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아름드리

영국 내 한국학 현황 및 전망

황은주 교수 사진
황은주
코번트리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영국의 한국학 현황

현재 영국에는 SOAS University of London이 33개의 학부 과정, the University of Sheffield가 3개의 과정, 그리고 University of Central Lancashire의 대학이 한국학 관련 14개 학부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York St John University에서 Korean, TESOL and Linguistics를 개설하여 학생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대학원 과정으로는 SOAS University of London에서 4개 과정, University of Edinburgh에서 2개 과정, 그리고 University of Central Lancashire에서 1개의 북한학 대학원 과정을 운영 중이다.

지역학 전통 취약: 영국 내 지역학은 SOAS University of London이나 University of Sheffield 등의 일부 대학에 집중이 되어 있고, 그 외의 대학은 지역학이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많은 대학들이 동아시아학이나 기타 지역학을 적극적으로 개설한 반면, 영국 대학들은 SOAS 등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지역학이 설치되어있지 않다. 최근 BTS의 웸블리 공연 열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젊은 대학생들이 K-pop 이나 K-drama 뿐만 아니라, Youtube 등 각종 인터넷 채널을 통해 한국문화를 접하고 한국문화를 배우려는 관심이 날로 높아져 가는데, 대학이 이러한 수요에 발 빠르게 부응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대학의 다각화: 영국의 대학들은 비공식적으로 여러 방법으로 분류를 할 수 있는데, 흔히들 설립 시기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을 할 수 있다. 먼저 Ancient Universities로 불리는 University of Oxford, University of Cambridge, University of Durham, St. Andrews University, University of Glasgow, University of Aberdeen, University of Edinburgh가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옥스퍼드 대학의 경우 1096년에 설립이 되어 영어권 국가에서는 최초의 대학으로 그 명성을 날리고 있다. 그 후에 산업혁명 이후 증가한 중산층을 교육시키기 위해 설립된 Red Brick Universities가 있다. 19세기 말 설립이 된 대학들이라 당시의 건축양식을 따라 붉은 벽돌 대학이라고 불리는데, 대부분 영국 내 명문대학인 Birmingham, Liverpool, Manchester, Leeds, Sheffield, Bristol 등의 대학이 있다. 이 후 Plate Glass Universities라고 불리는 대학들이 등장했는데, 대부분 1960년대 이후 설립이 된 대학들이며, 당시 콘크리트 건물에 유리를 많이 사용한 건물이 많아 plate glass 대학이라고 불린다. 1992년에는 예전에 직업교육 전문기관이었던 전문대학들이 대거 대학의 지위를 얻게 되는데, 이러한 대학들을 modern universities, post-1992 universities, 또는 new universities라고 한다. 이러한 구분은 설립 시기와 건축 양식 뿐만 아니라 학교의 규모와 수준도 구분하기 때문에 다양한 계층의 학생들과 연구진에게 한국학을 알리려면 한국학이 다양한 대학에 골고루 설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국제교류재단의 지원도 대학의 종류에 따라 고루 지원이 되었으면 하는 입장이고, 이러한 면에서 modern university에 속한 코번트리 대학이 2018년 씨앗형사업에 선정이 된 것은 매우 다행이며 감사한 일이다.


한국학 분야: 한국학이 활발하게 진행이 되고 있는 SOAS를 제외하고 한국학이 설치된 대부분의 대학들이 언어 교육을 중심으로 하여 정치학을 위주로 하고 있다. 한국학의 각 분야가 골고루 다양하게 발전 하려면 언어학이나 정치학뿐만 아니라 틈새 분야가 발전해야 한다. 학생들이 K-pop을 통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한국영화, 드라마, 음식 문화 등으로 그 관심분야를 넓혀 가는데, 이러한 관심분야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문학, 영화학, 문화학, 미디어학 등의 분야가 많이 약한 편이다. SOAS 대학이 매우 다양한 학부 및 석사 과정을 운영하는 것과 University of Central Lancashire가 북한학 석사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매우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교육 사업은 금융업과 더불어 영국이 주력하는 주요산업 중의 하나로, 영국 대학에는 영국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을 가진 외국 학생들이 특히나 많은데, 동유럽,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중동 출신의 학생들은 한국의 경제나 경영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실질적인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한국학의 개설이 매우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코번트리 대학의 역할

