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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베트남 중-고등 어문 교과서 속 한국 문학 소개 현황 및
가능성 고찰

Hoang Trang Thi
베트남 국립대학교

1. 들어가는 말

현재 2022년은 한국과 베트남 간의 관계는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로 승격 대기 중이며 1992년에 수교 이후 양국은 다양한 방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정책의 측면에서 보면 양국은 각국 정부의 핵심 파트너로 존재하며 각 상대국에 수많은 이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교과서 속에 상대방에 대한 소개나 서술은 미래 세대를 위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상대 인식의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교과서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2021년에는 한국어가 베트남에서 제1외국어로 지정되었는데 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학생들이 한국어를 선택하여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어 교재도 출판되었으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학습하기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부터 학생들은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으며 한국과 한국어가 베트남에서의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초등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과서가 출판되어 한국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는 상황에서 다른 교과서에도 한국이 소개되고 있는가는 이 연구의 출발점이다. 연구자는 현재와 같이 한국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의 중-고등 교과서 속 한국에 대한 소개나 서술이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한 국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국가의 문학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 만큼 초등학교부터 한국어를 학습한다는 환경에서 한국 문학이 소개되면 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연구에서는 현재 발행 중인 베트남에서의 중-고등 어문 교과서에 초점을 맞춰 한국 문학이 어떻게 소개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나아가 비교 문학의 관점을 도입하여 앞으로 개정될 중-고등 어문 교과서 속 한국 문학 소개 가능성도 살펴보겠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 다음과 같이 3가지의 질문의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 현재 베트남에서의 중-고등 어문 교과서에서 한국과 한국 문학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가?
둘째, 현재 중-고등학교 어문 교과서에서 한국과 한국 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경우, 어떠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가?
셋째, 앞으로 개정할 중-고등 어문 교과서에 어떠한 한국 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적절한가?

2. 베트남 중-고등학교 어문 교과서 속 한국 문학 소개 현황

이 절에서는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교과서 속 한국 문학 소개 현황을 살펴보겠다. 베트남에서의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경우, 2020년 새로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는 새로 집필되어 발행되고 있다. 2020년에 6학년 (중학교 1학년), 2021년에 7학년 (중학교 2학년)의 새 교과서가 출간되었는데 기존 교육부 발행 교과서 외 아래 표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깐찌에(Canh dieu), 짠쩌이쌍다오(Chan troi sang tao), 껫노이찌특보이꿕쏭(Ket noi tri thuc voi cuoc song) 등 3가지의 교과서도 역시 발간되었다.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1] 베트남 내 중-고등 교과서 개정 현황
학교 학년 교과서 비고
교육부 발행 깐지에우
(Canh dieu)
짠쩌이쌍다오
(Chan troi sang tao)
Ket noi tri thuc
voi cuoc song
중학교 6 V V V V -
7 V V V V -
8 V 발행 중 발행 중 발행 중 2023-2024학년도 적용
9 V 미발행 미발행 미발행 2024-2025학년도 적용
고등학교 10 V 미발행 미발행 미발행 -
11 V 미발행 미발행 미발행 -
12 V 미발행 미발행 미발행 -

따라서 이 연구는 베트남 중-고등학교 어문 교과서 속 한국 문학 소개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서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모든 교과서를 대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2.1. 중학교 어문 교과서 속 한국 문학 소개 현황
베트남 중학교 어문 교과서 속 한국 문학 소개 현황을 살펴본 결과, 기존 베트남 교육부에서 발행한 어문 교과서 및 깐찌에우 교과서 속에서는 한국 또는 한국 문학을 소개한 내용이 포착되지 못하였으나 껫노이찌특보이꿕쏭(Ket noi tri thuc voi cuoc song) 및 짠쩌이쌍다오(Chan troi sang tao) 교과서 속에서는 한국인 작가가 쓴 작품 및 한국 전래동화가 포착되었다.

중학교 어문 교과서의 경우, 학생들의 독해 및 작문 능력을 기르기 위해 글 종류별로 특정한 주제와 함께 제시함으로서 학습 내용이 이루어진다. 한 학년도에는 총 10개의 단원을 학습해야 하며 1학기에 학습하는 제1권인 '어문 6-1'와 2학기에 학습하는 제2권인 '어문 6-2'로 나뉜다. 단원의 구조는 크게 '읽기' – '쓰기' – '말하기 및 듣기' – '정리' 등 4파트로 구성되는데 '읽기' 및 '정리' 파트에는 다양한 베트남 문학 작품과 외국 문학 작품이 소개된다.

