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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람들도 홍동백서를 검색했을까 하은미 (왕실문헌연구실 연구원) 명절만 되면 인기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단어 중 하나가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이다. 최근에는 제사를 지내지 않거나 간소하게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많은 가정에서 조상을 기리는 제사를 지낸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제사를 지낼 때도 절차와 격식이 있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 이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므로 그때그때 집안의 어른에게 묻거나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곤 한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땠을까. 특히 제사가 일상이었던 왕실 의례를 담당했던 사람에게도 제사상 차림과 절차를 외우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을까. 장서각에는 제사의 절차와 상차림과 관련된 전례서가 다수 전하고 있다. 보통 절차는 글로 설명하고, 제사상 차림은 그림으로 설명한다. 상차림 그림은 『국조오례의』의 것처럼 둥근 원 안에 제물(祭物)의 명칭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제기의 생김새는 따로 그려서 어떤 제물을 담는 지 설명한다. 아마 왕실 의례를 담당했던 사람들은 정확함을 기하기 위해 이러한 책을 보며 예행 연습을 하고, 상차림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안도했을 것이다. [사진]『국조오례서례』의 제기도설(좌)과 진설도(우) 이런 전통적인 설명 방법은 정조(正祖) 때부터 새로운 혁신을 맞이한다. 정조는 제례와 관련된 정보를 병풍으로 만들어 여러 관청에 비치하도록 하였다. 정조가 만들게 하였던 <경모궁향의도병(景慕宮享儀圖屛>은 8폭으로 된 병풍으로, 제3폭 상단에 오향친제(五享親祭)의 상차림을, 하단에는 그 순서와 제기(祭器), 명물, 과품(果品)에 대한 식례(式例)를 실었다. 의례를 맡은 관청의 관리들은 매일 이 병풍을 보며 자연스럽게 그것을 눈으로 익혔을 것이다. 이 병풍의 실물로 전하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고종 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의 '종묘친제규제도설병풍(宗廟親祭規制圖說屛風)'이다. 병풍의 제6폭에 상차림을 그림으로 그렸다. 이 그림 속의 제기들은 심지어 현재 전하는 왕실에서 사용했던 제기들과 생김새까지 많이 닮아있다. '종묘친제규제도설병풍', 국립고궁박물관(www.gogung.go.kr) 소장 장서각에는 이를 그린 병풍은 없지만, 이를 담은 한 장의 고문서가 남아있다. 이 '진설도(陳設圖)'는 상차림으로 보면 조선의 국가 제례 중 가장 큰 제사인 종묘 제향을 위해 그린 것이다. 윗부분에는 제사상을, 아랫부분에는 신실(神室) 밖의 술항아리를 놓아두는 준소상(尊所床)을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이 그림 속의 제기 중에는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병풍에서 보이지 않는 모습의 현존 제기도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이 그림문서가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문서 한 장은 『국조오례서례』의 진설도와 제기도설 총 26장에 실린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제례 병풍의 전통을 이은 매우 실용적인 문서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문서는 제사상 차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제사의 절차도 일부 보여주고 있다. 문서 하단 준소상의 오른편(가을․겨울용)에는 술잔인 작(爵)을 깨끗하게 씻어 담아두었고, 왼편(봄․여름용)에는 3번의 헌작(獻爵, 술잔을 올림) 중 초헌관에게 술을 전달하기 위해 2개의 술잔을 바구니에서 꺼내놓은 모습을 그렸다. 또 오른편 준소상의 상단에는 두 개의 촛대와 등잔이 그려져 있는데, 신실에 들어가기 전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모든 절차의 처음이 중요하듯이 상차림의 첫 번째 변화를 그림으로 전함으로서 담당자들의 주의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사진] '진설도' 장서각 소장 장서각의 '진설도'는 제사상 차림을 통해 시공간의 변화에 따른 의례 절차를 잘 구현하고 있다. 제례의 실무자가 현장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 프로세스를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용적 목적의 합리적인 기록물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지금 우리가 제사 때마다 이러한 정보를 검색하듯이 조선시대 사람들도 이 그림 문서를 가지고 그 날의 행사를 잘 마무리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