코번트리 대학은 작년 Understanding Korean Culture for Business라는 교양과목을 모든 학부생들이 수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동남아시아 학생들과 아프리카 학생들의 관심이 크게 높았다. 기존의 과목을 유지하면서 올해에는 Understanding Korean Economy and Business for Future Managers라는 과목을 신설하여 9월부터 강의를 하게 된다. 한국학의 틈새 분야 중 코번트리 대학은 경영학과 경제학 분야에 집중하여 한국학 연구와 교육에 집중을 하고 있다. 경영학과 경제학을 중점으로 둔 한국학 과목을 개설했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스쿨에서만 올해 4월과 5월 중 100명이 넘는 코번트리 학생들이 한국의 파트너 대학으로 필드트립을 다녀와 학생들 사이에 한국에 대한 인지도와 이해도가 매우 높아지게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OIL(Online International Learning) 프로젝트를 한국에 있는 대학들과 진행하였는데, 올해는 한림대와 함께 로봇을 이용하여 코번트리 대학의 학생들과 한림대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하여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한국에 있는 한림대 학생들이 코번트리 대학에 있는 로봇을 원격조정을 통해 이동시키며 코번트리 캠퍼스를 둘러보는 색다른 경험도 하여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코번트리 대학의 비즈니스 스쿨의 경우 영국 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학부생의 학생 수만 9,000명에 달하는데, 그 중 외국학생의 비율이 매우 높다. 각 학과마다 외국인 학생의 비율이 다른데, 필자가 속한 경영전략 리더십 학과의 경우 외국인 학생이 60% 정도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을 통해 많은 수의 학생들과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에게 한국학을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을 잘 이용하고 있다.


영국 내 한국학이 중요한 이유

2016년 6월 23일 영국에서 유럽연합의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되어 그 결과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현재 탈퇴 준비 과정을 두고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나고는 있지만 영국의 경우 새로운 형태의 경제 및 외교 관계가 중요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각도의 국제 관계가 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브렉시트 이전 영국의 경우 미국과 유럽에 중점을 두었다면 브렉시트 이후 미국 및 유럽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되 영연방 국가들과 다시 가까워지는 것과 새로 떠오르는 아시아 국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특히 중국과 한국이 영국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 한국이 극동(Far East)의 한 나라로 취급이 되었다면 브렉시트 이후에는 한국을 긴밀한 경제, 정치, 문화적 관계에 있는 파트너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현재 유지되고 있는 한국-유럽 FTA 관계를 브렉시트 이후에도 한국-영국 FTA로 이어가기로 했다는 소식은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와 더불어 점차 커져가는 영국 젊은 층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볼 때 영국 내 한국학의 수요가 더욱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이러한 좋은 시기에 한국학 지원이 영국에 집중된다면 한국이 영국의 주요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분석이기는 하나 필자가 처음 영국생활을 시작한 2000년에 비해 영국 대학생들의 문화가 매우 변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 이전의 대학생들의 문화가 개인주의적인 가치에 중점을 두었다면 미디어문화의 발달, 다양한 이민자들의 유입, 외국인 학생들의 큰 비중, 다양한 문화 경험 등으로 인해 개인주의 속에서도 학생들이 공동의 목표를 갖고 함께 노력하는 문화를 즐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속에서 공동의 가치를 발견하고 공동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과정을 개인주의 성향이 매우 큰 영국학생들도 즐기고 있다는 점이 매우 새롭게 느껴진다. 학생들이 K-pop dance 등을 통해 대학생들이 함께 연습하고 공연 준비를 하는 것을 지켜보며, K-pop이 음악의 한 장르일 뿐만 아니라 공동의 가치를 알리는 수단이 된다고 생각한다.


해외의 어느 나라라도 그렇겠지만 특히 영국은 자국 외의 세계에 관심을 갖지 않는 분위기가 있어, 문화를 바탕으로 한 한국학의 발전이 매우 중요한 나라이다. 지금처럼 젊은 세대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큰 시기에 한국학의 발전과 더불어 한국문화의 전파를 함께 지원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