먼저, 껫노이찌특보이꿕쏭(Ket noi tri thuc voi cuoc song) 교과서 속에서 한국 문학이 소개된 책은 6학년 어문 교과서 중 제 2권인 '어문 6-2' 교과서이다. 다음을 통하여 책 표지 및 목차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1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껫노이찌특보이꿕쏭 '어문 6-2'는 2학기에 학습하는 교과서로 1학기에 학습한 '어문 6-1'과 같이 총 5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문 6-1'에 이어 6단원부터 10단원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단원 구성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보기 위해 '어문 6-2'의 8과 내용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표 2] 껫노이찌특보이꿕쏭 '어문 6-2' 8과의 단원 구성
Bài 8. Khác biệt và gần gũi [단원 제목] 8과: 차이점과 공통점
Đọc 읽기 [논설문 정의, 특징 설명]
Xem người ta kìa! (Lạc Thanh) [3개의 글 (문학 작품)이 제시되는데 읽기 전, 읽은 후 활동으로 구성된다. 그 중 '읽기 전 활동'은 글의 주제에 관련 질문들로 학생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목적으로 구성되고 작품 '읽은 후 활동'은 내용에 관련 연습 문제들이다. 연습 문제는 글에 나온 내용 뿐만 아니라 특정 어휘, 표현에도 관련이 있다.]
Thực hành tiếng Việt
Hai loại khác biệt (Giong-mi Mun)
Thực hành tiếng Việt
Bài tập làm văn (trích Nhóc Ni-cola: Những chuyện chưa kể, Rơ-nê Gô-xi-nhi và Giăng-giắc Xăng pê)
Viết 쓰기
Viết bài văn trình bày ý kiến về một hiện tượng (vấn đề) mà em quan tâm. [학생들이 스스로 논설문 작문할 수 있도록 작문 단계 소개 및 모범 답안이 제시된다.]
Nói và nghe 말하기와 듣기
Trình bày ý kiến về một hiện tượng (vấn đề) đời sống. 사회 현상(문제)에 대해 말하기 연습한다.
Củng cố, mở rộng 내용 정리
Thực hành đọc 확장 읽기(문학 작품 읽기)
Tiếng cười không muốn nghe (Minh Đăng)
사진 2
[표 2]와 [사진 2]를 통하여 새로 발간 껫노이찌특보이꿕쏭 '어문 6-2'교과서 속에서 한국인 작가인 문영미 작가의 '차이'의 일부가 베트남어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영미 작가의 '차이'의 번역본은 '읽기' 파트에 소개되고 있다. 이 작품은 글의 한 종류인 '논설문'으로 분류되는데 학생들이 번역본을 읽으면서 논설문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게끔 '읽기 전 활동'과 '읽은 후 활동'에는 다양한 질문이 제시된다. 베트남어로 된 번역본이지만 번역본에 나온 어휘, 표현에 관련 연습 문제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학생들이 연습 문제 푸는 활동을 통하여 글을 작문하는 데에 적절한 어휘 선택 및 문장 구조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

다음은 짠쩌이쌍다오(Chan troi sang tao) 교과서 속 한국 문학 작품 소개 내용을 살펴보겠다.
사진 3
짠쩌이쌍다오 교과서의 경우, 1학기에 학습하는 '어문 6-1'의 2과에서 한국 문학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어문 6-1'의 2과의 주제는 전래동화인데 읽기 파트에는 베트남의 전래 동화와 함께 한국의 전래동화인 '흥부와 놀부'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표 3] 짠쩌이쌍다오 '어문 6-1' 2과의 단원 구성
Bài 2. Miền cổ tích [단원 제목]: 전래동화
Đọc 읽기 [전래동화 정의, 특징 설명]
Sọ Dừa (Truyện dân gian Việt Nam) [2개의 전래동화가 제시된다. 읽기 전, 읽은 후로 작품 내용에 관련 연습 문제도 역시 제시된다. 연습 문제는 글에 나온 내용뿐만 아니라 특정 어휘, 표현에도 관련이 있다.
한국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 소개되며 내용에 대한 연습 문제가 제시된다.]
Em bé thông minh (Truyện dân gian Việt Nam)
Chuyện cổ nước mình (Lâm Thị Mỹ Dạ)
Thực hành tiếng Việt
Non-bu và Heng-bu (Truyện dân gian Hàn Quốc)
Viết 쓰기
Kể lại một truyện cổ tích [전래 동화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작문할 수 있도록 작문 단계 및 모범 답안이 제시된다.]
Nói và nghe 말하기 및 듣기
Kể lại một truyện cổ tích 전래 동화 이야기하기
Ôn tập 내용 정리
사진 4
[표 3]과 [사진 4]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듯이 2과의 주제는 전래 동화이다. '흥부와 놀부' 전래동화의 전문은 베트남어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뿐안 아니라 한국의 전통 가옥, 옛날 한국인의 복장 등이 삽화로 그려져 이를 통하여 한국인의 생활문화가 간접적으로 베트남 학생들에게 소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껫노이찌특보이꿕쏭 '어문 6-2'의 8과와 달리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 관련 연습 문제는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전래 동화의 특징은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흥부와 놀부'를 읽고 나서 어떠한 교훈이 있는가?

