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해외 한국학 연구 동향 (1) :1950년~2000년 시기

-2019년 연구정책실 보고서

1. 나라 안팎의 한국학

한국학은 나라의 안팎에서 보면, 국학(國學)이 되기도 하고 여러 다른 나라들 가운데 하나인 ‘한국학’이 되기도 한다. 국학과 한국학이 본래는 ‘하나’지만 ‘둘’이기도 하다. 둘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학문을 나타내는 언어의 차이 때문이다. 언어의 차이는 그 언어의 배경이 되는 문화의 차이를 전제한다.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학문적 관심의 표현이 ‘한국학’이다.

한국학의 발전을 바란다면, 안팎의 모든 한국학이 발전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밖을 도외시하거나 안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안팎이 서로 분열되어 있다면 전체 한국학의 균형 잡힌 발전과 풍부한 연구의 결실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연구정책실에서는 2019년에 해방 이후 해외에서 전개되어 온 한국학의 개괄적인 동향을 조사하고 분석하여 그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었으며, 특히 최근 5년간의 해외 한국학 연구 동향을 살펴보았다. 앞으로 2회에 걸쳐서 보고서의 내용을 소개한다. 먼저 1950년대에서 2000년대 전반부까지 진행된 해외 한국학 동향과 최근 5년 동안(2015~2019)의 내용을 구분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2. 해외 한국학 학술 논문을 따라서

해외 한국학 연구 동향을 살펴보기 위한 중요한 자료는 논문이다. 그 중에서도 영어로 씌여진 논문이 대상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해외 한국학 논문은 영어로 표현된 것이 전체의 75%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의 해외 한국학 동향을 파악하는 방법은 주로 한국학을 주도해 온 특정 외국학자들의 연구내용을 중심으로 하거나, 한국학 프로그램 개설 및 출판물의 양에 초점을 둔 양적 파악에 치중한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들 자료들은 외국 한국학자들의 대표적인 저술을 소개하여 분석한 것이라서 계발적이기는 하였지만 다소 편중된 것이 대부분이며, 학문적 연구에 미흡한 한국학 프로그램의 개설 현황 등을 토대로 한 것이 많았다. 연구정책실에서는 해외 주요 전문 학술지에 게재된 한국학 관련 연구논문을 분석하는 것이 한국학의 다양한 관심과 주제를 학술적으로 다루는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 분야에 중점을 두었다.

1950년에서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학 관련 논문의 양적 변화, 분야별 변화, 주제별 변화 등을 살펴보면 해외 한국학의 대체적인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3. 이 시기 동안 한국학 연구의 양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1920년대부터 2000년까지 해외 한국학 자료를 수록한 『하버드 한국학 자료목록』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아래와 같이 1950년대를 제외하고 한국학 연구가 꾸준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그림 1] 한국학 연구의 양적 변화
자료) 조지형, 「미국에서의 한국학의 흐름과 전망: 안과 밖의 생산적 대화를 위하여」, 『미국사 연구』15, 181쪽, 2002.

위 그래프에서 눈에 띄는 것은 1970년대 전반 이후의 흐름이다. 그래프는 이 시기부터 1980년대 후반에 이르자 가파른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기 우리 연구원이 개원한 것도 역사적인 추이와 상응하고 있다는 것은 흥미롭다.

1920대 이후 미미하던 추이가 1946년~1955년 기간에 잠시 그래프가 높아진 것은 한국전쟁에 따른 역사적 격변에 기인한다. 동북아시아의 국제관계의 변화와 그에 따른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와 맞물리면서, 한국에 대한 이해의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1960년대 전반기 증가율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요충지인 한국에서 일어난 “박정희 정권의 5.16쿠데타와 그에 따른 정치적 변혁”으로 특징되는 당시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해외 한국학 학술논문은 1970년대를 거쳐 1980년대 후반에는 3,974편에서 8,120편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논문의 상당수가 한국의 경제 성장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를 보면 “한국학 연구의 발전 과정이 한국경제의 성장속도 및 경제력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국력과 학문의 강한 상관관계를 확인한다. 학술논문은 1990년 전반에도 이전 시기에 비해 138%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2000년 이후에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졌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면, 영문 전문학술지 1종(Journal of Asian Studies)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대략 한 해 25편의 한국학 논문과 서평이 실릴 정도로 학술논문의 양적 성장이 이루어졌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학과 일본학에 비해서는 아직 열세에 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국가명

