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전소설의 요괴
  • 저자 이후남
  • 발행일 2022-07-25
  • 판형 신국판
  • 쪽수 392쪽
  • ISBN 979-11-5866-688-0, 94080
  • 정가 22,000원
  • 분류 AKS총서  >  장서각 한국사 강의
    어문  >  문학
  • 구입처 e-book 교보문고 예스24  

도서 소개

요괴는 기본적으로 신성과 마성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인간은 요괴의 신성과 마성을 접하면서 요괴에게 도움을 받거나 해를 입는다. 결국 요괴는 인간세계에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닌, 인간과 친숙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요괴는 그 실존 여부를 떠나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다. 전통시대 이래로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요괴에 대한 고찰은 인간의 경계심과 공포, 욕망 등 인간의 상상력에 대한 연구이자, 문화현상으로서의 요괴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갖는다. 이 책은 요괴 혹은 요괴 퇴치담을 중심으로 「최고운전」, 「금방울전」, 「명주보월빙」 등 한국 고전소설 76편에 등장하는 요괴 서사를 심도 있게 분석함으로써 한국형 요괴학의 시작을 알리고, 더 나아가 요괴 서사 연구를 통해 한국 고전소설사의 지평을 열고자 한다. 먼저 한국 고전소설 속 요괴 서사를 7가지 관점에서 다루었다. 우선 ‘요괴’라는 용어에 대한 학술적 개념을 정의하고, 각 작품별 요괴 서사 단락을 ‘요괴의 등장-요괴의 작란-요괴의 퇴치’로 이어지는 3단계로 정리했다. 그리고 빈도 및 중요도에 따라 요괴 정체를 ‘여우, 용·뱀, 돼지·원숭이, 나무, 기타 동물 및 무생물, 정체 미상’으로 분류한 뒤, 요괴의 정체 변신 유무를 기준으로 ‘정체 유지 유형’과 ‘인간 변신 유형’으로 서사 유형을 나누었다. 또한 설화와 대별되는 고전소설만의 요괴 서사 특징을 밝히고, 당대 고전소설 향유층의 요괴 인식과 그 의미를 고구하였다. 마지막으로 향후 요괴 연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문화콘텐츠로써 요괴 활용 가능성에 대해 살폈다.

 

연합뉴스 "생김새도 행동도 독창적인 'K 요괴'…고전소설 속 요괴 이야기"

조선일보 "[유석재의 돌발史전] ‘K상상력’의 정수는 조선의 요괴였다고?"

KBS뉴스 "우리 옛 소설에 이런 요괴들이?…‘한국 고전소설의 요괴’ 발간"

아이뉴스24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한국 고전소설의 요괴’ 발간"

경인일보 "이렇게나 많았었나… 한국요괴 백과사전"

교수신문 "‘구두장군 아귀·올출비채’ 한국 요괴, K-콘텐츠의 상징으로 부활"

 

 

저자 소개

이후남.  

전주대학교 한국어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고전번역원 고전번역교육원에서 연수 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와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전소설에 나타난 여우 퇴치담의 양상과 의미」, 「치유담으로 읽는 <전우치전>」, 「고전소설에 나타난 지하국 대적 연구」, 『요망하고 고얀 것들』 등의 논저가 있다.

목차

1장 서론
  1. 요괴 연구의 필요성과 가치
  2. 요괴에 대한 논의
2장 요괴의 개념과 연구 대상
  1. 요괴의 개념
  2. 연구 대상
3장 요괴 서사 단락
  1. 한문소설
  2. 국문 중단편소설
  3. 국문 대장편소설
4장 요괴의 정체 분류
  1. 여우
  2. 용·뱀
  3. 돼지·원숭이
  4. 나무
  5. 기타 동물 및 무생물
  6. 정체 미상
5장 요괴 서사의 유형
  1. 정체 유지 유형
  2. 인간 변신 유형
6장 요괴 서사의 특징
  1. 요괴의 작란 행태 다양화
  2. 요괴와 인간의 전세 악연 설정
  3. 무력 퇴치를 통한 요괴 배척
  4. 감화 퇴치를 통한 요괴 재인식
  5. 요괴의 부활 가능성 제시
7장 요괴 서사를 통해 본 요괴 인식과 의미
8장 결론
  1. 요괴 연구에 대한 이해
  2. 앞으로의 연구 방향과 매체 변용 가능성
부록 1. 한국 고전소설 76편 속 요괴 현황
부록 2. 한국 고전소설 속 요괴 이미지

서평 및 출판사 리뷰

* 이 서평은 제2회 AKS 우수도서 서평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입니다.(작성자 김기영) *

 

