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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일본의 '한국학':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연구와 교육 동향
- 국제고려학회 일본지부와 관서지역의 대학을 중심으로 -

배광웅
오사카교육대학, 교수
본고에서는 먼저 간사이 지역 (서일본)의 코리아학 연구 동향에 대해 국제고려학회 일본지부 정기 대회 학술 심포지엄의 주제를 유형 분석하여 특징을 밝혔다. 그 때 관동 지역 (동일본) 현대한국조선학회와의 비교를 이용하였다. 드러난 특징은 ① 재일코리안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② 북한을 단독 주제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 ③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과 함께 한일・북일관계 및 역사 문제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1. 들어가는 말

일본에서 한국 및 북한을 연구하는 학회는 일본학술회의 등이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 「학회명감(https:// gakkai.jst.go.jp/gakkai/)」에서 「한국」「조선」으로 검색하면 조선학회와 현대한국조선학회가 검색된다. 조선학 회는 일본 나라현 소재의 텐리대학 문학부 조선문화조선어학과를 거점으로 주로 언어(조선어)를 연구하며 그 외 민족, 문화, 역사 등을 다루는 학회로서 1950년에 설립된 가장 오래된 학회이다. 현대한국조선학회(Association for Contemporary Korean Studies in Japan, 약칭 ACKJ)는 첫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던 해인 2000년 11월에 설립되었다.

일본학술회의에는 학회 등록을 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한국 및 북한 연구를 「코리아학」이라고 칭하며 활발하게 독자적인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연구조직 학회로서 국제고려학회 일본지부(이하 일본지부)가 있다. 일본지부는 전국 규모의 연구조직 학회이나 이사와 학회원의 대부분은 관서지역(서일본) 소재 대학의 연구자들이다. 한편, 현대한 국조선 학회도 전국 규모의 연구조직 학회이지만 이사와 학회원의 대부분은 관동(동일본) 소재 대학의 연구자들이다.

본고의 목적은 두 가지이다. 본고에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일본 관서지역의 한국학 연구 동향에 대해 알고싶 다'는 요청에 따라 일본지부의 연구활동을 소개한다. 이것이 첫번째 목적이다. 이 때, 일본지부 연구활동의 의의를 보다 선명하고 쉽게 소개하기 위해 현대한국조선학회의 연구활동과 비교하여 논하고자 한다. 하지만 조선학회는 인문과학 중심으로 사회과학 연구를 비교적 다루고 있지 않고 필자 또한 조선학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 자세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본고에서는 제외했다.

본고의 두번째 목적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일본 관서지역의 한국학 교육 동향에 대해 알고싶다'는 요청에 따라 이에 대해 필자가 아는 한도 내에서 논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발표 주제의 전문가가 아니다. 그리고 본고를 집필 중인 현 시점에는 서울에 체류 중이기 때문에 인터넷 외의 지면으로 출간된 자료, 책과 논문 등을 참고할 수 없었다. 따라서 본고 내용이 필자의 독단과 경험 및 감성에 치우칠 수 밖에 없었고 이러한 사정에 의해 학술적 깊이가 많이 부족할수 있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싶다.

2. 일본지부의 「코리아학」연구 활동의 의의

1) 일본지부의 개요
일본지부는 국제고려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Korean Studies, 약칭 ISKS)가 세계각지에 두고 있는 7 곳의 지부 및 지회 중 한 곳이다. 국제고려학회 홈페이지(https://www.isks.org/)에 의하면 1990년 8월 5일 일본 오사카국제교류센터에서 개최된 「제3회 조선학국제학술토론회」 폐회식 직후 「국제고려학회 창립회의」가 열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 각국의 학자 및 연구자들이 참석하였고 참석자들의 동의 하에 국제고려학회 본부의 창립이 선언되었다. 일본지부는 국제고려학회 본부의 창립과 거의 같은 시기에 설립되었다. 일본지부의 사무국은 본부와 같은 오사카에 있다. 회원수는 약 200명이고 산하에 인문・사회과학연구부회와 과학기술연구부회를 두고 있다. 두 부회는 매년, 분기별로 1회 연구회를 개최하고 있다. 2019년 2월 시점으로 인문・사회과학연구부회는 93회, 과학기술연구부회는 73회의 연구회를 개최했다. 연구회의 내용은 당초에는 『일본지부통신』에 공지사항 및 정보제공과 함께 게재하였. 2013년부터는 학회지『Korean studies』가 연 1회 발간되고 있다.

2) 학술대회 심포지엄의 특징-현대한국조선학회와의 비교
지금까지 총 25회의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심포지엄의 주제를 ①남북관계 및 북미 등의 국제 정세, ②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 ③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등, ④한일・북일 관계 및 역사 문제, ⑤재일코리안 관련, 이상 5개로 분류해 보면 지금까지 ①은 3회, ②는 7회, ③은 0 회, ④는 7회, ⑤는 8회를 다뤘다. 표 2와 같이 현대한국조선학회는 ①은 5회, ②는 12회, ③은 4회, ④는 8회, ⑤는 0회, ⑥은 4회를 다뤘다.