Vol. 62/4

(200211)

Vol. 63/1

(20032)

Vol. 63/2

(20035)

Vol. 63/3

(20038)

논문

서평

논문

서평

논문

서평

논문

서평

한국

1

8

1

5

1

9

0

0

25

중국

3

21

1

28

17

0

2

17

89

일본

10

0

14

0

1

14

7

0

46

[표 2] 영문학술지의 한국학 학술논문 및 서평 수
자료) 김중순. 「해외 한국학의 동향: 서구중심적 시각과 민족주의를 넘어 지역학으로」, 『국학연구』3, 435쪽, 2003.

한국학은 한국이 발전한 것처럼 계속해서 신장하는 무시할 수 없는 추세를 보여주었다. 2001년~2005년 미국의 대표적인 아시아학회인 AAS(Association for Asian Studies)의 연차대회 현황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보였다. 7개로 구분된 세션 아래 220여 개 패널 가운데 한국은 11~13개 패널을 가지고 있어 전체의 5%에 불과했지만, 한국학이 “국가별 세션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한국학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연도

Border-

Crossing

Interior

China &

Inner Asia

Japan

Korea

Southeast Asia

South

Asia

합계

2001

9

35

79

43

11

22

20

219

2002

11

29

82

43

13

26

23

227

2003

11

26

80

41

11

25

21

215

2004

11

35

74

46

11

24

18

219

2005

11

35

73

38

13

19

22

211

[표 3] 2001~2005년 AAS 연차대회의 패널 현황
자료) 이영호, 「한국학 연구의 동향과 ‘동아시아 한국학’」, 『한국학연구』15, 13쪽, 2006.


4. 이 시기 동안 한국학은 어떤 분야에 관심을 두었을까?

1950년대는 한국전쟁 등으로 인해 정치학과 역사학 분야가 증가했고, 전란의 폐허를 극복하는데 매진하던 산업화 초기인 1960년대 후반에는 정치학 분야를 비롯해 경제학과 사회학 분야로 연구 관심이 확대되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정치학 분야와 더불어 한글을 다루는 언어학 분야에서 기본적인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인류학 분야를 포함해 지리학 분야, 법학 분야, 교육학 분야 등에서는 기초연구가 여전히 부족했다.

1970년대 초반부터 예술 분야는 조금씩 성장했고, 2000년대에 이르자 문화 분야가 두각을 나타냈다. 이 분야의 관심은 ‘식민지 이후 한국문화의 식민지 성격과 근대성’이었다. 하지만 다소 특이 하게 국내의 한국학은 식민지 지배체제와 민족해방운동, 근대 문물의 수용과 그 식민지 특성을 연구하였지만, 해외 한국학은 이러한 민족주의적 시각보다는 ‘문화의 다양성’에 주목하는 특징을 보였다.

2000년대 이후에 한국의 국력이 상승하자, 한국학에도 다양한 연구 주제가 생겨난다. 일례로 유럽한국학회(AKSE: Association for Korean Studies in Europe)의 발표 논문들을 살펴보면, 한국학과 관련해 전근대사(pre-modern history), 근대사(modern history), 근대 한국(modern korea), 종교와 철학(religion and philosophy), 언어학(linguistics), 인류학과 민속학(anthropology and folklore), 고전문학(classical literature), 근대문학(modern literature), 근대경제(modern economy), 근대사회(modern society), 예술 및 음악 등 언어, 문학, 민속, 철학, 역사, 종교, 음악을 비롯해 정치, 경제, 예술, 사회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주요 영문학술지 4종(Korean Studies, Journal of Korean Studies, Journal of Asian Studies, Harvard Journal of Asiatic Studies)에 실린 한국학 관련 논문 95편을 보면, 역사가 29편(30.6%), 사회과학 13편(13.7%), 문화학 12편(12.6%), 문학 10편(10.5%), 영화 10편(10.5%), 인류학 7편(7.4%), 종교사상 7편(7.4%), 음악 5편(5.3%), 언어학과 미술사가 각각 1편(1.05%)에 이를 정도로, 북한, 소수자, 영화, 음악 등이 해외 영문학술지의 특집을 장식할 정도로 한국학 연구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 이 시기 동안 한국학은 어떤 주제를 다루었을까?

