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아름드리

성호 이익 연구의 토대를 구축하다

김만일 사진
김만일
태동고전연구소

태동고전연구소는 1980년대에 처음 성호질서류(星湖疾書類) 번역에 착수하였다. 번역사업추진 과정에서 성호(星湖)의 저술이 국내외 여러 곳에 소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판본에 따라 내용에 많은 출입이 있음을 파악하고 번역보다 먼저 판본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 과제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현재 성호 이익에 대한 연구는 다산과 더불어 가장 많은 연구 성과물이 양산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자는 판본간의 출입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고 한두 가지 영인본에 의존할 뿐이다. 성호 이익의 저작은 1984년 여강출판사(驪江出版社)에서 『성호전서(星湖全書)』라는 제목으로 영인ㆍ간행된 바 있으며, 1997년 『한국문집총간』에 『성호전집(星湖全集)』이라는 제목으로 간행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성호 연구는 대체로 이 두 책을 기반으로 진행되어 왔다.


연구의 출발점이 되는 기본자료에 대한 검증과 정리 작업은 개별연구자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에 태동고전연구소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성호 이익 저술을 정본화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성호전서 정본화 사업은 세 단계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첫째, 판본을 조사ㆍ수집ㆍ정리하는 과정이다. <성호전서 정본화 사업>팀은 먼저 성호 저술 소장처를 한 곳 한 곳 방문하여 여러 이본(異本)을 수집하고 이들을 상호 대조ㆍ검토하여 정리하였다. 둘째, 교감ㆍ표점 과정이다. 수집된 많은 이본들은 상호 대조ㆍ검토하여 교감하는 절차를 거쳐 전산으로 입력된다. 전산본은 연구자의 편의를 위해 표점을 하였다. 셋째, DB화 과정이다. 앞선 두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전산입력 자료는 DB화 하여 모든 연구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게 된다.


성호 이익은 저술이 매우 방대하여, 본 연구팀은 <성호전서 정본화 사업>을 세 단계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1단계 3년(2011.12.1~2014.11.30)은 《성호질서(星湖疾書)》와 《예설유편(禮說類篇)》을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2단계 3년(2014.09.01~2017.08.31)은 《성호사설(星湖僿說)》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3단계는 3년(2018.07.01~2021.06.30)은 《성호문집(星湖文集)》을 중심으로 정본화 사업이 추진 중이다.


규장각본 성호질서에 부기된 성호친필

규장각본 성호질서에 부기된 성호친필

성호전서 정본화 사업은 2단계 사업까지 완료되었고, 지난해(2018년) 7월부터 3단계 연구사업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성과를 살펴보면, [1.2단계 사업] 판본 조사과정에서 《성호질서》류를 포함하여 모두 18종에 대해 총 91개의 필사본을 수집하였다. 이중에는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화경당(和敬堂) 본과 학사종택 소장 학사종택(鶴沙宗宅) 본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규장각본 『소학질서』마지막 페이지에서 성호의 친필로 부기된 소학질서 저술에 관한 자료를 발견하였다. 화경당 본 《疾書》 일부에는 권 말에 필사자 이름이 ‘書寫吏 ○○○’의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고, 학사종택 본에는 뒷 표지에 ‘논어질서는 기축년 11월에 필사를 마쳤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는 모두 판본 수집 및 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것으로, 연구자들에게는 매우 귀중한 서지정보라 할 것이다. <성호전서 정본화 사업>팀은 판본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모든 정보를 연구논문으로 작성하여 학술심포지움을 통해 학계에 보고하였다. 3단계 정본화 사업에서도 판본에 대한 조사는 계속되고 있다. 수집 정리된 판본에 대하여 교감ㆍ표점작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를 전산 입력하여 2단계 까지 모두 200자 원고지 기준 24,201매, 총 2,210,472자의 자료를 생성하였다. 3단계 사업에서는 약 8,542매, 총 1,315,000자의 자료가 정리될 예정이다. 연구팀에서 이룬 연구성과는 연구자의 편의를 위하여 DB화 하여 한국학진흥사업단에 결과보고 하였고, 이 DB자료는 한국학진흥사업단 연구성과 포털사이트에서 현재 서비스 중이다.


성호전서 정본화 사업팀은 자료의 소장처를 직접 답사하면서 다양한 판본의 이미지 자료를 확보하였다. 현재 이 이미지 자료를 공개하여 연구자들이 직접 판본의 실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 문제는 각 소장처의 협조가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정본 성호전서》를 도서로 출간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


태동고전연구소는 앞으로 많은 성호 연구자들에게 정본화된 성호 저술을 제공할 것이고, 이를 토대로 성호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기를 바란다. 우리 연구소는 <성호전서 정본화 사업>이 완료되는 대로 완성된 정본을 토대로 《질서》류를 비롯한 성호저작의 번역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위 글은 한국학진흥사업단에서 발행하는 사업단 뉴스레터 68호 Project Review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