일본지부 학술대회 심포지엄의 첫번째 특징은 재일코리안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위와 같이 심포지엄 주제 분류 중에서 일본지부는 재일코리안 관련 연구가 8회로 가장 많았지만 현대한국조선학회는 0회로 전혀 없었다. 일본지부를 재일코리안 연구의 거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18회 『헤이트 스피치, 배외주의의 대두와 재일코리안』, 제22회 『한반도의 민속 예능과 재일코리안』, 제25회 『여성이 쓰다, 여성을 쓰다-문학 속 재일코리안 여성』은 기획의 독자성, 해명・해결을 요하는 사회적・시대적 요구 등, 특히 일본지부의 학술대회 심포지엄의 "최고 걸작"이라 칭할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은 북학을 단독 주제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지부가 0회인 반면 현대한국조선학회는 4회를 다루었다. 현대한국조선학회는 「한반도 지역 연구」로서 사회적 운동과는 거리를 둔 객관적 학술연구를 지향하고 회원들에게 한반도는 어디까지나 연구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일본지부가 지향하는 「코리아학」은 한반도를 단순히 지역으로 보지 않고 남북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학문적 열정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북한에 대한 「순수한」 객관적 연구를 곤란하게 하고 있는 것을 일본지부는 진지하게 받아 들이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북한을 심포지엄의 단독 주제로 설정하지 않고 있다.

세 번째 특징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과 함께 한일・북일관계 및 역사 문제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포지엄 주제는 현대한국조선학회와 거의 유사하다. 그러나 3・1독립운동을 심포지엄의 주제로 설정한 것은 일본지부의 독자성이다. 일본지부는 심포지엄에 신진기예(新進気鋭)의 연구자들을 초청하고 있으며 발표자 중에는 일본 조선 대학교 연구자인 강성은 교수도 있다. 또한, 일본지부는 3・1독립운동을 일본, 한국의 시점뿐만 아니라 북한 정부・연구 자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논하기도 했다 6 . 이러한 심포지엄이 가능했다라는 것은 일본지부가 국제적으로도 국내 적으로도 폭넓은 「코리아학」 연구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3) 특별 강연회에 보이는 일본지부 연구활동의 특징
일본지부는 학술대회 심포지엄과 자유 주제 발표, 인문과학연구부회와 과학기술연구부회의 연구 발표를 통한 연구활동 외에 특별 강연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표3은 그 목록이다. 특별 강연회에서는 일본의 코리아학 연구자뿐만 아니라 본부의 임원, 본부 및 일본지부 회원들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미국, 중국의 저명한 연구자들을 초청하고 있다. 그리고 회원 저서의 서평회도 개최하고 있다.

3. 관서지역 대학의 「한국학」관련 교육 현황

1) 4곳의 명문사립대학의 경우
관서지역의 명문사립대학인 도시샤대학, 간세이가쿠인대학, 간사이대학, 리츠메이칸대학에서의 '한국학' 관련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고찰하고자 한다. 그 방법으로 인터넷 상의 시라버스 검색창에 '한국'을 입력하여 검색된 강의명을 확인하였다.

도시샤대학에서는 157건이 검색되었다. '한국학'에 해당하는 강의로 『한반도의 사회와 문화』『한반도의 정치와 경제』『한 일관계사(史)론』『조선문헌연구』『코리아 문학(한국 근현대 단편 소설 읽기)』『코리아어로 읽는 지역문화연구』등이 있다 . 이외에 '아시아'・'동아시아'라는 단어가 포함된 강의에서 아시아 또는 동아시아의 한 국가 사례로서 1회에서 2회 정도의 극히 한정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몇 가지 소개하자면 『국제 관계 특강』에서 「한일관계의 역사와 미래(1)(2)」라는 수업이 2회, 『현대 정치 특강(아시아의 정치와 경제)』에서 「한국:탈격차 정치의 실패?」라는 수업이 1회, 『아시아 교육문화론 특강』에서 「한국 (1)—고등교육제도」등 수업이 3회, 『아시아 경제』에서 「개발 독재에서 민주화로:한국과 대만의 사례연구」등 총 15회 수업 중반 정도, 등이 있다.

간세이가쿠인대학에서는 114건이 검색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한국어 수업이다. '한국학'으로 볼 수 있는 강의는 『한국의 정치와 외교』 뿐이다. 『동아시아의 정치B』『평화연구』라는 강의에서 어쩌면 1회 또는 2회 정도 한국을 다루고 있을 수도 있다.

간사이대학에서는 34건이 검색되었다. '한국학'에 해당하는 강의로 『한국현대문화론』『현대법특강(한국법개 론)』『프로페셔널 리딩 한국어로 배우는 문화와 사회)』등이 있다. 강의명에 한국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동북아시아 경제론』은 (1)이 한국 경제, (2)가 북한 경제를 전적으로 다루고 있다.

리츠메이대학에서는 298건이 검색되었다. '한국학'에 해당하는 강의로 『현대한국연구』『Introductory  Practicum in Korea』『한국어로 해석하는 세계와 경제』『동아시아와 한반도』『현대조선언어 문화 특수 문제』『한국어로 토론하는 사회 현상』등이 있다.

