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S Home | CEFIA Home |  영문홈페이지

문화 포커스

한국 신화 개관 - 4

한국의 대표적 신화

국가를 건국한 시조왕들의 이야기

1. <단군신화>
<단군신화>는 한국의 신화 중에서 가장 고형(古型)이며 대표적으로 널리 알려진 신화이다.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천상세계의 왕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평소에 인간세계에 관심이 많았다. 인간세계를 널리 이롭게 하고자 하는 뜻을 품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환웅은 무리 3000 명을 이끌고 강림하여 신시(神市)를 열었다. 환웅은 바람, 구름, 비를 다스리는 자를 거느리고 곡식, 인명, 질병, 선악 등 인간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였다.
그 때 사람이 되고 싶은 곰과 호랑이가 있었는데 자신들의 소원을 항상 환웅에게 빌었다. 그러자 환웅이 나타나 쑥과 마늘을 주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말라고 금기를 주었다. 곰은 환웅의 금기를 잘 지켰으나 호랑이는 그렇지 못하고 실패하였다. 곰은 여인으로 변신하였는데 혼인할 사람이 없어 잉태할 수 있기를 빌었다. 환웅이 사람으로 변한 뒤 웅녀와 혼인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단군이다.
단군은 즉위하고 평양성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 이름을 조선으로 정하였다. 이후 1500년간 나라를 다스렸다. 중국에서 온 새로운 통치자가 나타나자 다른 지역으로 몸을 피했다가 1908세에 산신(山神)이 되었다.
그 때 사람이 되고 싶은 곰과 호랑이가 있었는데 자신들의 소원을 항상 환웅에게 빌었다. 그러자 환웅이 나타나 쑥과 마늘을 주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말라고 금기를 주었다. 곰은 환웅의 금기를 잘 지켰으나 호랑이는 그렇지 못하고 실패하였다. 곰은 여인으로 변신하였는데 혼인할 사람이 없어 잉태할 수 있기를 빌었다. 환웅이 사람으로 변한 뒤 웅녀와 혼인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단군이다.
단군은 즉위하고 평양성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 이름을 조선으로 정하였다. 이후 1500년간 나라를 다스렸다. 중국에서 온 새로운 통치자가 나타나자 다른 지역으로 몸을 피했다가 1908세에 산신(山神)이 되었다.

이 신화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세 개의 하위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천제(天帝)의 아들 환웅이 인간세계에 강림하여 나라를 세운 사건을 다룬다. 두 번째 이야기는 곰에서 인간으로 화한 웅녀가 환웅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은 사건을 다룬다. 세 번째 이야기는 환웅과 웅녀 사이에 서 태어난 단군이 조선을 건국한다는 내용이다.

전체 이야기의 분량이나 묘사된 사건들을 볼 때 이 신화의 주요 인물은 환웅과 웅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신화의 제목은 <단군신화>이다. 처음 천상의 신이 인간세계에 내려와 신시를 연 것은 분명 환웅인데, 한국인들은 환웅이 아닌 단군이 건국한 고조선을 최초의 국가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환웅이 등장한 것은 단군의 탄생과 건국을 위한 예비 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단군이 조선이라는 한민족 최초의 국가를 건국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왕이 될 수 있는 자격이다. 당시 사람들은 나라를 세울 만한 인물은 인간이 아니라 신적인 존재여야 하며, 그만큼 신성성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다. 단군은 신의 아들이라는 자격을 갖추었기에 신성한 초대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단군의 아버지는 천신의 아들이며, 어머니는 곰에서 여인으로 변신한 인물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과 지상에 존재하던 강력한 동물(혹은 동물에서 변신한 인간)의 결합, 이는 하늘과 땅(자연)의 결합이며 그 결과물로 인간세계의 대표가 탄생한 것이다. 환웅 못지않게 웅녀의 신화적 의미도 중요하다. 한국의 대표적 맹수인 곰과 호랑이는 많은 신화와 전설에서 등장한다. 한반도 북부 지역은 주변 아시아 지역과 함께 광범위하게 곰을 숭상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신성한 동물, 토템으로서 곰의 의미와 상징성이 단군신화에 반영된 것이다. 사람과 유사하게 두 발로 걷기도 하며, 자연과 계절의 사이클에 따라 겨울에 동면하러 사라졌다가 봄에 나타나는 곰은 대표적인 신성한 동물이다. 한국을 포함하여 아시아의 신화와 전설에서 곰과 인간의 교류를 다루거나 인간의 조상으로서 곰을 상정하는 이야기가 많이 전한다.