1950년대는 ‘한국전쟁’을 비롯한 한국의 정치적 상황 등에 주목하였고, 이는 60년대로 이어진다. 산업화가 활발히 진행되던 1970년대 이후부터 한국의 ‘경제성장’이 주제의 중심을 이루었고, 이와 발맞춰서 ‘한국의 사상과 문화’의 핵심인 유교, 불교, 샤머니즘, 기독교에 대한 연구가 증가했으며, 1980년대에는 ‘국학의 붐’에 발맞추어서 상대적으로 급성장하는 추세를 보였다. 1990년대는 더욱 다양한 한국학의 주제들이 개발되고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2000년을 전후해서는 시기별로 식민지 시기, 현대 한국과 북한, 그리고 19세기 조선 등에 관한 논문 비중이 높았고, 주제는 전보다 한층 더 다양해졌다.


구분

주제

2001

⸰ 남한 경제위기, 남북문학, 근ㆍ현대 토지개혁, 근ㆍ현대 국가와 민족, 식민지 이후 여성문제, 식민지 체제 하의 조선인, 한국영화의 리얼리즘, 고려의 장례, 중국의 북한난민, 16세기 조선

2002

⸰ 현대한국예술, 20세기 한국전통음악, 한국문화의 여성문제, 한국사학사, 한국의 언어정책, 19세기 조선사회의 변화, 한국의 비구니, 식민지 대중문화,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화해, 고대국가의 기원, 1990년대의 한국, 19세기 조선의 종교와 이념

2003

⸰ 식민지 이후 여성문제, 식민지 시기 문학, 조선시기 문학, 미술, 고구려, 미주이민 100, 부시 행정부의 남북한 정책, 일제말기 전쟁기의 변화, 일제시기 문화의 식민성, 한국의 종교와 문화, 기독교의 토착화

2004

⸰ 한국전쟁, 한국의 지방과 지방색, 북한의 위기, 한국사회의 제문제, 식민지의 다양성, 현대 남한의 음악, 한국종교의 제문제, 식민지 근대성, 식민지의 출판문화, 단성호적, 1960년대 근대화

2005

⸰ 박정희 시대, 현대의 양성문제, 해방공간의 문학, 조선말기 유교와 여성, 한국학과 전산화, 일제의 검열정책, 식민지의 신여성, 현대한국영화, 한국시각예술, 현대한국기독교, 중세불교

[표 5] 한국학 관련 논문 주제 현황(2001년 ~ 2005년)
자료) 이영호(2006: 14)


이어지는 2007~2012년의 흐름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으며, 다양성이 큰 특징이다. 이 시기의 특별한 주제는 한국의 역사적 사건들을 현장감 있게 다룬 논문들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일제의 한국인 징병 문제, 조선족 문제, 한일 역사교과서 문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1990년대 이래 북한 연구 리뷰 등이다.

현대 한국의 역동성도 큰 주제를 형성한다. 민주화와 신자유주의, IMF 이후 중산층의 변화, 반미문제, 시민운동에서의 젠더문제, 환경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한국 내 소수자(minorities) 문제가 학술지의 특집을 장식할 만큼 의미 있게 다루어지고 있었다.

이어지는 회에서는 2015년에서 2019년까지 해외 한국학의 동향에 대해서 살펴보는 시간을 갖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