도시샤대학과 리츠메이칸대학에서 '한국학' 관련 강의가 비교적 많은 것은 도시샤대학은 글로벌지역문화학부 아시아・태평양 코스와 한국 연구자가 있고 리츠메이칸대학의 경우에는 전국적으로 이른 시기에 코리아연구센터가 설립 되어 한국 연구자가 모이는 등 많은 인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2) 관서지역 소재 교육대학의 경우
교토교육대학 시라버스 검색창에서 '한국'을 검색해 보면 단 1건이 검색된다. 강의명은 『이문화 이해 연수(한국)』 이다. 시라버스의 '수업 개요'에는 "대학의 교류 협정교인 한국・춘천교육대학교 학생과의 교류를 통해 문화적・사회적 이해를 상호 심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과목에서는 본교 학생이 춘천교육대학교의 학생과 정기적으로 온라인 교류를 하고 교육적 과제를 자발적으로 제안, 토론한다"고 나와 있다.

나라교육대학의 경우에는 키워드 검색 기능이 없었기 때문에 강의 리스트에 기재된 모든 강의명을 확인했다. 총강의 수는 955개이었고 어학 한국어 수업을 제외하면 한국에 관련된 강의는 없었다. 『인권과 교육』『교사를 위한 다양성 이해』『국제 이해 교육 세미나』『이문화 이해 연구』『국제 이해 지역연구』의 시라버스에서도 한국과 마이너리티 재일코리안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효고교육대학 시라버스 검색창에서도 '한국'을 검색했다. 강의명에 한국이 포함된 수업은 없었지만 4건이 검색되 었다. 『정치학 특강』에서 「청일전쟁과 한국병합」이라는 수업이, 『외국사(史) 세미나』에서 「청일・러일전쟁 시대, 한국 병합에서 제2차 세계 대전으로」이라는 수업이, 『Global Studies』에서 「한국의 교육 상황」이라는 수업이, 각 1회씩 이루어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마지막 하나는 『한국어 커뮤니케이션』으로 사실상 어학 한국어 수업이다.

오사카교육대학의 경우 어학 한국어 외에 3건이 검색되었다. 『음악 교육학』에서 「한국의 음악학과 커리큘럼과 수업 실천」이라는 수업이 1회, 『아시아 이해 교육』에서 「한국의 사회와 문화」「다문화 공생 교육과 재일코리안」이라는 수업이 각 1회씩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국제 교육 비교 실천 교류』의 수업 「세계의 국어 교과서:러시아, 영국, 한국, 미국」 안에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 수업 횟수는 확인할 수 없었다.

4. 맺는 말

관서지역의 '한국학' 연구로서 국제고려학회 일본지부의 연구활동을 사례로 소개하고 고찰하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학' 범주 안에 재일코리안이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국제고려학회의 「코리아학」에는 재일코리 안이 하나의 중요한 카테고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일본지부는 일본 재일코리안 연구의 가장 중요한 거점이자 지금까지 수많은 귀중한 업적을 쌓아왔다. 대표적으로 『재일코리안 사전(아카시서점, 2010년 11월 출판)』이 있다. 한국에서도 청암대학교 재일코리안연구소가 번역, 출판(출판사 선인)하였다. 본고의 내용은 글자수 및 발표시간 제한 등에 의해 학술대회 심포지엄 및 특별 강연회 소개와 고찰에 그쳤다. 학술대회의 자유 주제 논문발표 및 인문사회과학연구부회의 연구발표, 학술지 『Korean studies』에 게재된 연구논문 등에 관한 소개와 고찰을 다루지 못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다음을 기약하고자 한다.

또 관서지역의 '한국학'교육을 살펴보기 위해 먼저 4 곳의 명문사립대학을 고찰하였다. 윤동주 시비(詩碑)가 있는 도시샤 대학과 평화와 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리츠메이칸대학에는 어느 정도 '한국학' 관련 커리큘럼이 있었고 매우 중요해 보이는 강의도 보였다. 간세이가쿠인대학과 간사이대학에는 '한국학' 관련 강의가 적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교육대학의 경우 '한국 학' 관련 강의는 거의 없었다. 일본의 예비 교사가 대학 수업에서 '한국학', 즉 인접국 한국에 대해 거의 배우지 않고 있다. 한국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그다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한국학'의 보급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한국학'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해 온 것과 같이 국제고려학회는 「코리아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국제고려학회 본부사무국 회장 송남선 교수는 『일본지부통신(제17호)』에 「보다 코리아학적으로」라는 머리말을 기고하였다(https://www.isks.org/office/japan/paper/tuushin/tuushin017.html). 코리아학에 대한 학술적 고찰이 가장 잘 나타난 글이다. 필자는 송남선 교수의 「코리아학이라는 것은 하나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지향」이라는 사고(思考)에 공감한다. 그 내용에 관해서는 본문을 참고해 주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 2021년도 한국학국제학술회의 발표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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