2.2. 고등학교 어문 교과서 속 한국 문학 소개 현황
중학교와 달리 현재 베트남 내 고등학교 교과서는 새로 개정된 교과서 없이 교육부에서 발행한 교과서로만 사용되고 있다. 고등학교 10학년부터 12학년까지의 어문 교과서에서 한국 문학 소개 현황을 살펴본 결과, 다양한 국가들의 문학 작품이 소개되고 있으나 한국 문학 작품은 소개되고 있지 않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고등학교 어문 교과서의 외국 문학 작품 소개 현황은 아래 표로 정리할 수 있다.

[표 4] 고등학교 어문 교과서 속 소개되어 있는 외국 문학 작품 목록
학년 문학작품 국가
10 오디세우스 신화 그리스
라마야나 신화 인도
마츠오 바쇼의 하이쿠 시 일본
삼국지연의 중국
11 로미오와 줄리엣 - 셰익스피어 영국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 푸쉬킨 러시아
28번째 시작 - 타고르 인도
체호프 단편 러시아
레 미제라블 - 빅토르 위고 프랑스
12 츠바이크 단편 오스트리아
약 - 루쉰 중국
미하일 숄로호프 러시아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미국

[표 4]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현재 고등학교 어문 교과서에서 소개하고 있는 외국 문학 작품들은 대부분 서양국가나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의 작품들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러시아 (3편), 중국 (2편), 인도 (2편),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있다. 이는 러시아 (소련), 중국 등의 사회주의 국가들과 서양 중심 주의에 기인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국가 문학을 중심으로 지역 문학에 대한 시각을 가져, 나아가 세계 문학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현재 베트남 고등학교 교과서 속 서양문학 또는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의 문학 작품을 위주로 소개되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앞으로 개정할 고등학교 어문 교과서에 동남아시아 문학 작품 또는 동아시아 문학 작품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한국 문학 작품을 충분히 소개할 수 있다고 보며 연구자는 베트남 내 고등학교 어문 교과서에 수록 가능한 한국 문학 작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편, 고등학교 어문 교과서는 베트남 문학사의 전개 과정을 중심으로 구성된다는 특징이 있다. 측 10학년에는 베트남의 구비-고전 문학, 11학년에는 중세 및 근대 문학 (1945년 전까지), 12학년에는 현대 문학 작품들을 중심으로 소개된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문학사에 초점을 맞추어 같은 동아시아 지역에 위치하며 문학사적 및 문화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한국 문학 작품을 충분히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 연구에서는 비교 문학의 관점을 도입하여 향후 새로 개정될 고등학교 교과서 속 한국 문학 소개 가능성을 다음 절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3. 베트남 고등학교 어문 교과서 한국 문학 소개 가능성

이 절에서는 비교 문학의 관점에서 본 베트남 내 고등학교 어문 교과서 속 한국 문학 소개 가능성을 탐색하겠다. 문학은 정치, 경제, 사회의 맥락 속에서 형성된 한 국가의 산물로 한 국가의 문학이 그 국가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는 주장과 콜리(Collie)와 슬레이터(Slater)의 '가치가 있고 실제적인 자료, 문화적 풍요화라는 측면에서 외국어 교육에서의 문학 작품의 효용성'에 대한 주장과 같은 주장을 취하며 한국과 베트남의 정치, 경제, 사회의 맥락 속에서 형성된 한국과 베트남 문학에 대한 지식은 한국과 베트남에 대하여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국가와 국가 간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의 글로벌 시대에는 세계 문학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였는데 세계 문학이란 문학이 유통되는 글로벌 차원과 문학이 태어나고 만들어지는 로컬 차원이 서로 맞물리면서 생겨나는 것이다. 즉 글로벌 시대에 국가의 문학은 세계 문학으로서 세계화의 보편성과 지역의 특색을 가지는 특수성을 동시에 갖춘다고 볼 수 있다. 비교 문학은 양 국가의 문학 작품을 비교하는 활동인데 이 연구에서 초점을 두고자 하는 개념은 대비 연구이다. 대비 연구는 양 국가의 문학 간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하는 관점인데 이 연구는 공통점에 기반한 한국 문학과 베트남 문학 간에 비교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에 목적을 두는 연구분야이다.

향후 베트남 고등학교 어문 교과서에 한국 문학 작품을 소개할 가능성을 고찰하기 위하여 한국 문학과 베트남 문학 비교의 전제인 양 국가의 근현대 문학사를 살펴보고 비교 가능한 작품들을 추출하고자 한다.

