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연 사람들

명실상부한 해외 한국학 분야의 컨트롤 타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해외 한국학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학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높이는 사업을 하고 있다. 단풍으로 물든 햇살 좋은 가을날에 해외한국학지원실에서 열정으로 뛰고 있는 정인영, 유지희 선생을 만나보았다.


정인영 유지희 사진

하시는 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해외한국학지원실에서는 기본적으로 해외 대학이나 연구기관과 우리 연구원 사이의 업무 협정 등 국제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해외에 계신 한국학 연구자들의 연구, 학술회의/행사, 저술 발간 등을 지원하는 해외한국학지원사업의 비중이 크고, 1년 미만으로 한국을 방문해서 연구하는 펠로십 프로그램, 방학을 이용하여 해외의 한국학 전공 대학생을 초청하여 진행하는 한국문화강좌, 매년 한 차례 진행하고 있는 국제학술회의(세계한국학대회/한국학국제학술회의), 해외 학부 및 대학원생들이 한국의 전통시대 한문 자료를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한 한문연수펠로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연중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외에 한국학 연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계시네요. 이번 여름방학 때 해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문화강좌를 개최하셨어요.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모인만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기억에 남는 상황이 있을 것 같아요.


한국문화강좌 사진

한국문화강좌는 1993년 첫 개최 이래 올해까지 총28회 45개국 786명의 학생들이 참가하였습니다. 외국인 대학생들에게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직접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증진시키고, 이를 통해 미래의 한국학 자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매년 신청자들이 400여명을 넘어 올해부터는 각 회차별 25명씩 두 차례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총 36개국 48명의 학생이 참여하였습니다.

문화강좌를 앞두고 다양한 문화와 제각각의 성향을 가진, 심지어 일면식도 없는 어린 학생들과 한 달 남짓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지 설렘보다 걱정이 조금 앞섰습니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로 같이 어울리며 인솔자이면서도 친한 언니, 누나가 되어 하루하루가 아쉬울 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이슬람권에서 온 무슬림 학생이 기억에 남는데요. 종교적인 이유로 태어나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돈가스를 처음 접하면서, 죄책감이 든다며 머뭇거리다가 한입 두입 먹은 후 여기서만큼 원 없이 먹고 가고 싶다고 말하는 스무살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문화강좌가 이런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그 현장에 제가 담당자로 있었다는 데 힘들었지만 뿌듯함을 느끼고 매년 잘 발전시키고 싶은 욕심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수료식엔 모두가 눈물을 펑펑 쏟기도 하였었죠.(ㅠㅠ)


세계한국학대회는 연구원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규모가 큰 행사로 알고 있어요.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되어 왔나요?


세계한국학대회 사진

2018 세계한국학대회 단체사진

세계한국학대회는 전 세계의 한국학자들이 한 데 모여 한국학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장으로, 2002년 제1회를 시작으로 격년에 한 번씩 우리 연구원 주최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유럽한국학회, 대양주한국학회 등의 굵직굵직한 권역별 한국학회가 활동 중에 있지만, 세계 전역의 한국학자를 대상으로 열리는 학술회의는 우리 연구원의 세계한국학대회가 유일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세계한국학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먼저 연구원에서 위원회 운영 등을 통해 한국학 분야에서 시의적절한 대주제를 선정하여 제시하고, 연구자들은 이 대주제에 부합하는 논문을 가지고 참가 신청을 하게 됩니다. 특히, 지난 2018년에 우리 연구원에서 개최된 제9회 세계한국학대회에서는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 속에 역대 최다 논문(155편)이 발표되었습니다.

2020년도에 개최될 제10회 세계한국학대회는 ‘한국학의 전통과 현대적 변모’를 주제로 2020년 8월 31일(월)부터 9월 2일(수)까지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열립니다.

독일은 불과 10여년 전에만 해도 한국학의 불모지였다고 해요. 한류바람을 타고 한국학의 싹을 틔우며 괄목한 성장세를 보인 지금, 한국학 연구의 세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그 현장에서 진행되는 것 자체로도 사업의 담당자로서 너무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제10회 세계한국학대회 참가를 위한 초록 공모가 2019년 12월 20일까지 진행되고 있으니, 한국학을 연구하는 원내외 연구자, 교직원 및 대학원생들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려요.


말씀해주신 것 이외에도 크고 작은 사업들을 진행하시느라 바쁘실 것 같아요. 해외 출장도 많은 편이시죠?


