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한국사상사대계 편찬 사업 소개

성광동 사진
성광동
출판문화부 도서출판실 책임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지난 1993년 『한국사상사대계』(총6권, 1990~1993)를 완간하였다. 1983년 1년여의 기획을 포함, 꼬박 10여년의 기간이 걸린 대역사(大役事)였다.


당시 편찬한 『한국사상사대계』는 “한국문화를 총체적으로 재조명, 재분석함으로써 주체적 민족정신의 기틀을 확립한다”는 목적을 갖고 우리 민족의 정신적 원형과 사상적 전통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게 하였다. 여기에는 상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전체적 흐름 속에서 각 시대마다의 문화와 사고의 특징, 변별성과 동질성을 동시에 제시하였다. 그 점에서 우리 민족의 사상 전통과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의가 매우 컸던 성과였다. 그러나 80여명의 학자가 참가하여 92편의 논문으로 체계화 한 편찬 성격으로 인해, 우리 사상의 발달과 전개과정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데는 다소 미흡한 ‘방대한 논문모음’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있었다. 반면 학제간 공동연구의 산물이란 점에서, 당시 최근 연구 성과의 반영과 거시적 안목에서 한민족의 정신문화를 조감할 수 있게 했다는 의의를 가진다는 긍정적 평가도 함께 있었다.

그리고 3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지난 편찬 성과를 이어 ‘『한국사상사대계』 편찬 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이 편찬 사업은 2019년 『한국사상사대계』 편찬 기획 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 편찬 사업을 본격 착수하여 10개년 간 총 50여권 분량의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자국의 우수한 사상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대규모 편찬 사업을 수차례 완료하였다. 게다가 중국은 사상문화와 관련한 대규모 편찬 사업을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유장(儒藏)사업(2003-2025)’과 『중국사상가평전총서(中國思想家評傳叢書)』(200권, 1990-2006), 일본의 『일본사상대계(日本思想大系)』(67권, 1970-1982) 편찬 사업이 그것이다. 중국은 『중국사상가평전총서』 편찬을 “세기에 걸쳐 진행한 ‘최대 규모의 중국전통사상문화 연구사업’”으로 평가하며, 자국 사상의 정수를 응집한 결과를 세계에 보급하여 중국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과라고 하였다. 여기에는 자국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우리 학계에서는 사상사를 기술하기 위해 개인 저술뿐만 아니라, 대학 연구소와 국가 기관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예컨대 『한국유학사상대계』(한국국학진흥원, 2004-2010), 『한국사상총서』(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2001-2006), 『한국철학총서』(한국사상사연구회, 예문서원, 1998-2019), 『실학연구총서』(실시학사, 사람의 무늬, 2012-2016)와 같은 성과들이 그렇다. 그러나 이와 같은 뛰어난 성과와 학문 역량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문 분야와 시대에 국한되고, 사상가 개인 혹은 특수한 사상 위주라는 점에서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21세기 ‘문화의 세기’를 맞이하여 중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계적 문화 강국으로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한국의 사상과 문화를 체계적으로 집대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사상을 역사적인 흐름과 맥락으로 체계를 세워 정리하고 집대성해야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한국사상사대계』 편찬 사업’은 한국사상의 정수를 모아, 최근 학계의 연구 성과와 역량을 결집하여 한국사상사를 체계적으로 새롭게 정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세계 문화강국으로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며, 사상적 측면에서 70년간 남북한의 차이를 극복하고 민족통합의 이론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typhoon@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