3.1. 한국과 베트남의 근현대 문학사
근대에 이르러 역사적으로 한국과 베트남은 식민지, 남북 전쟁, 산업화라는 유사한 역사적 흐름을 거쳤는데 해당 시기 양국의 문학사를 비교하는 것은 비교 문학의 관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문학사적 비교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해당 시기들의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적 배경을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① 식민지 시기이다. 일반적으로는 베트남이 1884년부터 1945년까지 약 60년 정도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1941년부터 1945년까지는 일본 정권이 그 당시 무장된 정치적 영향력으로 프랑스 정권과 다양한 조약을 체결하여 베트남을 간접적으로 통제하였다. 따라서 베트남의 식민지 시기는 1858년부터 1941년까지 프랑스의 식민지 시기와 1941년부터 1945년까지 프랑스와 일본의 식민지 시기로 이어진다. 반면에 한국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약 36년 간의 일본의 식민지였으며 베트남의 식민지 시기보다는 다소 짧은 편이다. 베트남에서의 식민시 시기는 프랑스 식민지시대로만 불리지만 한국의 식민지 시대는 '일제시대', '일제암흑기', '일본통치시대', '일정시대', '일본 식민지 시대', '왜정시대' 등으로 불린다. 이 연구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한국과 베트남의 식민지 시기 문학사는 서양 문학의 유입으로 양국 문학이 본격적으로 근대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1920년부터 1945년까지로 국한하기로 한다.

② 전쟁 시기이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은 전쟁을 체험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략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한국과 베트남은 일본의 통치에서 벗어났지만 양국은 각각 또 다른 전쟁에 직면하게 되었다. 전쟁은 양국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인 만큼 외세와의 전쟁뿐만 아니라 남북 간의 전쟁 시기도 포함한다.
한국의 경우, 1945년 광복 이후 국제적 요구에 따라 북한은 소련의 통치하에 남한은 미국의 통치하에 놓이게 되며 남북으로 나누어지는 경계 38선은 임시 비무장 지대가 되었다. 이후 1948년 8월 15일 남한은 대한민국정부를 수립하고 북한에서도 1948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수립되었으며, 1950년에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1953년까지 3년간 이어진다. 연구는 이에 따라 1945년부터 1953년까지의 기간은 한국의 전쟁 시기로 보고 1945년부터 1950대 말까지의 한국 문학사를 검토하고자 한다.
한편, 베트남의 상황은 한국보다 복잡하다. 1945년 일본의 침략에서부터 벗어났지만 당해부터 프랑스 정부가 다시 베트남을 식민지로 지배하려 하면서 베트남은 프랑스와 1954년까지 전쟁을 지속하게 되었다. 1954년 프랑스와의 전쟁이 끝난 뒤 베트남은 남과 북으로 나뉘어 다시 미국과의 1975년까지 또 다른 전쟁 시기를 겪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베트남 문학사의 전쟁 시기를 프랑스와 미국과의 전쟁을 포함한 1945년부터 1975년까지의 시기로 본다.

③ 산업화 시기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남북 전쟁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국가 발전이 이루어지는 산업화 시기를 거쳤는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과 베트남의 남북 전쟁 기간이 다른 점에 따라 한국의 산업화 시기와 베트남의 산업화 시기 역시 상이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6∙25 전쟁이 끝난 뒤 1960년대부터 70년대, 80년대를 거치면서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는데 해당 시기의 한국사는 한 마디로 분단 자본주의가 형성 및 심화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정부 주도 하에 수출 중심의 경제 개발 정책이 추진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 민중은 폭압적이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당해내야 했다.
반면에 베트남은 70년대 중반까지 전쟁이 연속되었다가 1975년에 남베트남과 북베트남이 한 나라로 통일되었다. 이후 1986년부터 베트남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국가 경제의 발전을 이룩하였지만, 북베트남에서는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벗어나 독립 국가가 된 1954년부터 공산당의 지도하에 사회주의 경제 모형의 산업화가 단계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남베트남과의 통일을 위해 모든 자원을 총력적으로 동원하였다. 정리하자면, 베트남에서의 산업화는 1954년부터 1976년까지 북베트남에서 먼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으며, 베트남 전 국가적으로 산업화가 진행되는 시기는 1986년부터이었다. 이처럼 베트남에서의 산업화는 국가가 통일된 1975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현재까지 진행 중이지만, 이 연구에서는 북베트남에서 이루어진 산업화도 아우르기 위하여 베트남의 산업화 시기를 1954년부터 현재까지로 포함시키고자 한다. 따라서 한국의 산업화 시기 문학은 1960년부터 1980년대까지로, 베트남의 산업화 시기 문학은 1954년부터 현재까지로 설정하여 살펴볼 수 있는 입장이다. 아래부터는 식민지시기, 전쟁시기, 산업화시기별 한국과 베트남 문학을 살펴보기로 한다.