로마 출장사진

정인영 : 저는 맡은 업무상 해외 출장을 많이 다녀본 편인데요. 가장 최근에 이탈리아 로마 출장이 가장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지난 4월에 원장님과 처장님을 모시고 로마에서 개최된 유럽한국학회에 참석하여, 우리 연구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해외 사업에 대한 사업설명회를 가졌습니다. 사업설명회에 배정된 홀이 크지 않았는데, 많은 연구자들이 참석하셔서 금방 좌석이 가득 찼습니다. 일부는 참석하지 못해 아쉬운 얼굴로 발걸음을 돌리셨고, 일부 연구자는 그래도 듣겠다며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으셨습니다. 유럽 지역의 저명한 학자들 뿐 아니라 젊은 신진학자들이 우리 사업설명회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2009년 처음 입사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그동안 우리 연구원이 해외 한국학 지원의 중심축으로 성장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점점 높아지는 해외 한국학의 인기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 연구원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아 생각이 많아지네요.


유지희 : 해외지원사업, 문화강좌 그리고 국제학술회의 외에도 해외한국학지원실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강영미 선생님이 맡고 있는 소키에타스 코리아나는 국내에 거주하는 주한 오피니언 리더급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문화를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 6회 가량 강연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에는 우리 연구원으로 초청하여 조선시대 기록유산들을 소개하고 한국의 전통 음악 공연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는데, 참석자들 모두 매우 만족해 하였고, 우리 연구원의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로마 출장사진

또 해외 차세대 한국학자들의 한문역량 제고를 위해 올해 처음 시작된 한문연수 펠로십은 현재 7개국 7명의 학생들이 선발되어 4개월간 한문 강좌, 개별연구, 답사 등으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재석 선생님이 처음으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임경민 선생님이 맡고 있는 펠로십 및 해외한국학 콜로키움은 국내에 체류하면서 한국학 연구를 수행하는 해외한국학자 초청 연구 지원 프로그램인데요. 올해에도 15명의 연구자들이 방문했고, 연구 기간 종료 전 연구결과물을 해외한국학 콜로키움을 열어 발표하며, 모두 계획한대로 연구 성과를 가지고 귀국하여 해외의 한국학 연구 확산에 기여하고 있어요.


두 분의 팀과 사업을 향한 애정이 느껴지네요. 개인적으로 남는 시간엔 무엇을 하며 보내시나요?


리더기 사진

정인영: 저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시간이 나면 달리기, 수영 등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책읽기에 푹 빠져 있어요. 연구원에는 다방면으로 독서를 즐겨하시는 분들이 참 많은데요. 저도 좋은 자극을 받고 최근에는 독서를 많이 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최근에는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느낀 감정들을 철학적인 사색을 바탕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둔 글을 읽으며 무언가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저도 표현해보지는 않았지만 그 모든 감정들을 언젠가 느껴보았던 것 같았기 때문이죠. 여행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또 최근에 추천을 받아 이북 리더기를 구매했는데, 종이책에 비해 가볍고 편리해서 가방에 넣어 다니며 짬이 날 때마다 읽기에 참 좋더라구요. ‘전자잉크 디스플레이’ 기술로 어두운 곳에서도 눈이 아프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편리한 기기 덕분에 독서량이 많이 늘었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몸과 마음을 단련하여 연구원의 여러 선생님들처럼 연구원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마라튼 완준증 사진

유지희: 저도 인영샘과 마찬가지로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서 꾸준히 운동하고 있어요. 그중 수영을 가장 좋아해서 스트레스 받으면 수영으로 열을 내리곤 합니다. 또 연 2회 이상은 10km나 하프 마라톤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참가한 대회는 지난 10월 13일로 한국유방건강재단에서 주최하는 핑크런이었습니다. 참가비는 모두 유방암 환자들에게 기부되고 있는 행사로 재작년부터 참가를 하고 있어요.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가벼운 3km와 여의도 공원을 따라 달리는 10km 구간이 있는 대회에요. 잘 달리지는 못해서 뛰기 시작하면 ‘왜 이걸 신청해서 이리 힘들게 달릴까’ 싶다가도 결승선에 들어오면 뿌듯함 때문에 계속 참가를 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 1시간 6분을 기록해서, 다음 달 둘째 주에 참가 예정인 마라톤은 1시간을 목표로 연습 중에 있습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운동으로 얻은 건강하고 밝은 마음가짐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 업무 효율이 높은 구성원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외한국학사업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성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일선에서 해외 한국학 연구자들의 의견을 듣다 보면, 우리 연구원의 해외 사업에 대하여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꽤 많아요. 해외 사업을 해외한국학지원실에서만 진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한국학진흥사업단에서 ‘글로벌 한국학 사업’을 운영 중이고, 교학실에서 ‘차세대 한국학자 초청 연구지원’을 운영 중이에요. 우리 실에서 하는 사업과 유사한 사업들이죠.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분산된 사업들을 통합하고 개편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연구자들의 이해와 편의를 제고할 뿐 아니라 우리 연구원이 정부 정책이나 환경 변화에 보다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해외 지원에 주력하고 있는 타 기관과 비교해 보아도 우리 연구원 해외 사업 예산이 꽤 큰 편이기 때문에, 사업을 통합하고 창구를 일원화하면 우리 연구원이 명실상부한 해외 한국학 분야의 컨트롤 타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