이 신화는 상대적으로 단군의 활동은 상세한 편이 아니다. 도읍과 국호를 정한 후, 1500년간 나라를 통치하였다는 정도로 요약 제시되어 있다. 단군의 마지막 행적은 중국에서 기자를 책봉하자 왕위에서 물러나 산으로 들어간 후 산신이 된 것으로 나온다. 고조선의 실제 역사와 관련해서 신화의 뒷부분은 고조선의 왕조가 단군 계통에서 다른 계통으로 바뀐 것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단군신화>에서 주목할 점은 환웅에서 환인, 단군으로 이어지는 건국 주인공의 부계(父系) 3대가 명확하게 제시된다는 것이다. 이는 이후 한국인들에게 있어 국조(國祖)의 계통으로 널리 각인되었으며 다른 영웅신화에서도 이야기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전형으로 사용되었다. 14세기에 이성계가 건국한 조선에서는 국가의 뿌리를 단군의 조선에서 찾았으며, 신전과 제전을 마련하여 환웅, 환인, 단군에게 제사를 지냈고 지금까지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단군의 영향력은 민간의 종교와 문화에도 강하게 작동하였다. 무속에서 숭배되는 대표적 신을 제석신이라고 하는데, 단군을 이 제석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한국의 신왕(神王), 신성한 통치자의 대명사는 단연 단군이라 할 수 있다.
단군성전 개천절 대제전
2. <주몽신화>
한국에서 가장 다양한 기록물을 가진 신화가 <주몽신화>이다. 이 신화는 삼국에 대한 대표적 기록물인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뿐 아니라 많은 역사서와 지리지, 비석 등에 전한다. 특히 고려의 유명한 문장가 이규보가 옛 기록을 참고하여 쓴 서사시 <동명왕편>은 방대한 이야기와 잘 짜여진 구성으로 유명하다. 이 신화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하늘에서 내려와 우연히 강의 신 하백의 딸들이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중 첫째인 유화를 붙잡고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다. 해모수가 유화와 함께 하백을 찾아가서 자신을 소개하였다. 하백은 동물로 변신하는 술수로 해모수를 테스트하여 천신임을 확인하였다. 결혼식을 올린 후 유화와 함께 해모수가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유화는 버리고 홀로 가버렸다. 화가 난 하백은 유화를 벌주어 주둥이를 길게 늘인 다음 추방하였다.
유화가 어부들이 잡은 물고기를 몰래 훔치다가 사로잡히게 되었다. 어부는 당시 왕이었던 금와에게 보고하였다. 금와가 유화의 주둥이를 내리쳐서 떨어지게 하자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유화가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자, 금와는 그녀를 별궁에 가두어 두었다. 유화가 머무는 별궁으로 햇빛이 비춰 유화를 계속 따라다녔다. 이후 유화는 햇빛에 의해 임신하였고 커다란 알을 낳았다. 금와가 이상하게 여겨 알을 버리자 짐승들이 보호하였고, 이를 보고 다시 알을 유화에게 돌려주었다. 알을 깨고 주몽이 태어났다. 주몽은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뛰어났다. 특히 활을 잘 쏘았다. 금와의 왕자들이 주몽의 능력을 시기하여 죽이려 하자 이를 알아채고 주몽이 도망하였다. 금와의 왕자들이 군사들과 함께 쫓아왔는데 주몽의 앞에는 강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러자 주몽이 자신은 하늘신의 아들이며 강신의 외손자라고 주문을 외자 물고기와 자라가 다리를 만들어 주어 무사히 강을 건너 위험에서 벗어났다.
새로운 지역에 도착하여 주몽은 도읍을 정하고 국호와 자신의 성을 새롭게 정하였다. 주몽이 급하게 도주하느라 어머니가 챙겨준 곡식 씨앗을 가져오지 못해 농사를 짓지 못했다. 그때 유화가 새의 배 속에 곡식 씨앗을 넣어 주몽에게 보내주었다. 그러데 주몽이 나라를 세운 지역에는 이미 다른 나라가 있었다. 비류왕 송양은 주몽울 못마땅하게 여겨 항복할 것을 요구하자 주몽이 거절하고 서로 경합을 벌였다. 활쏘기 시합을 하였는데 주몽이 승리하였다. 주몽은 자신이 세운 나라가 오래된 전통이 있다고 과시하기 위해 송양의 궁에서 고각(북과 나발)을 훔쳐다가 자신의 것인 양 속였다. 썩은 나무로 궁궐을 지어 오래 된 것인 양 송양을 속였다. 그래도 송양이 항복하지 않자 주몽은 흰 사슴을 잡아 거꾸로 매달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그러자 송양의 궁에만 비가 쏟아졌고, 결국 송양이 항복하였다.
주몽은 고구려를 경영할 때 그 지역의 세력가인 소서노가 많은 힘을 보탰다. 주몽은 소서노와 결혼하여 비류와 온조 두 아들을 두었다. 그런데 주몽에게는 부여에서 탈출할 때 임신한 아내를 남겨둔 채 고구려로 왔다. 아버지를 보지 못한 채 성장한 유리는 아버지가 증표로 남겨둔 부러진 검을 찾아 고구려로 건너왔다. 주몽이 유리를 반갑게 맞이하여 태자로 삼자, 비류와 온조가 어머니와 함께 고구려를 떠났다. 비류와 온조는 각각 나라를 세워 왕이 되었으나, 비류의 나라는 농사가 잘 되지 않아 곧 망하고 온조의 나라는 점차 융성하여 백제가 되었다. 주몽이 나라를 다스리다가 어느 날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사람들은 주몽이 남겨둔 옥편(玉鞭)으로 장례를 지냈다. 유리는 주몽을 이어 고구려의 왕이 되었다.