가) 식민지 시기의 한국 문학과 베트남 문학
국권을 상실한 식민지라는 역사적 배경에서 한국과 베트남은 각각 일본과 프랑스를 통하여 서양문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식민지 시대 한국 문학과 베트남 문학은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근대화되면서 식민 정권의 탄압에 저항하고 민족의 독립 정신을 고무하는 임무도 수행하였다. 당시 한국의 작가들은 일본 유학생이 상당수였기 때문에 이 시기 한국 문학의 근대화 과정은 일본 유학생 작가들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시기 베트남 문학의 근대화에는 초기 소수의 일본 유학생 작가들과 신사상을 받아들이는 유생(Phan Bội Châu, Phan Châu Trinh)들이 크게 기여했으나 1920년대부터는 프랑스 교육을 받은 작가들이 주로 창작 활동을 하였다. 따라서 한국과 베트남의 근현대문학은 192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식민지 시대에는 국가의 정치적 변동 때문에 한국과 베트남 문학이 다양하게 변모하게 되었다. 그 중 한국 문학과 베트남 문학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새로운 문학의 출현에 대한 양국 문학 담론의 임무에 대한 것이다. 서양문물의 유입으로 인하여 서양의 문학사상을 받아들이면서 한국과 베트남 문학은 스스로 근대화했다. 이 시기에 창작된 문학 작품들은 예전에 등장하지 않은 문체로 쓰이는 작품이나, 서양의 기법을 따라하는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이 작품들은 한국에서는 신시, 신소설로 명명되는데 베트남에서는 국어(Quốc Ngữ) 문학으로 불린다. 이 시기에 베트남 문학 작품들은 쯔놈(베트남 한자) 또는 프랑스어로 창작된 작품들과 달리 새롭게 만들어진 로마자 식의 꾸옥응으(국어-Quốc Ngữ)로 쓰이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신문학은 예전의 문학의 특징에서 벗어나 장르와 기법을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형태를 띠게 되었다. 특히 이 시기에 문학 내용은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둘째, 창작 활동에 참여하는 작가의 측면이다. 이 시기에 한국에서의 작가들은 상당수 일본 유학생인 반면 베트남에서는 유생(유학을 공부하는 작가)들이거나 프랑스 학교에서 수학한 작가들이다. 베트남에서의 작가들은 한국의 작가처럼 일본에서 유학하지는 않았지만 서양 문학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베트남 문학의 근대화에 큰 기여를 하였다. 즉 이 시기 양국의 작가들은 경로는 다를지라도 서양 문학의 근대화 흐름을 받아들여 각국의 문학사 발전을 도모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셋째, 내용적 측면이다. 먼저 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1920년대 한국의 시는 한국 역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된 독립 운동인 3.1운동의 좌절로 인한 허무와 패배의식의 영향으로 병적, 퇴폐적 낭만주의 경향을 보였다. 국권 상실의 비극과 민족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인식을 민족 정서와 종교적 신념으로 극복하려는 노력도 나타났다. 또한, 일제의 탄압이 극에 달했을 때에는 광복에 대한 의지를 다지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일제에 저항하는 작품이 다수 발표되었다. 베트남의 시는 국권 상실의 역사적 배경에서 프랑스 정권의 통제를 받아 활동하는 공개합법파의 작품과 그렇지 않은 비밀활동파의 작품으로 나뉘게 된다. 공개합법파의 작가들은 민족정신과 건전한 진보 사상을 갖고 작품들을 생산하는 집단도 있고 한국처럼 병적, 퇴폐적 낭만주의 경향을 보이는 터머이(Thơ Mới) 운동도 있었다. 반면에 비밀활동파의 작가들은 혁명의식과 식민 투쟁을 내용으로 하는 저항시나 국민의 애국심을 고무하는 작품을 창작하였다.

소설의 경우, 낭만주의 소설도 있지만 이 시기 한국과 베트남 문학의 대표적인 소설로는 1930년대에서 1945년에 주로 발표된 하층민과 지식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들이다. 식민지 시대 한국의 농업생산구조는 일본에 의해 강행된 토지조사 사업을 통한 농지개혁으로 전통적인 봉건사회 체제의 와해를 겪게 된다. 그러나 일본의 식량 조달을 위한 노동력 착취와 지주계급의 수탈행위로 농민들의 생활상은 그 이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이러한 농촌을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 중에는 농촌을 도시적 문명의 잡음과 현실성을 부정하는 장소로 표현하는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농촌을 계몽의 대상으로 그리는 작품도 생산되었다. 그 외에 농촌, 농민의 생활 실상을 사실적으로 그리거나 농민을 토속적, 해학적으로 표현하는 작품들도 있었다.

1930년대 말부터는 봉건적 신분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실제로 반봉건 분위기는 지속되고 있었으며 이는 일본과 프랑스의 식민지 농촌 수탈 정책과 직접적 연관이 있었다. 농촌은 지주와 소작인이라는 계급사회를 형성하게 되었으며 점차 가혹해지는 일본과 프랑스의 수탈행위로 농민의 생활 압박은 더욱 가중되었다. 지주와 소작농 사이에는 신분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으며 빚, 비료값, 높은 소작료, 세금 등과 더불어 프랑스라는 수탈자와 전통적인 지주가 합세한 수탈은 농민의 삶을 위협하고 궁핍하게 했다. 그래서 사실주의 작가들은 당시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이에 속하는 사실주의 작가들로는 응우엔 꽁 환, 응오 땃 또, 부쩡품, 땀랑 등으로 이들은 사회 비판을 주제로 한 소설을 다수 발표하였다.

