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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중국 남방 지역의 한국학 교육연구 동향 분석

윤해연
남경대학, 교수
중국 대학의 한국학 교육은 75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그 기원은 1946년 2월에 개강한 국립동방어문전문학교의 한어과(韓語科)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12월까지 중국 교육부 CHESICC 시스템에 등록된 중국 대학의 조선 (한국)어 4년제 학과는 총 125개이며, 연간 졸업생 수는 4,500~5,000명에 달하고 있다. 영어학과 1,002개, 일본어학과 507개, 러시아어학과 169개, 프랑스어학과 151개에 이어서 규모 면에서 한국어학과는 현재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찍 한국어학과는 4년제 학부과정과 전문대 응용한국어학과 등을 포함해서 총 200개 이상으로 3위를 기록한 적도 있지만 과거의 전성기는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장강 유역을 포함한 중국 남방 지역의 한국어학과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한 점검과 더불어 향후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한국학 교육의 99%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어학과들이 치열한 구조조정과 다원화 업그레이드를 거쳐야만 중국의 한국학 교육은 비로소 새로운 활로를 찾아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한국학 연구에 있어서는 199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정기 혹은 비정기적으로 출판된 한국학 관련 학술지 및 논문집 시리즈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약 20종에 이르는 간행물 중에서 중국 CSSCI 시스템에 공식 진입한 것은 연변대학의 『동강학간』과 푸단대학의 『한국연구논총』 밖에 없는데 그나마도 등재 및 탈락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본 논문에서는 향후 중국의 한국학 연구가 어떤 방식으로 CSSCI에 기반한 주류 학계에 튼튼히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그 실천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1. 들어가며

중국 대학의 한국학 교육은 1946년 2월 국립동방어문전문학교(國立東方語文專科學校)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으며 현재 75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고려대학교 김준엽 전 총장의 회고록 『장정』 제2권에 보면 중국 대학 최초의 한국어과 교수로 부임 1 했던 관련 역사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김준엽 전 총장은 1946년 2월부터 1948년 11월 까지 약 3년 동안 국립동방어문전문학교 한어과 전임강사로 재직하면서 중국 제1세대 한국학 인재들을 양성하였다. 한편으로 김준엽 전 총장은 당시 국립중앙대학(현 난징대학의 전신) 대학원 사학과에도 입학하여 중국역사 공부도 한동안 병행한 적이 있다. 김준엽 전 총장의 당시 제자 중에서 대표적인 인물로는 베이징대 교수를 역임한 양퉁팡[楊通方], 웨이쉬성[韋旭昇], 쉬웨이한[許維翰] 등이 있다.

중국의 한국학 교육은 이처럼 국립동방어문전문학교 한어과에서 기원하여 75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많은 발전을 이룩하였다. 특히 외형적인 규모 면에서 1992년 중한 수교를 분기점으로 짧은 기간 내에 압축적인 성장을 해왔다. 필자는 일찍 중국의 한국학 교육이 70주년을 맞은 2016년에 「중국에서 한국학 교육의 역사와 현황 그리고 향후 전망」을 나름대로 대략 점검해 본 적이 있다. 그로부터 이제 또 5년이란 세월이 흘러 지났고 그동안 국내외의 여러 상황들은 코로나 팬데믹과 겹쳐서 엄청난 변화가 발생하였다. 정치, 외교, 사회, 문화 그리고 코로나 등 제반 요소들은 중국의 한국학 교육과 연구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나아가서 앞으로 지각적인 변동마저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중국 내 한국학 교육 연구와 관련된 현황을 다시 점검해 보고, 나아가서 향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중국 남방 지역의 한국학 교육 관련 최근 동향 분석

중국 교육부 직속기관인 '전국고등교육 학생정보자문 및 취업지도센터'(全国高等学校学生信息咨询与就业指导 中心)는 중국 내 모든 대학의 학생 모집, 학적 및 학력, 졸업생 취업 등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 및 관리하고 있다. 해당 기관의 영문명은 China Higher Education Student Information and Career Center (CHESICC로 약칭)이며 각 대학의 학부생 및 대학원생 모집과 관련된 여러 가지 공식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센터에 소속되어 있는 '교육부 햇볕대학입시 정보플랫폼'(教育部阳光高考信息平台)에는 2020년 12월 31 일까지의 전국 대학 모집 관련 통계가 나와 있다. 중국 전역의 고3 학생들은 플랫폼의 공식 통계를 참조하여 대학 지원을 하고 있다. 관련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0년도 연말까지 조선(한국)어 4년제 학부과정을 개설한 중국 대학은 총 125개이다.

