을 해도 되겠냐고 물어왔다. 공연 당사자들에게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준 후, 공연계획과 연습이 시작되었다.

최종 대본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신데렐라는 극을 이끌어가는 내레이터로서 콩쥐의 이야기를 중간중간 자신의 입장에서 풀이하며 이끌어간다.
• 쿠바의 어린이들이 이해하도록 각색이 되었음에도, 한국학 중앙연구원의 자료에서 나온 조선 중기 여인의 MARRIAGE AND FAMILY의 Monogamy, Rights of daughters in Family, Love and War in Marriage, Women Venturing Out in Public과 LABOR AND ECONOMICACTIVITIES에서 Women who work가 잘 표현되어 있다.
• 꽃신은 현재 테니스화로 대체되긴 하였으나, 기회를 만들어 꽃신뿐만 아니라 원님과 그외 포졸들의 한복도 구비되어 쿠바로 전달만 된다면 입을 예정이다.
• 지역청소년들에게 K-pop이 인기가 있어, 외가의 잔치장면에선 K-pop 공연을 할 예정이다.

몇몇 한국 드라마와 그 외 프로그램들, 혹은 다른 나라의 교과서들에서조차도 한국에 대한 왜곡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는 자격 있는 한국인 선생님을 여러 이유로 찾지 못해, 한국문화를 혹은 한국어를 스스로 배우다가 틀린 정보를 습득하는 일이 있기도 하다. 한국문화라 해서 순수한국문화로만 구성해서 전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문화를 영어나 현지 언어로 널리 홍보하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단계 더 나가보면 좋을 듯하다. 한국의 문화를 영어로 바꾸는 단순한 해석 작업에만 머무르지 말고, 이미 유명한 전 세계의 문화들과 우리나라의 문화들을 대입해보면 어떨까? 그러면 세계인들이 쉽게 다가가서 바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즉, 한국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쉽게 하고, 난이도를 낮춰 진입장벽을 없애는 시도를 해보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콩쥐와 신데렐라'가 좋은 예시가 되길 희망한다.

최소한 한세대의 세계인들이 어렸을 때부터 한국문화와 함께 성장한다고 가정해보자. 어렸을 때부터 한국문화와 함께 성장한 세대가 전 세계에 있다면? 이라는 Research question 놓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성장한 어린이들은 한국에 관한 한 주변인들에게 그 나라 언어로 설명이 바로 가능할 것이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어려서부터 한국문화와 함께 성장하고 한국을 좋아하게 된다면, 그들 중 일부가 한국문화 홍보대사 역할을 하게 된다면, 진정한 한국문화 르네상스가 시작될 수 있을 듯하다.

[우수상]
Amy JY Hutchinson

(활동국가: 미국)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