‘요괴’라는 말을 축자적으로 해석을 하면 ‘요상하고 괴이한 존재’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요상하다'라는 말이나, '괴이하다'라는 말에는 모두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일상적이지 않은 것을 두고, ‘이상하다’라는 말을 쓰지만, 이상한 일 중에서도 뭔가 좋은 느낌을 자아내는 것은 예로부터 ‘상서(祥瑞)롭다’라는 표현을 쓰고는 했다. 이 말의 화용론적인 의미의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조상들은 비일상적이라는 것은 일단 이상하기에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그 중에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는 구분을 확실하게 했었던 것 같다. 
매우 고전적인 표현 중 하나인‘상서로운 기운’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상하지만 좋은 일에 대해서 우리 조상들은 일종의 경외감 비슷한 것을 느꼈던 것이 분명하다. 반면, 이상한데다 불쾌한 일에 대해서는‘불길(不吉)하다’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이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감추지 않았다. 경외감 역시 두려움의 감정이지만, 이에는 일종의 숭고미라는 쾌의 감정이 담겨 있는 반면, 불길함에 대한 두려움은 기본적으로 거부하고 싶은 불쾌감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쾌의 부피는 더욱 늘리고 싶어 하고, 불쾌의 부피는 가능한 축소시키고 싶어 한다. 그리고 ‘요괴’라는 표현에 담지된 부정적인 의미를 볼 때, 우리 조상들은 이 허구의 존재들을 ‘불길하고 불쾌한 것들’로 인식하고, 그것들을 인간이 아닌, 동물이나 식물로 축소시켜 표현함으로써 그것이 지닌 불길한 기운을 떨쳐내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대개 인간의 심리는 양가적이듯이, 요괴를 대하는 조상들의 태도 역시 그러했다. 그리고 이는 비단 한민족의 경우만이 아닌, 전 세계 민족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모습이다. 문화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가장 근접한 예로,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를 한번 상기해보면, 이러한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요괴의 종류나, 요괴에 대한 민담이 가장 많이 전해지고 있는 나라 중 하나는 일본이다. 그런데 이들 설화나 민담 등을 살펴보면, 일본인들은 기본적으로 요괴를 불쾌한 것으로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일종의 수호신으로서 외경한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전통 문화에서 이 모순되는 양가적 태도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들의 종교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일본의 전통 종교인 신토는 모든 사물에 정령이 있다는 믿음 아래, 그 정령을 수호신으로 모시는 애니미즘에 기반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정령을 부정적으로 인식할 때 부르는 말이 곧 ‘요괴’인 것이다. 