중국 교육부 시스템에 등록된 이상 125개 대학의 한국어학과는 모두 학부 4년제 과정을 운영하며 해마다 4,500 ~ 5,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기타 외국언어문학 관련 학과의 통계 숫자와 비교하여 볼 때 한국어학과는 규모 자체에 있어서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중국 대학에서 4년제 학부과정을 개설한 영어학과 1,002개, 일본어학과 507개, 러시아어학과 169개, 프랑스어학과 151개에 이어서 한국어학과는 125개로서 제5위의 규모를 선보이고 있다. 일찍 한국어학과는 4년제 학부과정과 전문대 응용한국어학과 등을 포함해서 총 200개 이상으로 3위를 기록한 적도 있지만 과거의 전성기는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장강 유역을 포함한 중국 남방 지역의 한국어학과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한 점검과 더불어 향후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장강(長江)을 경계로 남북 지역을 나누었다. 장강이 흘러 지나는 유역과 그 이남을 남방 지역으로 구분하며 상하이, 장쑤, 저장, 안후이, 장시, 후베이, 후난, 광둥, 광시, 하이난, 쓰촨, 충칭, 구이저우, 윈난 등 14개 성(省)과 시(市: 직할시)에는 현재 45개의 한국어학과 학부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이 가운데서 국공립 대학을 중심으로 17개 한국어학과의 주요 현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중국의 사립대학에도 한국어학과 학부과정이 개설되어 있고 그 규모가 상당히 큰 대학도 있지만 주로 교육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952년의 대학 구조 조정 후로 중국 대학은 학과 간의 경계와 구분이 날로 심해졌으며 외국어 관련 학과들은 문학, 역사, 철학 등 전통적인 문과계열과의 괴리마저 발생하게 되었다. 나아가서 중국의 외국어 관련 학과들은 주로 언어기능 훈련 중심 즉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교육에 편향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편향성에 대하여 교수, 학생, 학부모, 교육 당국 등 여러 측면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점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최근 2~3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경제 여건이 날로 악화되고 교환 학생 파견, 출국 유학 등이 모두 어렵게 되자 우수한 학생일수록 외국어 관련 학과 지원을 기피하는 현상마저 비일비재하였다. 또한 교육 당국도 대학의 외국어 관련 학과들이 언어문학 중심의 교육 연구에서 탈피하여 해당 국가의 제반 상황에 대한 교육 연구로 전환할 것을 적극 주문하였다.

이와 같은 시대적 변화와 사회적 수요에 대하여 외국어 관련 학과들도 다양한 변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대 외국어학원의 경우는 2017년에 대학원과정 2급 학과로서 국별지역연구(國別與區域硏究) 전공을 개설하고 석사 과정 대학원생을 모집하기 시작하였다. 2018년 4월, 개교 120주년에 즈음하여 베이징대학은 전격적으로 지역국별연구원(區域與國別硏究院: Institute of Area Studies)를 설립하였는데 외국어학원의 닝치[寧琦] 학장이 지역국별연구원 상임부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연구원 홈페이지의 소개에 의하면 "지역국별연구는 각 나라, 각 지역의 지리, 문화, 경제, 정치, 사회, 민속, 조직, 제도 및 인류의 각종 활동을 연구대상으로 하며 학과의 경계를 넘어서는 연구 영역"이라고 천명하였다.

베이징대 외국어학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중국 대학의 외국어 관련 학과들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간에 외연과 내포의 확장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상황에서 한국어학과의 숫자적인 감소에 대한 우려보다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바로 어떻게 질적으로 다양한 변화발전을 추구할 것인가 하는 점이 다. 한국어학과들은 눈앞의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바꾸어 나가는 전환적 사고와 적극적 실천이 무엇보다 가장 필요하다. 한국어학과들이 치열한 구조조정과 다원화 업그레이드를 거쳐 거듭 나야만 중국의 한국학 교육도 비로소 새로운 활로를 찾아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까닭이다.

3. 중국 CSSCI 시스템을 통해 본 한국학 연구 관련 최근 동향 분석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발행되는 정기간행물에 대하여 최초로 대규모 분류와 선택을 진행한 것은 베이징대학 도서관이며, 1992년에 『중문핵심정기간행물요목총람(中文核心期刊要目總覽: A Guide to the Core Journal of China)』 제1판을 출판하였다. 핵심간행물 리스트는 이어서 1996년, 2000년, 2004년, 2008년, 2011년, 2014년, 2017 년에 걸쳐 제8판까지 출판 발행하였다. 베이징대 도서관 홈페이지의 소개에 의하면 "1970년대 초만 하더라도 100종이안 되던 정기간행물이 1980년대 말에 이르면 6,000여 종으로 급격히 늘어난" 8 상황이기에 여러 도서관의 소장과 독자 들의 독서에 도움을 주고자 핵심간행물을 선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초반에 핵심간행물 리스트는 전국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주었으나 당연히 엄밀한 학술지가 아닌 간행물도 적지 않게 포함되었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대중적으로도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은 바로 중국 국가지식인프라 (China National Knowledge Infrastructure,CNKI) 시스템이며 1999년 3월부터 공식 가동되었다. CNKI 홈페 이지의 소개에 따르면 "국가지식기초시설(National Knowledge Infrastructure, NKI) 개념은 세계은행의 『1998년도 세계발전보고서』에서 최초로 제시" 9 되었는데 1999년에 칭화대학의 중점프로젝트로 CNKI 프로젝트를 시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시스템에 속해 있는 중국 학술정기간행물 데이터베이스(China Academic Journal Network Publishing Database, CAJD)는 베이징대 중문핵심간행물 1,970여 종을 포함하여 중국 학술간행물 8,540여 종을 수록하고 있다. 자체 통계에 의하면 CAJD에 등재된 중국 문헌은 191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총 5,810여 만 편에 달한다고 한다.

