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연 사람들

외국 교과서에 서술된 한국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어요.

외국 교과서에 실린 한국 관련 내용을 분석하고 시정하는 업무를 하는 한국바로알리기사업실 정재윤 선생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정재윤 사진

하시는 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희 실에서는 전 세계를 지역별로 나눠 한국바로알리기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저는 유럽에 위치한 영국, 독일, 핀란드, 체코, 불가리아, 터키 등의 국가들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국가들의 교과서를 분석하여 한국 관련 내용을 개선하기 위해 해당 국가를 직접 방문하기도 하고, 교과서 전문가를 초청해 연수를 개최하거나 자료를 만들기도 합니다.

한국바로알리기사업은 외국 교과서에 서술된 한국 관련 내용을 분석해 잘못된 부분은 시정하고, 보완이 필요하거나 새롭게 추가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살펴보고 제안하여 이를 개선하는 활동입니다. 뿐만 아니라 외국 교과서에 수록 가능한 한국 이해 자료를 제작하고 있으며 해외 민간단체 지원을 비롯해 매년 공모전 등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업을 통해 각국 교과서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을 수 있군요.


2020 유럽권 글로컬 교육협력 프로그램(온라인 개최)

2020 유럽권 글로컬 교육협력 프로그램(온라인 개최)

아시다시피 한국바로알리기사업의 경우 외국 교과서 전문가를 한국으로 초청하거나 저희가 직접 해외 기관을 방문해 교류해왔습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활동이 위험해진 상황에서 저희 사업 또한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해 작년부터 지금까지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 기억을 살려보자면 해외 출장, 초청연수 등의 일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영국 지리 교과서 저자입니다. 2007년 초청연수 참가자인데요, 한국에 대한 자료(가령 서울의 교통, 도시개발, 주택 현황 등) 요청만이 아니라 구미에 위치한 삼성 공장에서 일하는 OOO이라는 한국 여성과 인터뷰를 할 수 있는지, 충남 연기군(지금의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방문이 가능한지 등을 물으며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초청연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요구사항이 추가돼 계속 일정을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연수가 끝난 이후에도 한국에 대한 문의는 계속되었고, 이에 대한 자료를 꾸준히 보냈지만 결국 영국 교과서에 한국 관련 내용은 개선되지 않은 채 그렇게 시간만 지나갔습니다.

2007년 영국 교과서 전문가 초청연수

2007년 영국 교과서 전문가 초청연수

그리고 2009년, 드디어 영국 지리 교과서에 오늘날 서울의 토지 이용과 도시 재생, 신도시 건설 및 도시의 모습 등이 새롭게 수록됐습니다. 영국 교과서에 한국 관련 내용이 수록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자료를 제공하고 연락을 주고받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그 교과서를 처음 본 그 순간의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뿌듯했습니다. 이후 2014년 개정판에서도 업데이트된 내용으로 한국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는데, 앞으로 책 개정 계획은 없는지 오랜만에 안부 이메일을 보내야겠어요.


해외문화권에 여러사람들과 소통하시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요?


2017년 체코 프라하 학교를 방문했을 때

2017년 체코 프라하 학교를 방문했을 때

2017년 체코 프라하의 학교를 방문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보통 외국의 학교를 방문하면 학교를 둘러보고 교사들과 간담회를 가지는 게 일반적인 일정인데요, 이때는 운 좋게도 학생들과의 만남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참석했던 학생들 중 한 명이 저에게 은은한 영향력을 미쳤죠. 귀여운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었는데, BTS 팬이라며 열심히 얘기하던 모습이 지금도 잔상에 남습니다. 2017년 당시만 해도 저는 BTS라는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고 그다지 관심은 없었어요. 만약 당시 제가 BTS 팬이었다면, 국경과 세대를 넘어 그 학생과 끈끈한 유대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또 우리 연구원의 한국학대학원으로 유학을 오라고 넌지시 추천했을지도 몰라요.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어디선가 BTS 노래가 흘러나오면 체코에 사는 귀여운 BTS 팬이 생각나 괜히 한 번 더 찾아서 듣게 되고, 이 그룹의 소식이나 새로운 앨범이 나오면 영상도 찾아보게 됐죠. ‘ARMY(BTS 팬클럽 명칭)’라고까지 말하기는 부족하지만, 전보다 더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한국을 정확하고 풍부하게 알리기 위해 1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곳에서, 도리어 제가 한국의 K-POP 스타를 소개받고 왔던 작은 에피소드였습니다.


일과가 끝나면 개인적인 여가시간은 무얼 하며 보내시나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수영, 헬스, 필라테스, 요가 등을 했었는데요, 최근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실내 운동은 좋아하지만, 밖에서 걷거나 뛰는 활동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실내 운동에 제약이 생기고 재택근무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퇴근 후 집 밖으로 뛰쳐나가게 되었어요. 처음엔 항상 다니던 길만 걷다가 지금은 여러 가지 경로를 따라 걷는 수준까지 이르렀어요. 같은 경로라도 이른 아침, 늦은 오후, 해가 진 후 모습이 모두 다 다르기도 하고, 서로 다른 경로지만 비슷한 패턴으로 길이 이어지기도 하더라고요. 또 전혀 몰랐던 길을 새롭게 찾아내기도 했지만 이미 알고 있던 길이 달라지기도 했죠.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정재윤 사진

외국 교과서에 서술된 한국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어요. 최근의 성과 중 일부만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프랑스 교과서에선 소프트 파워를 설명하면서 한국의 대중문화와 BTS를 기술하고 있으며, 미국 교과서에선 고대 시기 유라시아 불교 예술의 걸작으로 석굴암 본존불상을 소개하고 있어요. 특히 과테말라 교과서가 주목할 만합니다. 과테말라 교과서에선 한국의 5G 서비스, 한글, 봉준호 감독 등 한국의 경제, 교육, 역사, 문화뿐만 아니라 단군신화와 별주부전과 같은 한국 전래동화 또한 대거 수록돼 있습니다. 한국바로알리기사업실이 노력한 결과이자 자랑하고 싶은 내용입니다.

교과서는 일반 서적과 달리 다음 세대를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지므로, 외국 교과서에 한국 관련 내용을 개선하고 새로운 내용을 수록하는 건 매우 의미 있고 설레는 일입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위와 같은 내용이 외국 교과서에 수록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 했는데요, 앞으로 10년 후 외국 교과서에서 한국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따뜻한 관심과 협조로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