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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소식지 6월호 A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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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염료를 사용한 ‘염색보수지(補修紙)’의 제작 지주연(자료보존관리팀 보존처리담당) [되살리는 기록유산] 코너는 2013년에 새로 만들어진 코너로, 분기별로 장서각 보존처리에 관한 흥미로운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매 3, 6, 9, 12월에 새로운 글이 소개될 예정이오니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성주이씨 대종회에서는 성주이씨 초상화 14종 28점을 2009년 본원에 기탁하였다. 
  성주이씨 초상화는 어진이나 공신화상처럼 국가적 물력物力이 동원된 완성도 높은 초상화는 아니지만, 조선시대 문중에서 이루어진 초상화 모사模寫 전통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2016년 고전적보존처리 사업에서는 성주이씨 초상화 중 가장 보존상태가 열악한 1714년 이모작 <李濟> 초상과 <李師厚> 초상을 보존처리하였다. 그림 . <李濟> 초상 보존처리 전 그림 . <李師厚> 초상  보존처리 전 두 점 모두 표면의 갈변현상과 바탕비단의 결손이 심각하였다. <이제> 초상의 경우에는 바탕비단이 전체 그림의 40%만 남은 상태였다. 따라서 보존처리 공정 중에서 바탕비단과 유사한 조직을 직조해서 결실부분은 복원하는 작업과 전반적으로 틀어진 그림의 위치를 바로 잡는 작업이 중요하였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이제> 초상 얼굴 부분의 ‘가필加筆’ 이였다. 이 가필부분을 초상화의 일부로 인정하고 가필을 있는 그대로 보존처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제거해야 할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보존처리 작업을 할 때 대부분 원형이 아닌 부분은 제거하고 보존처리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필부분은 초상화의 2차 배접지에 그려진 것으로 가필된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再표구 되었다는 점, 본래의 얼굴 부분과의 차이, 배접지-바탕비단의 선후관계로 따져보았을 때 제작 당시 그려진 것이 아님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부분을 쉽게 없앨 수도 없는 이유는 지금 이 상태로 학계에 오랫동안 인식되어 왔고, 무엇보다도 문중에서 얼굴 반 이상이 없어진 모습에서 조상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가필한 것으로, 문화재이기 이전에 한 문중의 조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자문회의에서 이 안건이 나왔을 때, 가필부분을 제거하는 것을 자문위원 모두 반대하였다. 보존처리 전•후의 이질감에서 오는 불편함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가필부분을 없앴을 때 감수해야할 부담감이 지금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는 것에 비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차 자문회의 때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통해 가필을 없앤 모습을 본 후에는 성주이씨 대종회와 자문위원 모두 가필을 없애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림 . 가필加筆 부분을 남겨두었을 때 그림 . 가필加筆 부분을 제거하였을 때   가장 큰 이유는 가필로 인해 본래의 초상화가 보이지 않는 이유였다. 그리고 초상화의 관모부분과 초상의 오른쪽 눈썹의 경위사가 비뚤어진 바탕비단을 본래대로 바로 잡았을 때 얼굴 윤곽이 더 넓어지면서, 기존의 가필부분이 본래의 초상화와 맞지 않았다. (※ 초상화의 바탕비단은 경사와 위사가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비뚤어진 바탕비단의 재위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이 가능하다. 그림 . <이제> 초상의 바탕 비단 그림 . <이사후> 초상의 바탕비단   문화재보존학의 보존윤리 중 가장 중요한‘원형보존’원칙은 이러한 경우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각각 다른 개별 문화유산의 중요성과 그 문화유산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존중하여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문화유산의 가장 중요한 원형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통해 최선의 보존방안을 찾는 것이다.  <이제> 초상의 달라진 모습에 내심 걱정이 되고, 세월을 비껴가지 못한 모습에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동안 가려졌던 본래의 이제 초상을 볼 수 있어서  보존처리 담당자로서 조금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인문학적 고증을 거친 ‘복원모사’ 작업을 통해 본래의 <이제> 초상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림 . <李濟> 초상 보존처리 후 그림 . <李師厚> 초상  보존처리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