필자는 일찍 2012년에 CAJD 시스템을 통해 1992년부터 2011년까지 발표된 한국문화, 문학, 언어 관련 연구논문을 검색해 대략적으로 분석을 해본 적이 있다. 10 무려 2천 편이 넘는 글이 검색되기는 하지만 정작 질적인 면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CAJD 자체가 학술지에 대하여 엄밀한 학문적 잣대를 적용하여 선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옥석이 마구 뒤섞여 있는 형편이었다. 그만큼 CNKI시스템 자체가 워낙 방대한 규모이며, CAJD 외에도 중국박사학위논문 텍스트전문 데이터베이스(China Doctoral Dissertations Full-text Database, CDFD), 중국학 술집간 텍스트전문 데이터베이스(China Academic Monographic Serials Database), 국내외 학술회의논문집 데이터베이스 등 많은 DB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다. 그리고 연구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표절검사 시스템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베이징대 중문핵심간행물 리스트나 CAJD 학술지 데이터베이스보다 더욱 엄격한 학문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학술지 평가시스템은 CSSCI 라고 할 수 있다. 즉 난징대학이 1997년 말에 주도하여 발기하고, 1999년 4월에 홍콩과학 기술대학과 업무 제휴 협약서를 맺었으며, 1999년 8월에 중국 교육부의 중점프로젝트로 선정된 중문사회과학인용색 인(中文社會科學引文索引: Chinese Social Sciences Citation Index, CSSCI) 시스템이다. 1998년부터 학술등재지 리스트를 발표하기 시작하였고, 2008년부터는 등재후보지 리스트를 발표하였다. 2009년도의 선정 기준에 의하면 CSSCI 등재지의 총량은 "중국 학술지 전체 숫자의 20%" 11 이하로 제한되어 있다. 중국사회과학연구평가센터의 2021-2022년도 학술등재(후보)지 통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인문, 사회, 예술 등 분야를 모두 아울러서 등재지는 583종 (한국은 우수등재지와 등재지를 합쳐 1,612종), 등재후보지는 229종(한국은 216종)이다. CSSCI 등재지의 경우 한국 KCI 등재지 수량의 약 36% 정도에 불과한 형편이다.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한국학 관련 학술지가 적지 않게 간행되었지만 CSSCI시스템에서 검색 가능한 것은 연변대 『동강학간』과 푸단대 『한국연구논총』 밖에 없다. 『동강학간(Dongjiang Journal)』은 1984 년 연변사범전문대학에서 창간되었다가 1996년 연변대학에 통합한 후 연변대학의 대표적인 계간지로 발전하였다. 주요하게 동북아시아 문화연구, 동북아시아의 제 문제, 경제학, 언어학, 법학, 문학 등 관련 논문을 게재하고 있다. 2021 년에 『동강학간』은 등재후보지로 강등되었다.

푸단대 한국학연구센터의 『한국연구논총(Collected Papers for Korean Studies)』은 1995년 창간되었으며 정기간행물이 아니라 집간(集刊: Academic Monographic Serials)이다. 『한국연구논총』은 연 2회 출판하고 있으며 CSSCI 집간에 등재/탈락을 여러 번 거듭하였다. 주요하게 정치외교와 안전, 역사, 철학과 문화, 사회, 경제, 경영 등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논문을 게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학 관련 학술지 그리고 논문들을 대략적으로 제목만 살펴보면 가장 아쉬운 점은 양과 질이 정비례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꾸준한 노력을 바탕으로 CSSCI 시스템에 튼튼히 뿌리를 내리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리고 다음으로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의 주류 담론에 적극 참여하거나 혹은 한국학 관련 담론을 생산하는 데 있어 많은 부족함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개별적인 논문 게재보다는 중요한 테마기획을 통해 주류 담론에 적극 다가설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한국이나 기타 나라에서의 한국학 연구성과가 중국 학계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상호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있으며 오해와 불신도 많이 초래하고 있다. 중국 내 한국학 관련 학술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 나갈 필요가 있다.

[ 2021년도 한국학국제학술회의 발표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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