<주몽신화>는 매우 방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주몽의 부모 대 이야기가 나오고, 주몽의 이야기, 다음으로 주몽의 아들들 이야기가 나온다. 계보 상으로 해모수, 주몽, 유리로 이어지는 3대기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첫 번째 대목은 주몽의 부모인 해모수와 유화가 중심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이 두 인물의 정체이다. 북부여의 신화에 따르면 해모수는 천신(天神)이며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세계를 직접 다스린 신왕(神王)이다. <주몽신화>에서는 해모수가 유화를 만나지만 금방 헤어지는 것으로 나오는데 북부여의 신화에서는 그렇지 않다. 부여의 신화에서는 해모수가 유화와 결혼하여 아들 해부루를 낳고, 해부루는 금와를 입양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주몽신화>에서는 해부루는 등장하지 않고 주몽과 금와의 아들들과 경합하는 것으로 나온다. 주몽의 아버지가 해모수라면, 금와는 주몽의 조카가 되며, 금와의 아들들은 손자뻘이 된다. 따라서 주몽과 금와의 왕자들이 직접 다툰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이는 주몽의 조상을 당시 부여에서 가장 유명한 천신 해모수로 설정하여 주몽도 신성한 혈통의 후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해모수신화>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모수에 반해 강신의 딸인 유화는 주몽과 밀착되어 직접적으로 많은 역할을 한다. 특히 고구려의 국가 제사 때, 최고신으로 주몽과 유화에게 제사를 올렸다. 주몽과 동일한 위상으로 국모(國母)로서 유화의 위상은 대단하였던 것이다. 고구려 신화의 유화는 부여 신화에서의 유화가 아니라 아마도 부여의 첫 왕비인 유화와 같은 혈통을 가진 인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주몽은 이전의 건국 신화의 주인공과는 차별적인 행로를 보인다. 알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신성한 징표로 간주되어 왕으로 손쉽게 추대되는 신라나 가야의 왕들과는 달리, 기존의 왕위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인식되어 박해받고 쫓겨나게 된다. 하늘에서 직접 강림한 알에서 태어난 혁거세나 수로와 달리, 주몽은 지상에서 여성이 알을 낳고 거기에서 나왔다. 이는 주몽이 천신의 후손이라는 직접적 징표가 부족함을 의미한다. 주몽은 태어나면서부터 계속해서 난관에 부딪히지만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영웅으로서 존재감이 부각된다. 주몽은 특히 활쏘기와 말타기 능력으로 대표되는 무력(武力)과 주문이나 제사를 통한 신들과 소통하는 주술력(呪術力)이 뛰어났다. 시련을 겪지만 모든 것을 이겨낸 주몽은 한국 서사 문학에서 영웅의 원형이 되었다.