나) 전쟁 시기의 한국 문학과 베트남 문학
1945년 독립의 기쁨을 누린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과 베트남에는 다시 남·북 전쟁이 발발하여 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한국의 남북 전쟁 기간은 3년이었지만 베트남의 경우 남북 전쟁 기간이 20년이나 지속되었다. 이처럼 한국 문학과 베트남 문학이 전쟁이라는 체험에 영향을 받은 기간에 차이가 있고 비록 양국이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택했지만, 분단과 전쟁의 상흔이라는 공통의 체험은 이 시기 양국에서 발표된 문학 작품들에 전쟁과 분단 문제가 반영되게 하였으며 이는 이 시기 양국 문학의 대표적인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1945년 해방 직후 식민지 문화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 문학을 재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이 시기 한국 문단의 상황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대립만큼이나 이념적 갈등이 격렬하게 일어났다. '조선문학건설본부', '조선프로레타리아문학동맹', '조선문학가동맹', '중앙문화협회', '전조선문필가협회' 등의 문학 단체들이 갈등 관계 속에 놓여 있었는데 좌우 이데올로기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같은 좌익 문단 내에서도 헤게모니 다툼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좌우익 단체들은 신국가와 신문화 건설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지니고 있기도 했다. 이때 한국 문단에 닥친 변화 중에서 모국어의 회복은 주목할 부분이다. 모국어를 근원적으로 박탈당한 채 식민지 시대를 살아야 했던 문학 주체에게 모국어의 회복은 새로운 정체의 탐색과 정립에 필요한 결정적 모티프와 에너지를 선사하였다.

이러한 해방 직후의 혼란기가 수습되기도 전에 한국은 전쟁과 분단이라는 또 다른 전환기를 겪어야 했다. 내적 역량을 정비하지 못한 데다 외세가 깊이 개입하면서 한국은 미증유(未曾有)의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되는데, 이러한 시대적 성격은 문학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한국전쟁은 한국사회로 하여금 계층구조, 가치관, 전통과 관습이 뿌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했다. 그 결과 남북한에는 각각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서로 다른 정치‧경제체제가 수립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의 전후문학은 주로 전쟁이 초래한 불안과 공포, 개인의 정신적‧실존적 위기를 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전쟁은 국가와 민중에게 물질적 피해뿐만 아니라 가치와 신념이 흔들리는 정신적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전후 신세대 문인들이 세대론을 내세우면서 당시의 현실을 황무지에 비유하고, 화전민 의식을 제창한 것도 이와 관련이 된다고 할 수 있다.전쟁은 국가와 민중에게 물질적 피해뿐만 아니라 가치와 신념이 흔들리는 정신적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전후 신세대 문인들이 세대론을 내세우면서 당시의 현실을 황무지에 비유하고, 화전민 의식을 제창한 것도 이와 관련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전쟁이 가져온 파괴와 처참함을 직접 체험한 전후 세대들은 또 다른 윤리에 대한 필요성을 환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 문학에서는 전쟁 체험과 전쟁 후의 사회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시적 주제가 확산되었고, 문명을 비판하는 모더니즘 시, 자의식을 표현하는 모더니즘 시 등이 창작되었다. 또한, 전후 소설은 전후 의식을 새로운 소설 기법으로 수용하는 경향, 전통적인 소설 기법으로 6‧25의 상황에서 인간을 탐구하려는 경향, 전통적인 생활의식을 전통적인 소설 미학으로 형상화하려는 세 가지 경향을 띠며, 직접 체험한 전쟁에 관한 소설, 전쟁 속의 삶을 다룬 소설, 존재와 본질에 질문을 던지는 실존주의 소설 등이 창작되었다.

한편, 베트남 문학사는 두 단계로 구분된다. 첫 단계는 1945-1954년으로, 8월 혁명 이후 국가의 두 지역(남북)이 모두 프랑스 항쟁시기로 접어들었을 때이다. 이 시기의 문학은 이러한 시국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프랑스 식민지화에 저항하며 대 프랑스 항쟁을 문학에 형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기의 문학은 혁명과 항쟁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노동자․농민․병사들의 민중의 힘과 아름다운 품성을 탐구하는 것에 방향을 두어 미래에 대한 믿음과 민족적인 자부심을 표현하였다. 특히 베트남 문화는 사회주의 문화이자 소련문화의 영향을 받아 이 시기의 베트남 문화는 '민족', '과학', '대중'이라는 3가지의 핵심 가치를 방침으로 발전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마르크스-헤겔, 스탈린 철학 도서와 러시아의 유명한 작품들이 베트남어로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이로 인해 베트남 작가들의 사상이나 철학에 러시아 문학이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이 시기 베트남 문학은 주로 혁명의 방향에 따라 움직이며 국가의 명운과 밀접한 관계를 보이게 되었다. 당시 애국지사들이 문인으로 활동한 경우가 상당히 많았으며 과업을 달성하기 위하여 문학을 무기로 삼는 혁명 사상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하여 이 시기 문학은 민족 역사의 중대한 문제들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았다.

