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 맨위로
 
이 땅의 문화를 찾아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소식지 12월호 AKS
 
커버스토리
한중연소식
옛 사람의 향기
이 땅의 문화를 찾아서
한국학 연구동향
세계와 함께하는 한국
새로 나온 책
뉴스 라운지
되살리는 기록유산
틀린 그림 찾기
한국학중앙연구원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학중앙연구원 트위터
AKS 옛 사람의 향기
 
연구원 홈페이지 한국문화교류센터 Newsletter 한국학진흥사업단 Newsletter 관리자에게
저고리 본에 새겨진 새 신부의 소망 [사진] 이민주 (국학자료연구실 연구원) 장서각에는 귀중한 저고리 본(本)이 하나 있다. 집을 지을 때 기본 설계도면이 필요하듯 옷을 지을 때에도 도면이 필요하다. 이 도면을 본(本) 또는 패턴(pattern)이라고 한다. [사진] 1837년(헌종 3)경, 뒷길이 18.5cm, 화장 68.5cm, 품 35.5cm, 장서각소장 12-4(4379) 특히 본은 인체에 맞는 옷을 만들 때 어디에 절개선이 들어가는지 또 장식이 어디에 어떻게 들어가는지 표시해 놓음으로써 보다 입체적인 옷을 만들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또 본을 뜨는 이유는 옷을 만드는 사람이 누구든지 본을 보면 똑같은 옷을 만들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전통 한복인 치마저고리, 바지저고리, 두루마기 등은 크게 신체를 드러내는 옷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의 한복은  직선으로 마름질하기 때문에 별도의 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장서각에 저고리 본이 남아 있을까? 이 저고리 본은 순조의 셋째 따님인 덕온공주가 길례 때 얼굴을 가리기 위해 사용한 면사보(面紗褓) 본과 함께 전해진다.  따라서 이 본 역시 덕온공주 길례 때 제작한 저고리 본으로 추정된다. 왕실에서는 혼례를 앞두고 아주 많은 저고리를 만든다. 장서각에 소장된 ᄇᆞᆯ기자료를 보면 순종가례 때 빈궁마누라를 위해 준비한 저고리가 무려 140여 건이다. 그러다보니 한 사람이 만들지 못하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만들어야 하는 특수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장서각에 소장된 저고리 본을 보면 첫째, 깃의 끝이 다소 각이진 당코깃형으로 일반적인 깃이 아니다. 둘째, 겨드랑이 아래 삼각형모양의 곁마기가 있어 곁마기의 앞뒤좌우의 크기를 맞춰야 제대로 된 저고리가 완성될 수 있으므로 본을 만들어 놓는 것이 옷을 수월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본이 필요했던 이유는 수자(壽字), 복자(福字)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정해주는 문제가 아니었을까 한다. 결혼을 앞두고 가장 소망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오래도록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바로 수복이다. 그러나 그 마음을 어디에 어떻게 표현해야 할 것인지는 나름의 규정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깃과 곁마기, 소매에는 수자와 복자를 교대로 엇갈려 놓았다. 수복의 염원이 디자인으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뒷길에 있는 수복자는 정 가운데 복자를 놓고 사방에 수자를 배치했다. 마치 새 신부가 오래 사는 동안 복이 그 안에 담뿍 담기길 염원하면서 말이다.