중국의 경우는, 대표적인 예로 『서유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재미있는 소설의 세 주인공인,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은 모두 요괴로, 각각 원숭이, 돼지, 그리고 물고기의 모습을 한 요물들이다. 이들의 능력은 초인적이다. 하지만 그들의 머리 위에 있는 것은 분명 인간, 즉 삼장법사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 소설에서 읽어낼 수 있는, 요괴에 대한 중국인들의 태도 중 하나는, 그들의 능력을 두려워하고, 불길하게 여기면서도, 끝까지 이 요괴들을 희화화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이 불쾌감을 축소시키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는 일종의 고집스러운 퇴마의식처럼 보이기도 하며, 이때의 퇴마사는 바로 인간, 즉 삼장법사이다. 하지만 저 세 명의 요괴가 보이는 모습이 인간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 소설이 지금까지 만화, 영화 등의 방식으로 꾸준히 각색되고, 같은 문학 장르 속에서도 끊임없이 패러디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저 세 마리의 요괴는 희화화되지만, 그 희화화의 목적은 단순히 퇴마에 한정된 것이 아닌,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풍자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요괴와 인간 사이의 거리는 단순한 기복신앙을 넘어, 인간의 실제의 삶의 차원으로까지 좁혀지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대표 삼국 중 하나인 한국의 요괴 역시 이런 양가적인 모습으로서 표현된다. 기본적으로 설화나 민담의 차원에서 볼 때, 한국인에게 있어 요괴는 불길과 경외의 대상임은 분명한 것 같다. 대표적인 예로, 『삼국유사』의 ‘처용(處容)’설화를 보면, 처용은 왕의 아들이지만, 어릴 적부터 숲에서 귀신들과 같이 지낸 인물로 묘사가 되어 있다. 그의 능력은 초인적으로 오죽했으면, 그가 두려워 역신(疫神)이 그의 얼굴이 붙여진 집에는 들어오지 않는다는 전설이 돌 정도였다. 물론 귀신과 요괴는 조금 다르지만, 불길하고 이상한 대상이라는 본질적인 점에서는 비슷하다. 이 설화를 읽다보면, 처용은 왕족인 동시에 샤먼이라는 것을 읽어낼 수 있다. 그가 처용무를 추면서 불렀다고 하는 노래, 지금은 향가로 기록되어 전해지는 그 노래를 보면, 형식은 샤먼의 퇴마의식요 같지만, 내용은 유가(儒家)적이다. 왜냐하면 처용의 인자함, 즉 인(仁)함이 귀신도 감복시켰다는 내용이니까 말이다. 이런 점은 요괴에 대한 조상들의 양가적인 태도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일본인이 요괴 혹은 정령에게 보이는 양가성이 애니미즘적 신앙에 기반한 것이라면, 한국인이 요괴에 대해 가지는 양가적인 태도는 샤먼주의적인 요소와 유가(儒家)적인 요소의 대립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제목인 『한국 고전소설의 요괴』에서 놓치지 말아야 키워드는 물론 ‘요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고전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양가적인 요소 중에서 후자의 것, 즉 유가적인 요소로 방점이 이동한 것의 징후가 문학 속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한국 문학사에서 ‘소설’의 등장은 조선 후기에 들어서이다. 물론 그 이전, 고려 말에도 ‘가전체’문학 등의 소설의 효시격의 작품들이 있기는 했지만, 소설적 양식이 하나의 장르로서 그 틀을 완전히 잡은 것은 임진왜란 이후, 일종의 원시적 대중문화적인 외연의 확장이 이루어지면서부터이다. 이 책 속에서 정의되는 요괴는, “비인간이면서 기괴하고, 인간세계에 해를 끼치다가 퇴치되는 존재”이다. 즉, 불길하고 부정적인 존재인 것이며, 이는 매우 단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물론 이런 정의는 김부식의『삼국사기』부터 시작해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 김시습의 『금오신화』등에 이르기까지의 사적 근거를 통해 내려진 것이다. 이 말은 곧, 적어도 조선후기 당시 조선 사람들의 인식 속의 요괴는 이미 부정적인 존재로 굳혀져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부식은 고려시대 사람이기는 하지만, 이미 유가적인 보수주의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고, 조선왕조실록은 당연히 유가적인 관점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조선 자체가 사대부의 나라였기 때문이다. 김시습은 기인이기는 했지만, 그 역시 조선의 양반가에서 나고, 살아간 사대부였다. 
이러한 방점의 이동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가 이 책에 반영되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김만중의 『구운몽』에 등장하는 ‘용’에 대한 묘사이다. 흔히 ‘용’은 이상하고 두려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불길한 것은 아니다. 즉, ‘영물’이지, ‘요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김만중이 묘사한 ‘용’은 분명 요괴의 모습이다. 서양에서는 용이 부정적인 존재, 악마가 변신한 것 등으로 중세의 크리스천 기사(騎士)가 처치해야 할 대상으로 묘사되지만, 동양에서의 용은 전통적으로 경외의 대상이자 신적인 존재였다. 그런데 조선의 대표적인 사대부 가문 출신인 김만중은 이러한 전통을 과감히 거부하고, 그것을 요괴의 수준으로 격하시킨다. 유, 불, 도가 절묘하게 섞인 이 소설의 내용을 상기해볼 때, 김만중은 완고한 유학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당시로서는 굉장히 자유분방한 반항아였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에 대한 묘사는 분명 매우 유가적으로 느껴진다. 이는 곧, 그가 이 소설을 쓸 당시 조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용이 이와 같은 요괴의 모습으로 이미 널리 인식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을 때는 ‘고전소설 속 요괴’라는 점을 반드시 유념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은 채, 이미 익숙한 배경지식만을 가지고 읽게 되면, 내용이 잘 납득이 안 되는 부분도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 설화적 의미에서의 한국의 요괴와 고전소설 속의 등장하는 요괴 사이의 차이점을 분명히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이 책의 현실적 효용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다. 오늘날은 콘텐츠가 곧 실질적 가치로 이어지는 세상이다. 예전의 소수의 독과점 TV 방송에 한정되었던 플랫폼과는 달리, 요즘의 대중문화의 플랫폼의 외연과 저변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만큼 넓어졌다. 또한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전 세계적인 관계망은 이 플랫폼이 작동하는 환경이자 생태계이다. 에너지가 넘치고, 매우 능동적인 한국인의 특성은 이런 배경과 맞물려, K-컬처를 세계적인 대세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 리더로서의 면모에도 불구하고, K-콘텐츠의 개발과 활용은 아직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한국의 요괴라는 소재는 분명 아직 가다듬어지지 않은 ‘옥’일이도 모른다. ‘완벽(完璧)’이라는 말의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완벽함이란, 100% 주어지는 것이 아닌, 원 재료를 잘 개발하는 것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그 재료의 역사와 내용을 잘 아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책은 유용했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 있었다. 언젠가 한국의 요괴도, 일본의 ‘갓파’나 ‘텐구’, 중국의 ‘손오공’등과 같이 무한히 재생산되고, 패러디되어 끊임없이 가치를 창출하는 소재가 되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하면서, 앞으로도 이런 재미있는 책, 현실 시사적인 책을 한국학적 차원에서 많이 연구하고 출간해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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