두 번째 단계인 1954-1975년대는 남북으로 분단된 각 지역이 미국에 저항하는 공통의 임무를 가지고 있었으며 북쪽 지역은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되었다. 이 단계에서는 한편으로는 노동자의 모습, 사회주의 건설 초반의 인간의 여러 가지 변화를 낭만적․낙관적 정서로 표현하는 작품들도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전쟁에 대한 체험, 그리고 전쟁의 상처에 대한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다) 산업화 시기에 한국 문학과 베트남 문학
한국사에 있어 1960년대는 전쟁의 상처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동시에 4‧19와 5‧16이라는 정치적 혼란과 경제 성장이라는 문제가 맞물려 있는 복합적인 시기이다. 정부의 주도하에 급속도로 추진된 자본주의화는 실제 생활뿐만 아니라 가치관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합리주의 명분 아래 공동체를 유지해온 사회 질서가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불신이 싹트고, 물질만능주의는 인간을 같은 인간에게서 소외시키고 사물화시키는 사회적 문제를 낳았다. 동시에 농촌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림으로써 농촌이 공동(空洞)화되는 한편, 도시에는 빈민과 부랑자층이 형성되었다. 또한,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희생이 강요되면서 사회구조적인 모순을 배태시키기도 했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갈망, 경제적인 위기감 속에서 1960년대 문학은 소재, 주제적인 측면에서 1950년대 문학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1960년대는 한국 현대화 발전 역사에서의 분수령이 되었다. 1961년 박정희 정부가 수출주도의 경제 개발 정책을 실시함에 따라 근대화, 공업화, 그리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산업화가 추진되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 이래 군사 정부가 채택한 개발 독재 전략의 결과로 상당한 수준의 산업화가 달성되었고 경제적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경제 제일주의, 혹은 근대화 지상주의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다.

1970년대 한국은 박정희 대통령의 집권 아래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면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구축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빈부격차가 심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경제개발정책은 도시 시민을 위한 것으로 농촌의 인구가 현격히 감소하면서 농촌과 농민의 희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어 농민 문제가 대두되었다. 이 시기 문학은 사회가 안고 있는 부조리, 사회 갈등을 지적하고 고발하는 문학 작품이 활발히 창작되었을 뿐 아니라 한국 시단 또한 사회의식을 토로하는 현실 참여시가 활발히 창작되었다. 또한 농민운동, 도시 빈민 운동, 노동운동 등이 고조되는 배경하에서 하층민을 제재로 한 소설이 주를 이뤘는데, 산업화로 인해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삶의 애환, 소외된 도시 노동자의 삶의 현실, 도덕성의 상실 등을 주제로 한 소설이 주를 이뤘다. 이 시기는 급격한 사회 변화와 현대 문명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러한 인간 문제에 관심을 둔 문학 작품이 활발하게 창작되었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산업화 시작 시기는 서로 다르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시작되었지만 베트남은 1945년부터 조금씩 태동되어 1986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국의 산업화 시대 문학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사회 변화가 낳은 부정적 면모가 두드러졌다. 즉 이 시기의 한국 문학은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사회적 갈등 양상을 문학의 중요한 소재로 수용했다.

베트남에서의 산업화 시대 문학은 국가 경제의 산업화보다 먼저 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다. 1976년 남베트남과 북베트남의 통일 이후 남북 간 서로 다른 정치 체제로 인하여 사회적 변화와 갈등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는 이 시기의 베트남 문학의 중요한 소재였다. 1975년 4월 30일, 30년 동안 이어진 민족의 독립전쟁은 전승으로 종결되었다. 이후 97개 국가와 외교 관계를 수립하며 국제사회에서 베트남의 국가적 위상도 확대되었다. 특히"예술문학 창작에 민주․자유성을 보장하고 예술인들이 효과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편리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라는 베트남 공산당의 의결에 따라 베트남이 국가 차원에서 예술 문학을 중요하고도 새로운 임무로 여겼음을 방증해 준다.

이러한 새로운 역사적 상황은 베트남 문학이 혁신적․민주적 방향으로 발전하는 변화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는 성과를 이룩하였다. 그 당시 작가층은 여러 세대로 이루어졌는데 두 번의 전쟁을 직접 경험한 작가들과 이전 세대의 작가들(1930-1945년)이 양적∙질적으로 두터운 문학적 성과를 내는 집단으로서 성장하였다. 또한, 1975년 이후에는 문학에서 전쟁의 해악이나 참혹함에 대한 회고 등 시사적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 문학의 민주화 분위기는 인간의 삶을 보다 넓은 범위에서 심도 있게 탐구하도록 하였고 이는 문학의 내용을 보다 풍부하고 세밀하게 하는 것에 기여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사회와 인간의 현실을 직시하여 자유롭게 탐구하고 깨어 있는 의식으로 사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예술인들에 의해 문학에서 먼저 표현되었다. 그것은 공동체의 목소리일 뿐만 아니라 사회 공동체의 인식을 풍족하게 하려는 개개인의 의견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민주화는 문학의 주제, 구조, 모티브 등 창작의 여러 단계에서 표현되었다. 그리하여 작가의 창작성이 드러난 다양한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형식과 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게 하였다.