이 신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주몽의 후대에 관한 것이다. 주몽의 아들은 부여에서 결혼하여 얻은 유리와 고구려에서 얻은 비류와 온조가 있다. 유리왕자의 경우 아버지를 찾아야 하는 과제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다. 주몽이 남긴 증표인 부러진 단검을 찾고 아버지를 만나 결국 왕이 된다. 한국에 전하는 수많은 '아버지를 찾는 아들' 이야기의 원형이 유리왕자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비류와 온조는 이복형제 유리로 인해 고구려의 왕위 계승자 순위에서 밀리게 되자 결국 남쪽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나라를 세운다. 이로써 백제가 탄생한다. 그런데 백제의 원류는 비류와 온조로 대표되는 두 집단인데 결국 한 집단이 망하여 한 집단으로 통합된다.
아유타국의 공주인 허황옥(왼쪽)과 수로왕과 왕후(오른쪽)
3. <수로신화>
기원 직후부터 6세기까지 지속되었던 한반도 남단의 가야는 부족 연맹 국가 체제였다. 가야의 건국신화로 <수로신화>가 유명하다. <수로신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당시 가야는 아홉 명의 대표가 지역을 다스리고 있었는데 아직 나라의 체계를 갖추지 못하였다. 하루는 구지봉에서 소리가 들렸는데 '하늘의 명을 받아 나라를 세우러 가겠으니 군왕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명하였다. 이에 아홉 대표가 응하여 하늘의 명에 따라 백성들을 이끌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왕이 출현하기를 기다렸다. 그러자 하늘에서 자주색 줄이 내려왔는데 끝에 금빛 상자가 매달려 있었다. 상자에는 알 여섯 개가 있었는데, 각 알에서 태어난 자가 6가야의 시조왕이 되었다. 이중 대표가 수로왕이다.
수로가 왕이 되어 통치하고 있을 때 하루는 바다 건너 탈해가 와서 왕권을 차자하기 위해 도전하였다. 수로와 탈해가 서로 변신술로 경합하였다. 탈해가 매로 변신하자 수로는 독수리로 변신하였고, 탈해가 참새로 변신하자 왕은 새매로 변신하였다. 그러자 탈해가 본 모습으로 돌아와 수로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왕국을 떠났다.
수로가 왕이 되고 나서 오랫동안 왕후를 맞이하지 않았는데 주변 신하들이 결혼을 종용하였다. 그러자 수로는 자신은 하늘의 명에 따라 혼인할 것이라며 주변의 의견을 물리쳤다. 어느 날 왕이 신하들에게 왕후를 맞이할 준비를 시켰다. 아유타국의 공주인 허황옥은 부모의 명에 따라 수로와 결혼하기 위해 배를 타고 가야에 당도하였다. 허황옥의 부모의 꿈에 천상세계의 왕이 나타나 수로에게 딸을 시집보내라고 명령하였던 것이다. 수로와 허황옥은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왕과 왕후는 나라를 잘 다스렸다.