도이머이(1986년) 이후, 문학은 뚜렷한 개성을 지닌 다양한 주제들로 발전한다. 예를 들어 혁신에 대한 열망, 인간과 개성, 전쟁 후에 잃어버린 것들, 도이머이 이후의 국가 혹은 인격, 사회의 부정적인 문제들 등이 문학에서 주제로 다루어졌다. 이러한 주제들은 전쟁에 관련된 것들에서 나아가 전쟁 후에 분열된 삶, 내부적 갈등, 인격적 문제 및 개인의 비극 등 문학이 표현해내는 범위가 보다 다양하게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3.2. 문학사 시기별 한국과 베트남 문학 비교 가능성
앞서 살펴본 한국과 베트남의 문학사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학사 시기별 한국과 베트남 문학 비교의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살펴보았듯이 식민지시기, 전쟁시기, 산업화시기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문학 연구에 있어 영향관계에 초점을 두는 비교연구를 할 경우 그 연구 대상이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대비 연구를 도입하면 보다 합리적이고 연구 범위도 확장될 수 있다. 인간의 근원적 사고의 차원과 같은 동양이라는 공통 문화권의 차원에서 양국의 현대문학은 영향관계가 없더라도, 대비 연구를 통하여 유사성 혹은 공동 현상을 찾아내고 차이점을 명확히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유사점과 차이점의 발생원인을 당시의 정치, 사회, 경제, 역사, 문화 및 그 밖의 사회, 문화적 배경과 관련지어서 조명하는 것이 유의미한 작업이며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여기서 유사성을 바탕으로 하는 대비 연구의 관점에서 문학사 시기별 한국 문학과 베트남 문학의 비교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알드릿지(Aldridge)의 문학 작품의 유사 현상에 대한 주장을 따르고자 한다. 알드릿지는 문학 작품의 유사 현상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하였는데 이들이 표현 형식의 유사성, 사고의 유사성, 그리고 인간 관계의 유사성이다. 그 중 표현 형식의 유사성은 작품의 장르적 유사성인데 문학의 종류를 말하는 개념인데 서정(시), 서사(소설), 희곡, 교술 등이다. 그리고 사고의 유사성과 인간 관계의 유사성은 문학 작품의 주제와 직결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대비 관점에서 한국 문학과 베트남 문학 작품의 비교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의 측면에서 탐색할 수 있다. 하나는 장르 측면이고 하나는 주제의 측면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장르의 측면에서는 양국의 시, 소설 중심으로 비교 작품군을 선정할 수 있는데 식민시기, 전쟁 시기, 산업화 시기의 문학사 시기별 시의 경우에는 서정시, 저항시, 소설의 경우에는 사실주의 소설 등을 선정할 수 있다.

주제의 측면에서는 문학사 시기별로 다양하게 선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제는 글의 중심적인 내용이나 중심 생각 또는 작가가 표현하려고 하는 의도나 세계관의 반영체, 작품에 반영된 중심 사상을 말한다. 시의 주제는 시인이 언어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소재에 동기화의 과정을 거쳐 실제 작품화됨으로써 이루어진다. 또한, 소설의 주제는 인물과 플롯을 통해서 구체화된다. 따라서 문학 작품의 제재, 인물, 모티프 등을 중심으로 비교 작품군을 선정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문학사 시기별로 주제의 측면에서 한국 문학과 베트남 문학의 비교 가능한 주제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쩨, 식민시 시기 문학사이다. 시의 경우 유사한 소재, 이미지, 주제를 다루는 시작품, 소설의 경우 식민지 사회의 하층민, 농민, 지식인의 생활을 다루는 소설 작품이 유의미한 비교 작품군으로 선정될 수 있다.

둘째, 전쟁 시기다. 전쟁과 분단 그리고 전쟁을 체험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정할 수 있다.

셋째, 산업화 시기다. 국가의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아를 찾는 개인에 대한 주제, 전쟁의 상처로 인해 현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회 구성원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작품들이 선정될 수 있다.

4. 맺음말

이 연구는 현재 베트남 내 중-고등학교 어문 교과서 속 한국 문학 작품 소개 현황 및 앞으로 개정될 고등학교 어문 교과서에 한국 문학 작품 소개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중-고등 학교 어문 교과서 분석 결과,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발간된 교과서의 경우 한국 문학 작품이 소개되고 있는데 학생들의 작문 능력을 기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문학 작품이 선정되었다. 또한, 앞으로 개정할 고등학교 교과서의 경우, 베트남 구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 베트남 문학사의 대표적인 문학 작품을 가르친다는 특징이 있어 문학사적으로 수많은 공통점을 공유하는 한국 문학 작품들은 비교 문학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소개될 수 있다. 특히 근현대 문학을 중심으로 식민지 시기, 전쟁 시기, 산업화 시기의 한국 대표 문학 작품들을 선정하여 베트남 학생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

[ 2022년도 동남아시아권역 온라인 교육협력 프로그램 발표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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