이 신화는 세 개의 하위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하늘의 명에 따라 가야의 백성들이 수로를 왕으로 맞이하는 내용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수로가 알에서 깬 후 성장하여 왕으로 즉위하였고, 왕위를 노리는 경쟁자를 물리친 내용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하늘이 점지한 배우자와 수로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는 내용이다.

우선 이 신화의 중요한 특징으로 신맞이 의례를 들 수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군왕을 맞이하는 의례가 나오는데 사람들이 산에 올라가 땅을 두드리며, 노래하며 춤을 췄다. 그 노래 가사가 전한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 놓아라, 만약 내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이 노래는 새로운 왕의 출현을 요구하는 것으로 주술적 힘을 가진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거북은 한국과 동양에서 장수(長壽),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동물이며, 거북이 머리를 내미는 행위는 우두머리의 출현을 의미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수로와 탈해의 경합이 핵심 사건이다. 탈해는 신라의 석씨 왕조의 시조로 알에서 태어난 신성한 인물이다. 두 신성한 인물은 왕위 쟁탈 경합에서 동물로 변신하는 둔갑술로 서로의 힘을 겨룬다. 탈해가 변신한 동물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동물로 변신함으로써 수로가 승리할 수 있었다. 신성한 인물들이 서로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경합할 때 동물로 변신하는 둔갑술을 사용하는 경우가 또 있다. 부여의 초대 왕인 해모수가 유화의 아버지인 강신(江神) 하백에게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는 대목에서다. 하백이 잉어로 변하자 해모수는 수달로 변해 이를 잡았고, 하백이 사슴으로 변해 도망가자 해모수는 늑대로 변신하여 쫓았고, 하백이 꿩으로 변하자 해모수는 매로 변신하였다. 이처럼 한국 신화에서는 신성한 존재들이 동물로 변신하는 둔갑술로 서로의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런 능력이 신성한 인물의 주요한 자질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신화는 왕과 왕후의 신성한 결혼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한국의 신화에서는 신성한 인물들 간의 결합은 중요한 제재인데, 특히 초대왕의 결혼이나 그 부모의 결혼이 반복적으로 신화에서 나타난다. <단군신화>에서는 환웅과 웅녀의 결혼이 중요하며, <주몽신화>에서는 해모수와 유화의 결혼이 중요하다. <혁거세신화>에서는 혁거세가 태어날 때 같은 날 우물의 계룡(鷄龍)이 낳은 알영도 태어난다. 두 사람은 함께 거두어져 성장한 후 결혼한다. 가야의 수로는 아유타국이라는 바다 건너 외지에서 온 허황옥을 아내로 맞이하는데, 이 결혼은 선진문화를 가진 집단과의 교류로 읽을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삼성신화>에서 고, 양, 부 세 성씨를 가진 초대 왕들이 일본에서 온 공주들과 결혼한 것을 들 수 있다. 한국 신화에 나타나는 신성혼은 외부인과 토착민의 결합이나 외부 국가와의 문화 교류의 측면, 두 가지로 나타난다. <수로신화>의 결혼은 전형적인 두 번째 사례라 할 수 있다.

Infokorea 2021
<인포코리아>(Infokorea)는 외국의 교과서 개발자와 교사 등 한국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을 위해 개발된 한국 소개 잡지입니다. 외국의 교과서 저자나 편집자들이 교과서 제작에 참고할 수 있고 교사들이 수업 준비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한국 관련 최신 통계 자료와 특집 원고를 제공합니다. 2021년 호의 주제는 '한국의 신화'입니다.

발행 | 한국학중앙연구원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